8대9. '절묘한 균형'이다. 민심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여야 모두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의 눈물'을 내세운 여당에도, '세월호 심판론'에만 기댄 야당에도 일정한 경고를 던진 셈이다. 여야 어느 쪽도 자신있게 승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것이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다.
'중원 싹쓸이'란 쾌거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2대1로 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외형적으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보다 한 곳에서 더 승리했지만, '선전'이라고 하기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安, 리더십 '최대 위기' 넘겼지만…"본인 정치생명에만 몰두" 비판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눈물 마케팅'은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발휘한 반면, 야권이 선거 막판까지 제기했던 '세월호 심판론'은 결국 통하지 않았다. 심판이 아닌 '경고' 수준에 그친 것이다.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에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급락했지만, '무능력한 야당'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는데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분노 투표'의 반사이익에 기대는 것 외엔 뚜렷한 선거 전략도, 승부수도 던지지 못했던 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다시 한 번 '불안한 기반'위에 서게 됐다.
일단 합당 이후 지속적으로 리더십 논란에 휩싸여온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충청권 완승과 강원·광주에서의 승리로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특히 전략공천을 강행한 안산과 광주에서의 승리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상태다.
이번 선거 결과 직접적인 책임론에선 비켜가게 됐지만, 내홍 조짐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수도권에서 예상 밖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고, 부산 등 막판까지 각축전을 보인 지역에서도 아까운 표차로 패했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부터 "지도부가 당의 승리보다 자신의 리더십 위기 모면만 생각하며 선거에 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광주는 생각보다 너무 크게 이겼고, 수도권은 아깝게 졌다. 경기, 인천, 부산 등 초박빙으로 패한 지역은 광주를 덜 가고서라도 챙겼어야 할 지역"이라며 "당 지도부가 당의 승리보다 개인의 정치적 패배를 모면하는데 매몰돼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당내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광주에서의 '당력 집중'을 선거 패인으로 거론하며 안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광주의 전략공천, 당력의 광주 집중으로 경기·인천 등지에서 효과적인 지원을 못한 게 패인"이라며 "광주 무소속연대 바람이 전남북을 강타해 36개 기초단체장 중 15개 기초단체장을 무소속에 헌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천은 안 해야 하고, 7.30 재보궐선거 때는 파벌·지분 공천을 없애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수도권 출신 정청래 의원도 "크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이기지 못했다"며 "경기, 인천 패배는 충청 승리로 위안 삼을 수 없는 뼈 아픈 대목"이라고 했다. 그 역시 "광주에 당력이 올인돼 초박빙 지역이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 것이 내내 발목을 잡았다"고 평했다. 은수미 의원은 트위터에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졌다"고 썼다.
앞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자신의 측근인 윤장현 후보의 전략공천으로 광주 민심이 요동치자, 공식 선거운동 기간 수차례 광주를 찾는 등 '윤장현 구하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측근 챙기기' 논란을 감수하고 전략공천을 강행, 이번 광주시장 선거에 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있던 탓이다.
결국 윤 후보의 압승으로 안 공동대표는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지만, 경기·인천 등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는 비판과 함께 리더십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직접적인 책임론이 번지지는 않을 것을 보인다. 대신 김-안 공동대표 입장에선 '미니 총선' 급으로 치러지는 7.30 재보선에 사력을 걸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지도부가 7월 재보선마저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간 신주류에 밀렸던 친노세력 등이 그 틈을 파고들며 목소리를 키워갈 공산이 적지 않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이번 선거 결과로 계파 간 힘의 긴장관계는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7월 재보선이 두 공동대표가 맞이할 두 번째 '파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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