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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복지 후퇴, 새누리당에 백기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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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복지 후퇴, 새누리당에 백기투항?

[김윤태 칼럼] 미국은 왜 복지국가를 반대할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지방선거에 ‘안전’을 첫째로 내세운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공약은 없다. 새누리당은 ‘개발’을 강조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복지’를 강조하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약이 없다. 2010년 ‘무상급식’을 필두로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복지 이슈가 정국을 주도했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올해 3월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취지문에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의 전략적 조합을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민주당의 주요 정책인 ‘보편복지’는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으로 후퇴했고, ‘경제민주화’는 '성장'과 '고용'이 함께하는 '민주적 시장경제‘로 둔갑했다. 이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팽개친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복지‘와 ’경제 활성화‘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정책 변화가 중도 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스스로 평가했다. 이게 과연 중도일까? 

선별복지 대 보편복지?

2차 세계대전 이후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복지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교육, 의료 분야 등에서 ‘보편적’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도 100퍼센트 보편복지 또는 선택적 복지를 선택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의료보험 제도가 사보험 중심이고 극빈층을 위한 메디케이드만 정부가 지원하고 자산조사를 통한 공공부조 수급자를 선별하지만, 고등학교까지 보편적 교육을 제공한다. 스웨덴에서는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이 모든 시민들에게 유치원부터 대학원 교육까지 보편적으로 제공되지만, 공공부조는 자산조사를 통해 제공된다. 그러나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전반적으로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공부조는 극빈층을 위한 예외적 제도일 뿐이다.

보편복지와 자본주의 경제의 결합

스웨덴 정치학자 보 로스타인는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의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선별복지체제에서 국가는 극빈층을 위한 직접 지원에만 관심을 가진다. 누가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결정하기 위해 자산조사와 같은 엄격한 관료적 통제가 필요하다. 반면에 보편복지체제에서 국가는 가능한 관료적 통제를 없애고 간단한 기준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한다. 연령, 성별, 소득과 상관없이 자녀의 수나 질병 진단만 알리면 된다. 그러나 보편복지는 서비스의 범위가 광범하기 때문에 조세 수준이 높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1930년대 스웨덴 사민당 정부의 칼 크리스챤 스타인크와 구스타프 뮬러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스웨덴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한편, 기업이 경영이 어려울 경우 노동자를 해고할 자유도 보장되며 최저임금 제도도 없다. 높은 수준의 보편복지제도와 자유시장경제가 공존한다. 미국 사회학자 레인 켄워시는 북유럽 모델이 “자유, 유연성, 시장의 역동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경제적 안전을 촉진하고, 기회를 확대하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당연하게도 스웨덴 국민들은 높은 경제 경쟁력과 사회적 형평성을 유지하는 보편복지국가를 지지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보편복지를 지지하는 이유는?

사회학에서 ‘복지태도’의 차이를 설명하는 구조적 특성은 계급, 자기이해, 특정한 가치와 규범을 만드는 사회화 유형을 지적할 수 있다. 동시에 경제위기, 실업, 인종적, 문화적 동질성, 정치적 선호 등 상황적 요인도 복지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가운데 자기이해와 사회정의에 관한 신념체계는 상이한 복지태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로 고려된다. 스웨덴 등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시민들은 복지혜택의 적용 대상이 광범하고 지원의 정도가 관대하기 때문에 복지정책에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반면에 미국 등 자유주의적 복지체제에 사는 시민들은 복지혜택의 포괄 범위가 좁고 지원의 정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부정적 복지태도를 가진다. 

보편복지 체제를 선택한 스웨덴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복지 경험을 가진다. 스웨덴에서는 국가가 모든 아동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돌봄은 단순하게 여성의 부담이 아니다. 이로 인해 스웨덴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가지며, 고용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갖는다. 또한 스웨덴 노인들은 국가에 의해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요양 돌봄의 혜택을 받는다. 당연히 은퇴 후 노인이 될 중장년층도 비슷한 혜택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과정은 스웨덴 여성과 노인을 보편복지체제의 주요한 지지 세력으로 만든다. 이처럼 국가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복지제도의 혜택에 따라 시민들은 특정한 복지제도에 대한 선호를 갖는다.

미국 사람들이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자산조사에 따라 복지를 제공하는 제도가 많다. 따라서 복지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다. 놀랍지 않게 공공부조 수급자의 자격 여부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다. 특히 흑인, 유색 인종, 싱글 맘, 알코올 중독자 등 ‘자격 없는 사람들’이 복지 수급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지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더 높을 뿐이다. 

미국 사회의 취약한 노동운동,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부재, 계급정치의 약화로 인해 공공부조와 사회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적 동원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시민들이 교육, 보건, 보육, 노인을 위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다. 왜 그럴까? 복지가 자격 없는 빈곤층을 돕는다는 생각 때문에 친복지세력의 결집이 약하다. 국가 차원의 정치적 노력보다 ‘자격 있는 빈곤층’만 선별하는 개인적 자선과 기부가 낫다고 굳게 믿는다. 

공공부조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인종주의적 편견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공공부조의 주요 수급자가 흑인일 것이라는 백인의 편견은 공공부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켰다. 결국 복지에 의존하는 흑인 빈곤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조작되면서 백인 노동자와 중산층의 공공부조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커졌다. 결국 공공부조는 인종주의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선별복지를 강조하면 결국 최후의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지킬 수 없게 된다.

빈곤, 개인 책임인가? 국가 책임인가?

