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내내 '피가 마르는' 싸움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 광주는 '정치적 고향'과 같은 곳이기에 위기감은 더 컸다. 그러나 결과는 '미워도 다시 한 번', 당 후보의 무난한 승리였다.
'안철수의 남자' 윤장현, '측근 공천' 논란에도 무난한 승리
4일 광주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의사 출신 시민운동가로 공직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윤 후보는 5일 오전 1시 현재 57.67%의 득표율을 얻어 전직 광주시장인 무소속 강운태 후보(32.68%)를 약 25%포인트 차이로 크게 꺾었다. 오전 1시 현재 개표율은 45.78%다.
그러나 윤 후보의 승리는 후보 스스로의 승리보다는 '안철수 재신임'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측근 챙기기' 논란을 감수하고 전략공천을 강행, 이번 선거 결과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있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부담을 덜게 됐다.
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광주가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대 '급소 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발표된 전략공천 결정 때문이었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공천 개혁'을 이유로 야권 지지층이 두터운 광주에서 이례적인 전략공천을 단행했고, 이에 일찌감치 출마를 준비해온 강운태 전 시장과 이용섭 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공천 잡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윤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이 "안철수 측근 챙기기", "낙하산 공천"이란 비판이 당 안팎에서 쇄도했고, 광주지역 당원들의 무더기 탈당이 이어졌다. 윤 후보의 지지율도 공천 발표 보름이 지나도록 세 후보 중 꼴찌를 기록했다.
안철수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4주년을 맞아 광주를 찾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가는 곳마다 시위 행렬이 따라다니고 '계란 세례'까지 등장하는 등 말 그대로 '봉변'을 당해야 했다.
선거 구도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대 탈당한 무소속 후보의 '집안 싸움'과 다름 없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에서 야당이 아슬아슬한 승패를 걸어야 하는 접전 지역이 된 셈이다.
한 때 광주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풍(安風)'의 진원지 중 한 곳으로 불렸지만, 측근에 대한 전략공천으로 이번 선거가 안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 성격으로 변한 것이다.
安, '최대 위기' 극복…광주서 '체면치레'
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안철수 대표도 몸을 낮췄다. "돌팔매 맞더라도 광주가서 사과하라"(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당 안팎의 지적에, 안 대표는 선거기간 수 차례 광주를 찾는 등 '윤장현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야당 지도부가 13일에 불과한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텃밭'이나 다름없는 광주를 보름사이 세 차례나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와중에 한 때 안 후보와 연대설이 돌던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일 "누가 (당선)돼도 우리 식구"라며 윤 후보에 대한 '비토'에 가까운 발언을 하자, 두 인사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등 선거 막판까지 당내 갈등이 폭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사실상 '광주 올인'의 모습을 보이자, 여론도 서서히 움직였다. 선거 초반 세 명의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윤 후보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무서운 추격세로 승기를 잡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하루 전인 3일까지만 해도 "경합 우세"(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이라며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지만, 막상 결과는 '박빙'을 넘어선 약 25%포인트 격차의 '낙승'이었다.
광주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천에 대한 불만이 일시적으로 끓어올랐지만, 결국 당 후보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윤 후보가 선거 초반 인지도가 거의 없었지만 깨끗한 '정치 신인' 이미지가 오히려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측불허의 선거전 끝에,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 이후 단 한 차례도 무소속 시장을 배출한 적 없는 광주 민심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기초선거 공천 번복' 논란에 이어 이번 전략공천으로 당내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던 안 후보 역시 정치적 부담을 덜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광주시장으로 첫 공직을 시작하는 윤 후보에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사실상 안 대표에 기대 선거를 치른 윤 후보로서는 행정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또 이번 선거를 둘러싸고 광주지역 야권 지지층이 두 동강으로 갈라진 후유증을 봉합할 숙제 역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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