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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경찰이 유골함도 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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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경찰이 유골함도 탈취"

"생모가 '유해라도 돌려달라'했지만…캡사이신 쏘고 강제진압"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뿌려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분회장이 20일 오후 끝내 화장됐다. '유해라도 돌려달라'는 염 씨의 친모와 동료들을 향해 경찰은 캡사이신을 난사했다.

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이날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염 씨에 대한 소산 절차가 경남 밀양 공설화장장에서 진행됐다. 고인의 부친 의지에 따른 일이다.

염 분회장의 동료와 생모가 화장장을 찾아 '유서 내용을 지켜야 한다'며 장례를 만류했으나 장사는 강행됐다.

류장현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교육선전부장은 "동료 100여 명과 생모가 화장이 끝난 '유해라도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캡사이신(최루액)까지 난사하며 강제진압을 하고 유골함을 빼돌렸다"며 "생모는 망연자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 강남의 서울의료원에서 부산의 행림병원 장례식장으로 운구된 것으로 알려졌던 고인의 주검이 어떻게 밀양화장장으로 운구됐는지는 수수께끼다.

류 교선부장은 "행림병원에 빈소가 차려지긴 했었으나, 알고 보니 시신이 없는 가짜 빈소였다"며 "조합원들이 부산 경남 지역의 화장터를 전부 뒤져 오늘 아침에야 밀양화장장에서 장사를 지낼 거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류 교선부장은 "경찰로부터 이날 오전 9시 장례를 치른다는 것을 전해 들은 언론사 기자들 또한 시신이 밀양에 있단 사실을 모르고 행림병원으로 모여들었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16일 강원 강릉시의 한 해안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염 씨는 '제 시신을 찾으면, 승리의 날에 화장하여 뿌려주십시오'라는 유서를 남겼다. 당시는 지회가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 폐지 △근로기준법 준수 △생활임금 보장 등을 내건 총파업에 돌입하기 사흘 전이었다.

유서에 따라 염 씨가 발견되고 이튿날, 노조와 고인의 양친은 모든 '장례 절차를 노조에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작성하고 시신을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했었다. 그러나 18일 오후 경찰이 장례식장에 들이닥쳐 25명을 연행하고 주검을 강제 이송했다. "고인의 부친이 삼성전자와 보상금 합의를 끝내고 가족장을 치르기로 마음을 바꾼 결과"라고 지회는 보고 있다.

▲ 20일 오후 삼성전자서비스 고(故)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이 동료와 생모의 반대 속에 화장됐다. 경찰은 '유해라도 돌려달라'는 이들을 캡사이신을 쓰며 진압 후 유골함을 확보했다. ⓒ금속노동조합 제공

경찰 "부친 요청에 따른 것일 뿐 탈취는 아니야"

한편, 경남경찰서와 밀양경찰서 측은 부친의 보호 요청에 따라 경력을 투입한 것일 뿐 유골함을 탈취한 것은 아니라고 반론했다. 왕춘우 경남서 홍보실 경사는 "유골함에 경찰이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고 아버지가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모친의 의견보다 부친의 요청을 우선해 경찰이 공권력 행사 결정한 근거는 뭐냐는 질문엔 밀양서 측은 "양측의 의견이 달라 해결이 안 될 것 같았다"며 "나중에 (부와 모가) 소송을 하더라도 강력하게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아버지에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꼭 캡사이신까지 쓰며 진압해야 했느냐란 질문엔 "노조원들이 현관문 앞을 완전히 봉쇄해 경찰이 중간에 고립된 상황이었다"며 "물러나라고 해도 안 물러나 그런 장비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론했다. "생모가 캡사이신에 맞았을 수는 있으나 혹시 그렇더라도 우리가 생모를 향해 쏜 것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경찰의 이 같은 반론에도 이번 공권력 사용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경찰이 양친의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사적인 장례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엄연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이런 경우 충분한 중재 노력을 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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