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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촛불이 눈물로 불렀다…"은화야, 민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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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촛불이 눈물로 불렀다…"은화야, 민지야"

또 반복된 막무가내 체포…고등학생 1명 포함 30명 연행

"저희가 진도 내려갈 때마다 밤 12시만 되면 바다를 향해 이름을 부릅니다. 희한하게도 모든 가족이 모여 이름을 부르면 그 다음 날 꼭 나옵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마이크를 양손으로 꾹 움켜쥐었다.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학생들과 선생님 이름을 선창할 테니 함께 외쳐달라고 했다.

"조은화입니다. 은화야!"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목놓아 따라 외쳤다. "은화야!"

"윤민지입니다. 민지야!"

곳곳에서 우는 이들이, 고객 숙인 이들이 보였다. "민지야!"

"양승진 선생닙입니다. 양승진 선생님!"

억울하게 놓쳐버린, 꿈에라도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의 이름이 비통하게 서울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참사 39일째인 24일 현재, 아직 차가운 바닷 속에서 건져내지 못한 이들은 16명이다.

▲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 촛불행동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실종자 학생들의 이름과 선생님 이름을 하나씩 목놓아 불렀다. ⓒ프레시안(최형락)

"아이는 없고 저는 이 자리에 있습니다. 꿈이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촛불 시민들 앞에 섰다. 가족들이 국민에게 부탁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1000만 인 서명' 중 50만 개가 이날 이들에게 전달됐다.

유 대변인은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저는 아직도 왜 제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출발할 때부터 바로 지금 이 시각까지 아무리 곱씹어봐도 아이들은 티끌만큼도 잘못한 게 없는데 제 아이는 제 앞에 없고 저는 이 자리에 있습니다. 꿈이면 좋겠습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 나라가 세월호마냥 침몰해가는 그 순간에 있다"며 "이 대한민국, 소생시켜야겠습니다. 살고 싶은 나라, 내 아들딸이 영원히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특히 잊지말아주시고 함께하신다는 뜻을 보여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천만의 약속 모으자"

618개 시민·사회단체로 22일 출범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2차 범국민 촛불 행동 행사의 부제를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천만의 약속'으로 정했다.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뜻에 따라 천만인 서명을 호소한다는 취지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작된 이 날 집회는 가수 윤영배 씨의 노래 공연과 가수 한선희 씨의 '얘들아 올라가자' 추모공연, '가만히 있으라'의 제안자 중 한 명인 청소년 양지혜 씨의 단원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등으로 구성됐다.

23일 총파업을 결의한 언론노조 KBS 본부 권오훈 위원장은 "늦었지만 다시 시작하겠다"며 "KBS를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기 위해 오직 국민만 믿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소년 양지혜 씨의 편지 낭독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했다. 양 씨는 "오늘로 여섯 번째 추모 행진에 참여했다"며 "때마다 누군가와 함께 걷기 참 좋은 날씨였다"고 했다.

그는 "같은 고등학생 입장에서 여러분을 생각했다"며 "산 자의 의무를 우는 데서 멈추지 않겠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청소년으로서 더는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대책위에 속한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또한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이 사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 정부와 국회에만 맡겨둘 수 없다. 유가족들이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천만인 선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프레시안(손문상)

또 반복된 막무가내 체포…고등학생 1명도 연행

7시 30분께 집회를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가만히 있으라', '박근혜도 조사하라', '실종자를 찾아내라', '골든타임 청와대는 뭐했나', '박근혜 퇴진' 등을 적은 피켓과 현수막이 들고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예정된 진로에 따라 청계광장에서 종로3가 쪽으로 행진하던 참가자들이 돌연 진로를 바꾸어 보신각 사거리 앞으로 향한 때는 오후 8시 30분께. 대치 시작 약 15분 만에 노동당 당원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경찰과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종로 경찰서 경비과장이 9시 7분에 세 번째 해산 명령을 했고 9시 19분 즈음에 "여러분은 모두 체포 대상이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방송했다. 이때부터 민주노총 유기수 사무총장,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송경동 시인, 쌍용차 해고자 1인 등 총 30명이 연행됐다.

특히 방송 차량 위에서 발언을 하던 송 시인을 차량 아래에서 잡아끌며 연행해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했다.

▲ 방송차량에 올라 발언하는 송경동 시인.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5분께 송 시인 등을 끌어내려 연행했다. ⓒ프레시안(손문상)

경찰은 참가자들을 쪼개고 고립시키며 강제로 인도 쪽으로 밀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과 신승철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연행을 각오하고 마지막(10시 30분께)까지 도로에서 버텼다.

앞서 신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께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깊은 분노를 넘어 행동하기로 우리는 분명히 약속했다"며 6월 말 정치 총파업 강행을 재확인한 바 있다.

노동자들과 함께 이날 앞장서 행진했던 이들 중에는 고등학생 등 청소년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경찰의 무차별 연행은 고등학생도 빗겨가지 않아 경기도에 사는 18세 박 모 군이 연행돼 동작서로 이송됐다가 25일 오전 1시께 풀려났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서명 100만 개를 목표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인다. 이와 함께 마지막 실종자가 돌아올 때까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현장취재팀]

취재 : 최하얀, 서어리 기자
사진 : 최형락, 손문상 기자
SNS 생중계 : 이명선 기자
* 그 외 이날 촛불 행동에 참여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들이 취재를 도왔습니다.
* 시시각각 집회 상황은 프레시안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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