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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홍보실 등 길환영 측근도 "사장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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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홍보실 등 길환영 측근도 "사장 물러나라"

홍보실 팀장 두 명 보직 사퇴, '수신료 추진단' 팀장은 공개 비판

한국방송공사(KBS)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에서 촉발된 '길환영 사장 사퇴' 요구가 길 사장 측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KBS와 길 사장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온 홍보실 팀장급 인사 두 명이 보직 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의 팀장급 인사도 공개적으로 길 사장의 용단을 촉구했다. 담화문 발표가 자신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길 사장의 예상과 달리, 되려 퇴진 운동을 독려하는 촉진제가 된 셈이다.

길 사장 담화문 발표 다음날인 22일, KBS 홍보실 이종수, 안현기 팀장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 '코비스'에 공동으로 글을 올려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현재 KBS가 처한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지나친 관심과 해석은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SNS 홍보 담당. 안 팀장은 언론홍보 담당으로서 그간 대중과 언론에 KBS를 알리고 길 사장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길 사장의 '입'을 대신한 이들의 사퇴로, 길 사장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KBS 본사 직원들의 보직 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총국 간부들도 일제히 보직을 내려놓았다.

이날 부산
·대구·광주·제주 등 8개 지역총국의 보도국장들은 '반성합니다. 사퇴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KBS 로컬뉴스를 책임지는 보직 간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보직을 내려놨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6시 현재, 보직을 사퇴한 간부는 본사 부장급 22명, 본사 팀장급 187명, 지역 국장 8명, 지역 부장급 42명, 앵커 14명 등 총 273명으로 집계됐다.

ⓒ프레시안(서어리)

"길환영, 물러나시라" 사내 게시판 글, 법무팀이 임의 삭제

길 사장에 대한 반발은 사장 직할 부서인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내부에서도 나왔다. 21년 차 중고참 오성일 팀장은 이날 코비스에 '해명 잘 들었습니다.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길 사장의 전날 해명은 사내 구성원들을 설득시키기에 역부족이었고, 따라서 일련의 보도 개입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팀장은 "빼라, 바꿔라, 대놓고 지시하지는 않으셨을 듯합니다. 꼼꼼하고 치밀하신 분이니 사사건건 그렇게는 안 하셨을 것 같다"며 "그러나 '좋은 의견’이라고 전달했다는 것들이 공교롭게도 권력에 이롭거나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관련 보도는 왜 20분 이내에 소화되어야 하는 것이냐"며 "사장께서 수신료 현실화를 통해 어깨를 겨루어 보자는 BBC 사장도 보도국장에게 그런 가이드라인을 주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금 자신에 대한 퇴진 압박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 때문이었다는 길 사장에 해석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후배들이 침몰하는 KBS의 저널리즘을 탄식하며 반성문을 올렸다. 그때 사장님도 함께 아파하며 반성하고 계셨냐"며, 또한 "유족들이 효자동으로 가지 않았다면 사장께서는 반성도, 사과도, 대화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긴 해명에도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해명이 있기 전까지는 사퇴를 거론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망설임 없이 요구할 수 있겠다. 이제 더 해명할 것이 없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물러나달라"고 요구했다.

오 팀장은 말미에 "지난 7년여의 기간, 실무자로서 수신료현실화 추진에 참여해 온 터라 더더욱 마음 속 혼란이 컸다"며 "국민들의 냉소 속에서도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들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이는 것이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작은 불씨나마 살려가는 길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 팀장의 글은 그러나 게시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내려졌다. 사내 법무팀이 삭제한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무팀이 오성일 팀장의 글을 아무 이유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삭제됐다"고 밝혔다. KBS 본부에 따르면 법무팀이 글을 삭제한 이유는 '공사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KBS 본부는 "'코비스’는 직원이면 누구나 글을 쓰고, 답글과 댓글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또 찬성과 반대라는 의사표시도 가능한 여론 광장"이라며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공간에 법무팀의 감시가 시작되고, 정치적 의견이나 회사에 대한 비판글을 대부분 삭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팀장의 글은 오후 6시 현재 KBS 본부 명의로 다시 게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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