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정조사를 위한 여야 협상이 진통 끝에 타결됐다. 지난 27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국회를 항의 방문해 노숙하며 기다린 지 꼬박 사흘 만의 일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에 대해선 조사대상 기관에 '청와대 비서실'을 적시해 사실상 김 실장이 출석토록 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29일 줄다리기 협상 끝에 이날 오후 국정조사 계획서에 합의했다.
우선 여야는 조사 대상 기관에 청와대 비서실을 적시하는 것으로 김 실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기관보고는 '각 기관의 장(長)이 한다'고 계획서에 명시한 만큼, 사실상 김 실장을 출석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이 국정조사까지 비서실장직을 유지할 경우 국정조사에 출석해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인의 이름을 명기하지 않고, '기관의 장'으로 합의한 만큼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출석은 불투명하다. 기관보고는 '현직 기관의 장'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이미 직에서 물러난 이들을 청문회에 부르려면 일반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의 추가 개편이 있을 경우 김기춘 실장의 출석 역시 불투명하다. 여야는 증인과 참고인 채택 문제에 대해선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반드시 채택한다"고 합의한 상태다.
이밖에도 조사 대상엔 세월호 참사 보도로 논란이 됐던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도 포함돼, 사장이 직접 출석해 보고하도록 했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국방부, 교육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경찰청, 전라남도, 진도군, 안산시, 경기도교육청,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도 조사 대상 기관에 포함됐다. 검찰청은 빠졌다.
모든 기관보고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국정원과 '위원회가 결정하는 기관'은 비공개 보고토록 하기로 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청와대 기관보고 역시 비공개로 할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공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조사 기간은 내달 2일부터 8월30일까지 총 90일로 정했다. 본회의 의결이 있으면 연장도 가능하다. 증인, 참고인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는 8월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실시키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국정조사 계획서가 진통 끝에 합의됨에 따라, 양당 간사는 오후 7시30분께 국회 의원회관에 대기 중이던 세월호 유족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한 뒤, 곧바로 첫 전체회의를 열어 계획서를 통과시켰다.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추인을 받은 뒤 이날 오후 9시30분께로 예정된 본회의에 국정조사 계획서를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자체적인 논의 끝에 여야 합의 사항을 수용키로 했지만, 국회에서 사흘간을 꼬박 기다리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 유족은 양당 간사의 설명을 들은 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문제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끝날 것을 왜 사흘씩 끌었는지 답답하다"면서 "세월호도 똑같이 기다리라고 했다가 침몰했다. 정말 억울하다. 이런 식으로 국회가 세월호처럼 침몰해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