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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개월 아내를 지키려 했는데, 거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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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개월 아내를 지키려 했는데, 거꾸로…"

[기고] 민수 씨와 가족에게 용기를!

한국사회에 이주민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들의 활동반경도 많이 넓어졌다. 꼭 TV나 영화, 스포츠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제는 심심찮게 이주민들을 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주민들도 많아졌다. 그들 중 한 사람에 대해 주목해주시길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필자>

네팔 출신 티베트인 민수! 분명 이주민이지만 ‘이주민’이라고 이름붙이기 민망한 ‘이주민’이다. 태생(?)부터 한국인인 나보다 더 한국어를 잘 구사하고, 나보다 더 한국음식을 고루고루 잘 먹고, 아이도 무려 3명이나 낳아 아이 하나 낳고 ‘땡!’ 쳤던 나보다 더 한국의 인구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했고, 갖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한국인들과 만나고 체험해서 NGO에서 내내 일해 온 나보다 더 다양한 한국인들을 만나온 친구, 이 정도면 누구라도 ‘이주민’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민망하리라. 그가 민수 씨다.

민수 씨의 본명은 ‘라마다와파상’. 그렇지만 한국사회에는 민수라는 이름으로 널리널리 알려져 있다.

▲네팔 출신 티베트인 민수 씨. 본명은 '라마다와파상'이다.ⓒ<부천타운> 김영의 기자
나는 민수 씨의 본명을 최근에 서울중앙지검에서 발부한 벌과금납부명령서에서 보았다. 그에게 부과된 벌과금은 480만 원. 적은 금액이 아니다. 금액 자체도 적지 않거니와 어떤 행위에 대해 480만 원의 벌과금이 부과된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이주민의 경우,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않았다면 추방대상이 되는 금액이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서 올해로 결혼 9년차이고, 세 아이가 있고, 비록 빚투성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일한 티베트음식점을 호구지책으로 운영하고, 그렇게 이 땅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바쁜 민수 씨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480만 원이라는 큰 벌과금을 받았을까.

지금도 명동의 카페 ‘마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2010년에 있었던 명동 재개발(일명 '명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광풍은 민수 씨가 전재산과 전재산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열었던 티베트식당 포탈라에도 들이닥쳤다. 운영한 지 3년차가 되어 이제사 조금 알려지고 자리잡으려던 시점이었다. 세입자였던 민수 씨가 재개발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2000만 원, 투자금은 1억9000만 원이었는데. 그 돈으로 어디 가서 무엇을 하면서 처자식을 먹여살릴 수 있었겠는지….

이렇게 해서 민수 씨도, 가족들 누구도 결코 원하지 않았던 재개발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다. 민수 씨와 가족들에게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시작된 것이다. 철거 용역들이 식당 앞 골목을 점령하면서 식당은 파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빚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했고, 한국생활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가족의 미래가 달렸던 식당이 밤사이 어떻게 될 것 같아 식당바닥에서 잠을 자야했다.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런 민수 씨를 두고 중구청 어떤 담당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이니, 당사자가 아니니 빠지라’고 했단다.

그 와중에 임신 2개월인 민수 씨의 처는 세입자대책위원장이 되었고, 그 덕인지 철거용역이 밀쳐 유산될 뻔하기도 했다. 민수 씨는 뇌수막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어느 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철거용역에게 얻어맞기도 했다.

‘외국인’이란 것은 많은 경우에서 행동을 제약한다. 한국인들이라면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 법한 일에도 참아야 하고, 존대를 하면서 말해야 하고, 뒤돌아서 속으로 분을 삼켜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누구보다도 한국을 잘 아는 민수 씨는, 그래서 식당을 지키고 임신 2개월의 아내를 지키면서도 철저히 비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단지 피켓 들고, 구호 외치고 항의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썼다. 철거용역이 조작을 한 것이다. 이미 병원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민수 씨의 폭력으로 부상을 당했다고 뒤집어씌웠다. 재판과정에서 그걸 밝혀내고 무죄를 받느라 2년여가 걸렸다. 분하고, 이해할 수 없고, 악다구니같은 일들을 겪어내느라 2년여를 버텨 폭력은 무죄를 받았지만 그 대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집행방해라는 올가미가 씌어져있었다.

세상일이란 게 아마도 사슬처럼 이어지는가보다.
민수 씨와 그 가족들이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던 그 벌과금은 벌과금으로 그치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않고 살다보니 모든 것이 안정적이지 않고 ‘당사자가 아닌 취급을 받는’ 남편을 보다 못한 아내의 권유로 민수 씨는 한국인으로 귀화신청을 했다. 그런데 귀화신청이 불허되었다. 불허의 이유는 ‘범죄경력과 품행미단정’

바로 그 벌과금이 범죄경력과 품행미단정의 근거가 되었다. 민수 씨와 가족의 인생을 뒤흔들어놓았던 명동 재개발은 이렇게 또다시 민수 씨와 가족들의 삶에 커다란 바윗돌을 던져 넣었다. 바윗돌의 무게가 너무 묵직했으리라. 억울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자신을 끝까지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 사랑하는 처와 아이들과 함께 내내 살고자 했던 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나를 밀어내도록 내가 파렴치한 잘못을 저질렀나? 생계대책을 하루아침에 빼앗아 가버리고, 임신한 아내를 밀쳐 넘어뜨리는 그 상황에서, 남편인 나는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나? 한국인들은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하나? 라는 끝없이 이어지는 의문들.

민수 씨는 법무부의 귀화신청불허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에 호소해보기로 했다. 민수 씨에게 올가미를 씌운 바로 그 법에 호소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한국은 법치국가라고 하니까.

민수 씨의 이 기막힌 사연을 듣고 민수 씨의 친구들 몇몇이 팔을 걷어붙였다.

행정소송이 오래 걸릴 테니 민수 씨를 지지하고 용기를 줘야겠다, 많은 한국인들이 왜 민수 씨가 한국인으로 귀화하면 안되는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야겠다, 벌과금을 내지 않으면 지명수배자가 된다니 벌과금을 안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알리기라도 하자, 아예 모금을 하자. 뭔가 용기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보자, 법원에 탄원서를 내기 위해 서명도 해보자.......

이렇게 해서 ‘민수 씨와 가족의 친구들’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저녁 6시-9시, 종로 3가 포탈라 종로점에서 민수 씨와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는 후원파티를 하기로 했다.

민수 씨에게 용기를 주고 함께 힘을 합치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라도 민수 씨와 가족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민수 씨와 가족의 친구가 되기에는 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그냥 이 후원파티에 오셔서 맛있는 티베트음식도 먹고 민수 씨와 가족들에게 용기도 주고 해주시면 고맙겠다.

포탈라 종로점 : 종로구 관철동 35-2 지하 1층 전화 : 070 8112-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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