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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용꿈' 물거품…'몽연자실' 암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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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용꿈' 물거품…'몽연자실' 암흑기

중도 확장력에 한계 보여…대선주자 MJ 어디로 가나

정몽준 후보에게는 뼈아픈 패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인 정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10%포인트 대로 뒤처졌다. 기존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두 자릿수의 격차는 끝내 따라잡히지 않았다.

패배 요인의 첫머리에는 세월호 참사로 정부·여당에 불리해진 여론 지형이 놓인다. 여야 모두 '안전 공약'을 내세운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불리한 여론 지형을 인물 경쟁력이나 치밀한 이슈 전략으로 뒤엎으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악재를 돌파해 내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평가다.

우선 정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은 김황식 전 총리를 꺾기 위해 '나도 친박'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박 시장과의 본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선 긋기가 없었던 것은 의아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의 악연은 당내 경선이 아닌 본선에서는 오히려 중도 확장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였지만, 이를 활용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냉정히 선을 그은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결국 세월호 책임론이 제기된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된 차기 리더로서의 면모, 대선주자급 '큰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보다는 상대 후보를 '좌파'라고 공격하는 정파적 모습만 부각됐다.

선거 캠페인 측면에서 보면, 초반 지하철 공기 질 이슈에 집중했으나 별 힘을 쓰지 못했고 후반의 이른바 '농약 급식' 의제 역시 기존 지지층의 결집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중도로의 확장력을 갖지는 못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공격적 자세는 '네거티브'나 흑색선전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정 후보 측이 제기한 공세는 안보관 등 색깔론 이슈, 박 후보 부인에 대한 유병언 회장 연루설이나 '1억 미용·성형' 의혹 등 전방위적이었다.

특히 선거 후반 정 후보 측이 힘껏 밀어붙였던 농약 급식 이슈는 초·중등학교 학부모인 40대까지가 핵심 타깃일 수밖에 없으나, 이들과는 상이한 세계관을 가진 고연령층과 우익단체가 앞장선 것이 이슈 확장성에 부정적으로 작동했다. 막판에 벌어진 우익단체의 '농약급식 진실규명' 촛불시위와 삭발식 등은 '아스팔트 보수'의 정서를 대변할 뿐이었다. 이 때문에 급식 안전성에 국한됐어야 할 이슈가, 이미 유권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무상급식' 정책 전체에 대한 공격처럼 비치기도 했다. 우파 진영에서 '무상급식이라더니 농약급식이었다'라는 주장까지 나온 것은 이 지점에서 전술적 착오였다.

'적진'인 박원순 캠프에서조차 이런 평이 나왔다. "이슈 선정과 캠페인 둘 다 실패했다. (의제를) '안전'으로 가면서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쓴 것은 굉장히 어긋난 잘못된 전략이었다." (30일, 임종석 전 의원)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저녁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편에 앉은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화면을 지켜보며 말아쥔 손을 입에 갖다댔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보인 이같은 실책은 일전에서의 승패를 넘어 정치인 정몽준의 향후 행보에도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하나였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는 것이 도리"라며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으나 이를 곧이듣는 사람은 드물었다.

돌이켜보면 출마부터 걸음이 엉킨 느낌도 없지 않았다. 불과 올해 1월 3일까지만 해도 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선 내가 직접 후보가 되는 것보다 능력있고 자격있는 우리 당 후보들을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출마를 고사했다. 그러나 이틀 후 친박 주류인 홍문종 당시 사무총장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려면 서울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하는 등 중진 차출론에 입각한 당 지도부의 압력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결국 정 후보는 1월 21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다"며 급선회했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고 나섰다는 명분은 챙겼으나,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나선 선거의 결과가 패배라는 것은 적지 않은 타격이다. 대망은 이대로 멀어지는 것일까? 시장 선거에 출마하느라 의원직도 사퇴해 이제 야인 신분이 된 그는, 당분간 정치활동을 중단하며 재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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