선진 산업국가의 빈곤정책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각국의 빈곤정책은 그 나라의 경제구조와 사회정치적 제도와 긴밀한 연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대중의 지지에 따라 빈곤정책의 성격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사회보험 제도는 가입자의 기여금을 토대로 운영하는데 반해, 공공부조 제도는 일반 조세로 재정을 충당하기 때문에 납세자의 지지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의 80퍼센트가 빈곤을 국가의 책임이라고 보는 반면에, 미국 사람의 80퍼센트는 빈곤을 개인 책임이라고 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인가?

빈곤 문제가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자유주의 복지국가에서는 공공부조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높지 않다. 이에 비해 모든 계층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복지제도를 발전시킨 독일과 스웨덴에서 공공부조 제도는 제한된 역할만 갖고 있으며, 대중의 부정적 평가도 적은 편이다. 

중요한 점은 역설적으로 공공부조의 역할이 적은 국가일수록 빈곤율이 오히려 낮다는 사실이다. 공공부조가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면 공공부조의 역할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한 이후에 수동적 급여를 제공하는 공공부조보다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사회보험과 복지제도가 더욱 중요하다.

왜 세금을 더 내야하지?

미국에서도 복지에 대한 관념적 지지도는 낮지 않지만, 많은 시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에 비하여 충분한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증세를 하더라도 늘어난 재정이 자신이 선호하는 복지제도에 투입되어 원하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소득세율과 사회보장 부담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고, 전국 차원의 소비세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다시 다수 시민들이 선호하는 복지제도에 투입되는 재정의 규모를 제한한다. 

스웨덴은 보편복지제도에 대한 다수 시민들의 높은 체감도를 바탕으로 세금 인상에 대한 단기적 저항을 역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보편복지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역진적 소비세의 증가도 대다수 국민이 수용한다. 최근에는 보수적 정당도 증세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다. 반면에 미국의 친복지 세력은 다수 국민이 선호하는 복지제도를 둘러싼 복지정치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복지에 대한 관념적인 지지를 극복해내지 못한다. 

정치적 지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복지 혜택은 복지 제도를 통하여 제공되므로, 개별 복지 제도에 대한 선호가 전반적인 복지태도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건, 교육, 보육, 요양과 같은 보편복지제도와 노인, 장애인 등 ‘자격 있는’ 사람들에게 표적을 맞춘 복지제도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에 공공부조, 실업보험 등 주변화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복지제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가 약하다. 

이러한 개별 복지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상이한 태도는 1980년대 이후 '복지국가 재편(welfare state resettlement)'의 양상을 설명하는 유력한 변수가 된다.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사회보험에 대한 높은 지지가 급격한 ‘복지 축소’를 막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보수적인 대처와 레이건 집권 기간에도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지지는 감소하지 않았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사회보험이 복지제도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제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복지국가의 축소 시도는 공공주택과 공공부조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잔여적 제도에서만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인의 복지태도 달라졌다

미국과 스웨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이한 복지체제는 복지제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서로 다른 복지국가의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체감한 복지국가의 경험은 다시 개인의 정치 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제도적 상호작용이 복지체제의 형성 이후의 정치적 환경과 지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에서도 ‘복지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이 3분의 2를 넘고 있지만, 모든 복지제도에 대해 동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개별 복지제도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2014년 1월 나와 서재욱이 <동향과 전망>에 출간한 ‘한국의 복지태도와 복지제도’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이 연구는 2010년에 수행된 한국복지패널 5차년도 자료를 분석하였다), 교육과 아동이 있는 가족 지원을 지지하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반면, 실업대책과 고용보험을 지지하는 응답률은 가장 낮았다. 발전주의 시대에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경험과 더불어 맞벌이의 확산에 따른 돌봄 부담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실업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오랜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 국민연금에 대한 지지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국민연금의 넓은 사각지대, 낮은 보장 수준, 미래의 수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하여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보편주의적 성격을 가진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가운데 가장 지지도가 높았다. 

다른 중요한 사실은 빈곤층 또는 임시직·일용직 등 근로자의 사회보험을 위한 지출의 확대를 지지하는 응답 비율이 중산층 이상 또는 상용직 근로자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되어 있더라도 보장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사회보험에 더 우호적이었다는 사실은 복지정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진보정치가 고심해야 할 대목이다. 

어떤 복지제도가 좋은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보편과 선별의 대상을 합리적으로 구분하고 재정 여건에 맞게 단계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 여건”과 “단계적 시행”이라는 기준은 간단하지 않다. 2014년 지방선거 정책공약집 ‘더 줄지 생활공약’에서도 공약 선정 기준과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학문적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보편복지’를 내거는 동시에 ‘무상복지’를 주장하면서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보편복지가 곧 무상복지라는 오해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무상복지를 제공하는 복지국가는 없다. 모든 복지는 사회보험 가입자의 기여금과 정부의 조세로 충당한다. 그러나 경제적 격차에 맞서 보편적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시민들에게 성, 연령, 소득에 상관없이 보편복지를 제공하는 정책은 복지국가의 궁극적 목표이다. 우리 국민이 만든 건강보험, 의무교육, 보육료와 양육수당이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진보세력은 모든 시민에게 제공하는 의료, 교육, 보육 등 사회서비스의 보편복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취소와 포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야당이 과연 여당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해보이지 않는다. 201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은 “빈곤 소외계층부터 우선적으로 집중하여 빈곤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다음에 재정 여력에 따라 복지 지출을 중산층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기조라고 강조했다. 과연 여당과 여당의 차이가 무엇인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복지 후퇴’는 중도 지향이 아니라 새누리당에 백기로 투항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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