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간부의 유서가 공개됐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간부, 숨진 채로 발견)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양산센터 분회 염호석 분회장은 지난 15일 오전 4시께 직장 동료에게 문자를 남긴 뒤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틀 뒤, 그는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곰두리 연수원 뒤 공터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승용차 안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불러온 명백한 학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염 분회장의 삶은 삼성의 '시스템경영'이 어떻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고인은 월세집에서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젊은 노동자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0년 6월 입사해 가전제품 방문수리 기사로 일을 시작했으나 건당수수료제와 극심한 감정노동이 야기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근무환경으로 힘들어 2012년 10월 퇴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듬해 2월 숙련기사를 원하는 사측 요청으로 재입사하기도 했고,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도 꿋꿋이 버티며 성실히 일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삼성에서 만든 역사적인 노동조합. 고인은 누구보다 헌신적이며 누구보다 민주노조를 아끼던 노동자였고, 지난해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과 함께 조합원에 가입했으며 8월 양산센터 분회장으로 선출된 후 가장 앞장 서 투쟁해왔다"며 "조합원들을 향해 일상적으로 가해지던 모욕과 몰상식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동료 노동자들의 모범이었으며 민주노조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헌신적인 활동가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은 위장폐업 철회하고, 생활임금 보장할 것"과 "노동조합 탄압 중단하고, 고인 앞에 직접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염호석 분회장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저를 친동생처럼 걱정해주고 아껴주신 부양지부(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여러분 또 전국의 동지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마련 부탁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 양산분회 분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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