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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뭉치게 한 밥의 힘…"인스턴트라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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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뭉치게 한 밥의 힘…"인스턴트라도 괜찮아"

[TV PLAY] SBS 예능 <룸메이트>

지난 3월 종영한 tvN <식샤를 합시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나 혼자 산다> 등 이른바 '1인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와 예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성우, 이소라, 이동욱, 홍수현, 나나, 조세호, 서강준, 박민우, 찬열, 박봄, 송가연이 출연하는 SBS <룸메이트>는 이런 트렌드와 같은 듯 다른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다. 신성우와 이소라 등 오랫동안 혼자 살았던 연예인들을 섭외했다는 점은 현재 트렌드와 비슷하지만, 그런 연예인 11명이 한집에 모여 함께 산다는 설정은 '1인족' 프로그램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위치한다. 어떻게 보면 틈새 공략일 수도 있다.

▲ 11명의 연예인이 모여 함께 산다는 설정의 <룸메이트>. ©SBS

이제 막 4회가 방송된 <룸메이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연예인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이 신선하다는 호평과 이 많은 연예인들을 한데 모아놓고 공통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탓에 갈수록 산만해진다는 혹평으로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연예인들이 함께 방을 쓰고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는 분명 신선한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기존 이미지가 뚜렷했던 연예인들이 <룸메이트>를 통해 (사실은 그게 실제 모습일 수도 있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한때 모든 남자들이 닮고 싶어 하는 워너비 스타 '테리우스'였던 신성우는 자취 경력 35년차에 김장도 담글 줄 아는 자상한 '신엄마'로, 도도하고 시크한 오렌지 캬라멜의 나나는 밥솥에 적힌 현재 시각 '5:28'을 보고 "5분 28초가 걸린다"고 이해한 의외로 귀여운 푼수로, 차가운 깍쟁이처럼 보였던 여배우 홍수현은 눈물 많고 마음 여린 누나로, '국민 연하남' 서강준은 은근 허당으로, 언제까지나 웃긴 '양배추'인 줄 알았던 조세호는 새벽 스케줄 있는 박봄을 직접 배웅해주는 자상남으로 등극했다. 이만하면 <룸메이트>가 한 달 동안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다.

▲ 이동욱(왼쪽)과 조세호. ©SBS

물론 11명이 함께 살기 때문에 그들이 매일 한자리에 모여 앉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신 <룸메이트>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룸메이트끼리는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고자 미션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동욱과 조세호가 <겨울왕국> OST를 립싱크로 부른 영상을 패러디하며 더욱 가까워졌고, 가요계 선후배였지만 늘 어색한 관계였던 나나와 박봄은 <룸메이트> 덕분에 잘 통하는 4차원 자매로 발전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각자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룸메이트들이 각자의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의 설명. 실제로 최근 방송분에서 조세호는 홍수현에게 고민 상담을, 박봄은 조세호와 나나에게 연애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나나는 룸메이트 홍수현에게 오렌지 캬라멜 활동 당시 우울했던 경험을 털어놨고, 자신의 20대 시절이 떠오른 홍수현은 눈물을 흘리며 나나의 고민에 공감했다. 패션 사업을 하던 당시 "정신적으로 다시 올라올 수 없는 상태까지 내려갔는데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교회 덕분이었다"는 이소라와 "나도 기도 모임을 열심히 다녔는데 기도를 할 때마다 계속 눈물이 난다"던 홍수현. 결국 두 사람은 차를 세우고 내려서 서로 안아주는 것으로 상처를 보듬어줬다.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건 한 지붕 아래 같은 밥을 먹고 산다는 사실 덕분일 것이다. 밥을 처음 하는 나나와 홍수현이 인스턴트 요리와 진밥이 주 메뉴인 저녁 식사를 준비했을지라도, 중요한 건 모두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는 점이다. 새벽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야식을 먹으며 자신을 기다리는 룸메이트들이 있고, 다함께 만든 평상에 앉아 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 오렌지 캬라멜 나나(왼쪽)와 홍수현. ©SBS

사실 그들이 거창한 얘기를 나누는 건 아니다. 설거지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열정적으로 가위바위보를 하고, 점심 메뉴를 고심해서 결정하고, 지금 이 순간 나의 고민을 공유한다. 하지만 그냥 방송국에서, 촬영장에서 연예인 대 연예인으로만 만났다면 털어놓지 못했을지도 모를 얘기들. 방송 분량의 절반을 러브라인에 할애한다는 점이 여전히 불편한 지점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 <룸메이트>를 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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