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 되는 날, 인천에는 비가 내렸다. 궂은 날씨 탓인지 추모글로 빼곡했던 분향소에 추모객 발걸음이 뜸했다. 일반 추모객이 줄어든 자리를 유가족 등 300여 명이 채웠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49재가 3일 오후 5시께 인천시청 앞 미래 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열렸다.
분향소 안에는 일반인 희생자 21명의 영정이 있었다.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던 용두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영정부터 20대 청년의 앳된 영정까지, 사진 속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자녀를, 어머니를, 아버지를,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들이 힘없이 영정을 향해 섰다.
묵념이 이어지고 곧이어 일반인 가족대책위원회의 한 유족이 '49재 추도사'를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모, 자녀, 형제자매가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음을 인정해야 하는 유가족은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고 찢어질 듯 아려온다"는 대목에 다다르자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21명의 영정에 차례로 절을 하는 순서가 오자 흐느낌은 곧 통곡으로 변했다. 어머니로 보이는 한 유가족은 "억울해서…너무나 억울해서"라고 말한 뒤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를 부축해서 데려가는 다른 유가족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곧 이어 또 다른 유가족이 절을 한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한참을 그대로 울었다. 한 유가족의 통곡이 멀어지면, 다른 유가족의 오열이 밀려왔다.
이날 일반인 가족대책위원회는 추도사를 통해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제2의,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를 질타하는 것이 유가족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아울러 "이번 참사로 대한민국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은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를 내팽개치지 말고, 정부에서는 진실한 자세로 책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특히 박 대통령을 향해 "우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은 세월호 유가족 면담에서도 배제됐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님이 우리 일반인 희생자들을 방치하지 마시고 인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시민에게는 "우리 유가족을 동정 어리거나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과 안전이 우선되는 나라로, 그래서 이 땅에 다시는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저희로 봐주길 바라며, 마음으로나마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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