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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거저 먹기나 무임승차는 안 될 말"

대선주자와 구 여권 싸잡아 강력 비판

개헌 발의 철회 이후 오히려 현실정치 대한 발언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권 주자들과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았다.

먼저 노 대통령은 여러 대권주자를 향해선 '요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분들의 행보를 보면 어쩐지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든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노 대통령은 4.25재보선 결과에 대해선 "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요즘 정치권 안팎의 논의 내용들이 '다 마음에 안 든다'는 식이다.

"남의 재산 뺐아 깔고 있는 것 있으면 돌려줘라"

2일 청와대브리핑은 '정치지도자, 결단과 투신이 중요합니다'와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라는 두 편을 글을 공개했다.

재보선 직전인 지난 달 23일 직접 작성한 첫 글에서 노 대통령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여러 대선 주자들을 직설적 어조로 비판했다. 특히 지난 달 30일 낙마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직접적 '비토론'으로 해석되는 대목도 포함됐다.

노 대통령은 "주위를 기웃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투신해야 한다"며 "나섰다가 안 되면 망신스러울 것 같으니 한 발만 슬쩍 걸쳐놓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될성 싶으면 나서고 아닐성 싶으면 발을 빼겠다는 자세로는 결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권력의 자리든 지도자의 다리든 둘 다 그리 만만한 자리는 아니다"며 "하늘이 도와야 하는 자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권력의지가 대권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한 노 대통령은 "오늘날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우리가 도전하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지나온 인생 역정과 잘못한 일을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이명박 등 재산과 도덕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경제가 나쁘다', '민생이 어렵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며 "아무 대안도 말하지 않고 국민들의 불만에 편승하려 하거나 우물우물 국민들의 오해와 착각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소신도 아니고 대안도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거저 먹으려 하지 마라"

노 대통령은 정운찬 전 총장을 거듭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은 정당에 들어가야 한다"며 "거저 먹으려 하거나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있는 당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을 만들거나, 당이 갈라져 있어서 곤란하다 싶으면 당을 합치는 데 기여하거나, 당이 합쳐지지 않으면 스스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 당이 통합해 자리를 정리해 놓고 모시러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며 "민주주의에는 삼고초려 같은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선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것이나 경선판도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당 주변을 기웃거리기만 하는 것 모두가 경선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 직후에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보따리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당의 파행상은 탈당파와 통합파 책임"

노 대통령이 이와 별개로 27일 작성했다는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구 여권에 대한 격렬한 비판으로 점철됐다.

노 대통령은 4.25 재보선에 대해 "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역성이 강한 두 곳에서는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승리하고 지역성이 강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후유증을 겪는 한나라당 처지를 덮어주기 위해서이거나, 비껴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당 상황을 일방적으로 책망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 지도부는 곤경에 빠진 정당을 수습하기 위해 억지로 짐을 진 사람들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면죄부를 준 후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통합파'를 공격했다.

최근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두 사람 역시 노 대통령의 비판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5년 전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당의 주류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팽개치고 정체성도 가능성도 모호한 다른 후보와 접촉하면서 자기들이 선출한 당의 후보를 흔들었다"며 "승리에 급급해 한 일이겠지만 자칫 그 일 때문에 승리를 놓칠 뻔 했다"고 지난 2002년 자신의 대선 후보 시절 지방선거를 회고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은 '2007년의 탈당파·통합파=2002년 당시의 후단협'이라는 등식을 세웠지만 자신이 '영남지역에서 광역단체장이 한 석이라도 당선되지 못하면 후보 재신임을 묻겠다'고 먼저 말했던 사실이나 자신이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후보와 단일화에 나선 일의 연장선 상에서 대권을 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역주의에 기대면 안 돼"

대신 노 대통령은 "물론 우리당의 연이은 선거 패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후 당이 책임을 놓고 그렇게 싸우지 않았더라면, 어렵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끈기 있게 국민을 설득해 왔더라면 당의 존립 자체가 표류하는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기본을 바로잡고 다질 때"라며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대의"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상생과 통합이 아니라 대결과 분열의 정치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고 단언했다.

'서부벨트 부활'과 이른바 '대통합'에 대한 반대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다음은 2일 청와대브리핑에 게재된 노무현 대통령의 글 두 편 전문이다(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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