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은 한국의 꾸리찌바(브라질 남부의 생태도시)가 될 수 있을까?
개발 공약이 난무하는 지방선거에서 '녹색'을 내세워 승승장구한 이가 있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 그는 지난 2번의 과천시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왕따' 의원으로 지낸 것도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과천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시의회 의장을 맡았다.
6.4 지방선거에선 과천시장에 도전한다. 당선된다면 아시아 최초의 녹색당 출신 시장이 된다고 한다.
유흥업소 웨이터가 된 후보들? 명함만 돌리지 말고 연설을 하자
서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정치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정의당 황순식 후보와 후보 단일화 과정을 꼽을 수 있다. 서형원 후보는 정당 간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지난 3일 진보정당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패배한 황 후보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뛰고 있다.
"정말 어렵더라. 함께 활동한 사람끼리 경쟁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후보 경선에 시민배심원단이 3400명이 참여했다. 과천에서 실제로 투표하는 사람들의 10%에 달하는 숫자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약속을 지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단일화를 이뤄냈다는 것에 모두들 놀라더라. 황 후보와 저 모두 지역에서 그만큼 대중적 기반이 있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또 서 후보와 녹색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녹색'을 실천하고 있다. 대형 유세차량을 쓰지 않고 자전거 뒤에 작은 앰프를 싣고 골목 골목을 누비며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방식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이 유세 차량을 동원하는데 2000-3000만 원이 들고, 그 돈은 세금으로 보전이 된다. 이렇게 유세 차량을 통해 녹음한 연설 내용을 틀고, 노래 틀고, 홍보 영상 트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하는데, 저는 선거는 연설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선거 유세가 '나는 무슨 당 공천 받았어요'라고 명함 돌리는 걸로 끝난다. '유흥업소 웨이터식 선거'다. 각종 장비를 갖고 자기가 직접 몸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서 보여주는 것은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이다.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하면 '연설'이 떠오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면 대 면으로 눈을 맞추면서 얘기하고 약속하는 옛날 방식을 복원하는 게 새정치라고 생각한다."
새정치, 지역에서 숙성돼야 진짜다
'새정치'라는 익숙하지만 정체 불명의 단어가 나오자, 서 후보가 생각하는 새정치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새정치는 지역에서 숙성돼야 한다. 새로운 가치에 기반한 활력으로 지역에서 주민들과 섞여 피어나야 새정치가 되는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보면 제3당에 대한 요구가 매번 있다. 공고한 양당 구조 속에서 제3당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가 큰 선거로 날라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왜? 솔직히 시간과 땀을 투자하지 않아서다. 새로운 정치를 실험하겠다는 사람들이 그저 선거를 후보 얼굴을 알리는 장으로만 활용한다. 솔직히 이기기 어려운 큰 선거에 도전하고 자기 지명도를 높이는데 만족한다. 정말 지역에서 도전해 새정치의 내용이 뭔지 보여주고 확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가 지난 8년간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숙성시킨 새정치의 내용은 무얼까?
"정보공개와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노력을 해왔다. 2010년 선거 이후 생각지도 않게 시의회 의장을 맡게 되어 한 일이 시의회 건물에 북카페와 열린강의실을 만든 것이다. 북카페에 예산안 등 행정자료들을 시민들이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열린강의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역에 공부모임과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졌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는 시의회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강해졌다."
물론 소수정당 후보로 당선 가능성을 자신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천 상황만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해오던 행태가 주민들을 돌아서게 하고 있다. 현 시장이 새누리당 출신이고 3선 시장이다. 이른바 3대 개발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한 삽도 못 떴다. 이번에 새누리당은 안양에 살던 분을 전략 공천을 한다며 후보로 내세웠다. 이 분의 주요 공약이 과천을 강남벨트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좋은 학교 나온 변호사이신데 지역에서 딱히 두드러진 활동을 하시진 않았다. 과천에서 새정연은 그간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 입장에선 대화가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정치인이 누구냐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나라가 밑바닥을 알 수 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고, 정치는 이 과정에서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있다. 만나는 어르신들을 이렇게 설득한다. 과천이 다른 지역의 희망이 되면 어떻겠냐.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이 하고, 야당이 잘못하면 여당이 하는 정치가 아니라, 공동체를 복원하고 주민들을 보호하는 정치를 하는 희망의 도시가 되자고 말씀드린다. 저라는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이런 주장에 대해선 다들 동의하신다.
시장이 된다면 한 도시를 경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일인지 보여주고 싶다. 과천의 경우 인구 1인당 따지면 한 해 예산이 300만 원 정도 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과연 이 정도의 혜택을 개인들이 누리고 있나? 정치적으로 소외돼 있던 이들이 활성화되어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누리는 과정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또 이를 통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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