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총리 안대희…남재준·김장수 사표 수리

김기춘 비서실장 유임되나?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 총리 후보자에 안대희(60)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의 사표도 전격 수리했다. 그러나 국정 난맥의 축으로 지목받는 김기춘 실장의 거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대로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해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위해 새 국무총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안 대법관은 대법관과 서울고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하며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통해 소신 보여줬다"며 "따라서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영입 문제로 박 대통령과 한 차례 마찰을 빚은 뒤 정치 일선을 떠나 있었다.

안 전 대법관은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며 얻은 대중성과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미지가 발탁 요인으로 꼽힌다. 평생 공직에 머물며 재산도 많지 않아, 국회 인사청문회를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 출신인 정홍원 전 총리에 이어 안 전 대법관의 총리 발탁으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인 '법조 중용'이 이번에도 재확인 된 점이 약점이다.

청와대는 안 전 대법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총리의 제청을 받아 후속 개각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이 따라 개각 시기는 6.4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1955년 생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중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만 25살에 당시 최연소로 검사에 임용됐다.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 1, 3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2·3부장을 거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다.

2003년 대검 중수부장 때는 나라종금 사건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했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치며 현역 의원들을 줄줄이 구속해 이름을 날렸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중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자금을 찾아 이를 환수해, 추징금 환수 시효를 늘려놓았다.

박 대통령은 한편 "청와대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시비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의 논란 속에도 적극 옹호해 온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사표도 수리했다. 남 원장은 이번 세월호 사건과는 한발 떨어져 있으나 전반적인 인적 쇄신을 위한 문책성 사표 수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왕실장', '기춘대원군'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를 밝히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야당은 남 원장, 김 안보실장과 함께 김기춘 실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