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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진기승 씨, 33일 사경 헤매다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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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진기승 씨, 33일 사경 헤매다 운명

부당해고 판결 하루 전 자결 시도…신성여객은 판결 불복해 항소

자신을 해고한 회사 정문 앞에서 지난 4월 30일 목을 매 혼수상태에 빠졌던 전북 버스 노동자 진기승(47) 씨가 2일 오후 9시 5분께 끝내 숨졌다. 진 씨는 자결 시도 바로 다음 날 행정법원으로부터 '부당 해고' 판결을 받았으나, 이를 알지 못한 채로 33일간 병상에서 사경을 헤맸다.

앞서 고인은 재작년 11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해고됐다. 첫 번째 해고는 노조 탄압 중단과 미지급한 최저임금 지급, 근로기준법 보장, 식사시간 보장 등을 내걸었던 전북 지역 버스 파업에 참가한 후 단행됐다. 

이에 대해 지난해 1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해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부당해고를 판정하자 신성여객은 진 씨에 대한 해고 처분을 취소한 후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3월 진 씨를 재차 해고했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역시 부당해고라고 결정했으나 지난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노위의 결정을 뒤집었고 이로부터 8개월 후, 진 씨는 자결을 시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5월 1일 행정법원은 다시 부당해고를 판결했다. 

진 씨가 속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이하 공공노조)에 따르면, 진 씨는 해고 중에도 사측 관리자들로부터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복직시켜주겠다'는 등의 거짓 회유를 지속적으로 받아 절망이 커진 상황이었다. 

진 씨가 자결을 시도하기 얼마 전에 동료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들에는 "가정 파괴는 안 당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회사에)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 "사측 놈들 농간에 나 같이 놀아나지 마십시오", "내가 자존심 버리고 살아나려고 발버둥 쳤는데 나를 이용하네요. 용서하지 마세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진 씨의 자결 시도에 책임을 묻자 "신성여객 측은 '내가 죽으라고 했느냐'며 사과를 거부하고 노조와의 교섭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여객은 지난달 19일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공공노조 등은 현재 진 씨를 전주 대송장례식장에 안치하고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 중이다. 노조는 아울러 "진 씨의 자결은 신성여객을 비롯한 전북지역 버스 사업자들의 노조 탄압과 이를 수수방관한 전주시 및 전라북도의 무능·무책임이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전주에서 진 씨에 대한 "부당해고 및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의 투쟁은 두 번의 집회를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 강한 반발을 예고했다. 공영옥 공공운수노조·연맹 전북지역본부 조직국장은 2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아직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장례를 치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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