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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의 진짜 정체는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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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의 진짜 정체는 '킹메이커'?

[기고] 도 넘은 네거티브는 제살 깎아먹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의 행보가 날이 갈수록 확실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다름 아니고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지 말고 얘기나 들어 보시길.

선거운동 초기 만해도 그는 서울시장을 징검다리 삼아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는 잠룡(潛龍)의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6․4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그의 행보에 이상한 감지되기 시작한다.

‘저이가 도대체 서울시장을 하려는 걸까?’ 하는.

우선 공약 두 개만 보자.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건 오세훈 시절 강행하다 실패한 사업의 짝퉁이다. 그런데 이 공약에 대한 회의론이 일자 “민자 30조 원을 투입하면 일자리 30만 개가 창출된다”고 주장한다. 마치 MB가 사실상 한반도대운하인 ‘사대강(死大江)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14조 원(실상은 22조 원)을 투입하면 11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던 것과 판박이다. 당시 생긴 일자리는 수천개에 불과했다. 6대재벌 건설사의 덤프트럭만 좋은 일 시켰다.

용산 공약 연장선상에 있는 ‘서울항 공약’은 더 황당하다. 서울~상하이, 서울~칭다오 간 국제 페리를 취항시키겠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잠수정 타고 들어온 북한 특수부대원들에게 서울을 고스란히 내주게 된다는 걸 보수 우익인 이 사람은 알까, 모를까?

뉴타운개발 재개 공약 역시 마찬가지. 오세훈의 짝퉁으로 정몽준 스스로 동작을구에서 재미를 본 공약이지만 박원순 들어서서 주민투표에 의해 이미 절반이 해제(폐기)된 사업이다. 이걸 되살리겠다니 역시 토건족 아들답다.

그것보다 더 한심한 건 따로 있다. 시종일관하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그는 관훈토론, 선관위 토론, 방송기자클럽 토론, 그리고 수다한 공개석상에서 박원순 흠집내기에 정신이 없다. 그것도 불확실하거나 말도 안되는 이슈로. 일일이 열거하기 귀찮을 정도다. 유치하고 저열하기 짝이 없다.

더 안타까운 건 고(故)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따님 김영명 씨다. 김 씨는 남편에 비해 평판이 좋은 주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언행을 보면, 남편 낙선시키기 작정한 사람처럼 보인다. 당과 남편에 이어 상대방 후보 부인을 흔들더니 되도 않는 조언까지 했다.

반면 박원순은 오히려 능글맞을 만큼 노회(老獪)하다. 정의 네거티브 공세에 ‘나 몰라라’하거나 침묵하다가 가끔씩 “내가 뭐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느냐?”하거나 “제발 좀 품격을 지키시라”고 준엄하게 꾸짖기도 한다.

문득 2002년 12월 18일 밤이 생각난다. 노무현과 단일화하기로 했던 국민통합21의 정몽준이 마지막 판에 배신 때린 사건 말이다. 그 바람에 애꿎은 회창객만 피해를 봤다. 그냥 놔뒀으면 패했을 지도 모를 노무현이 진보 표심의 집결로 회창객에게 신승(辛勝)한 거다. 킹 메이커로서 정몽준의 역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판 돌아가는 걸 보면, 정몽준은 서울시장직이나 대권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고(故) 김윤환(노태우, 김영삼 당선에 기여)처럼 ‘킹메이커’(노무현, 박원순)로서의 역할에 전념키로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원순은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5%로 시작한 무지렁이다. 그런데 안철수의 사퇴로 5기 잔여임기를 채웠고, 아직도 설거지 중인 새내기 광역자치단제장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몽준이 계속 네거티브를 하면 박원순만 거물로 크고 있다.

아무튼 인생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니까 뭐라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그의 인생 역정으로 볼 때,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든다. 하긴 킹보다 킹메이커가 더 멋있어 보일 수 있긴 하지. 그러면 그를 따르던 참모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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