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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반성문 "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현장] "단원고 교사들, 마지막 순간 천사의 모습이었을 것"

"우리는 대체 무엇을 가르쳤는가. 매 순간 문득문득 하루 일상 전체에 슬픔이 밀려오고 분노가 끌어 오른다. 우리 모두의 심장에 가시가 박혔다. 선생이어서 어른이어서 할 말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학교와 교육이 침몰하고 말았다"며 통한의 반성문을 써내려갔다. 25년간 참교육을 외쳤지만, "치열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회한도 담겨 있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참석한 교사들에게 "획일적 통제와 복종이 강요하는 교육체계를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지켜만 본 것은 아닌지, 방종한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저 꼭대기에서 오만방자함을 일삼는 이들이 책임을 질 때까지 투쟁하겠느냐"고 물었다. 7000여 명의 교사들은 바로 "투쟁"이라는 답했다.

교사들의 이 같은 외침은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의 일'이며 '그 순간,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라는 자문에서 비롯됐다.

추모사를 한 전북지부 고창지회 동호초등학교 교사 노유림 씨(26)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하며,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외쳤다. 노 씨는 이어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오히려 교사들의 집회 참여를 막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우리는) 그들의 말대로 감정도 숨긴 채 가만히 지내야만 하는 존재일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가한 초등학교 교사 서 모 씨(41, 경기도 수원)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교사 모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말했다. 동료 교사가 희생당한 측면에서는 피해자지만, 교사로 안전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측면에서는 가해자라는 것이다.

'나의 일'이 될 뻔했던 세월호 참사에 교사들의 무기력은 더해졌다. 이들은 단원고 학생들이 찍은 침몰 당시 영상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고, 단원고 교사들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엔 눈물을 떨궜다.

경기지부 안산지회 안산고등학교 교사 김명하 씨(30대)는 추모사에서 "생존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단원고 교사들은 구명조끼를 입는 시간까지도 아까워했다"며 "교사 중 그 누구도 학생을 버리려 했던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보다는 학생을 먼저 생각했던 단원고 교사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함께 사고 당시의 순간을 설명했다. 고(故) 강민규, 고창석, 김초원, 남윤철, 박육근, 이해봉, 이지혜, 전수영 교사 등 하나 같이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까지 벗어주며 학생들을 구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김 씨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단원고 교사들은) 그 마지막 순간, 천사의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9일 안산 문화공원 추모 집회에 참여한 단원고 학생들의 부탁을 대신 전했다.

"눈앞에서 친구들이 수장되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차분히 있으라'고 했다. 그래서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살아 돌아온 친구는 단 한 명도 없다. 우리 속은 타들어가는데, 하다못해 썩어 문드러지는데, '속내를 드러내지 말라'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러나 더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우리의 목소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어른이 되어 달라."

강남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안 모 씨(40대)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교사이자 엄마로, 무엇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전체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단합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악화시킨 무책임한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교조 소속 교사 43명은 지난 13일 청와대 게시판에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의 탐욕을 저지하고 무능과 무책임, 기만과 교만에 가득 찬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전교조는 15일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방침을 '후안무치'라고 규정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전국 1만5853명의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참교육 사수 전국교사대회 교사선언


우리의 요구

1.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민간주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라.
2. 아직도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실종자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총력을 기울여라.
3. 세월호 참사 재발 방지와 국민의 생명, 안전, 인권 보호를 위한 근본 재책을 마련하라.
4. 타율과 복종, 차별과 불평등을 강요하는 죽음의 교육을 중단하라.
5. 재벌만 우대하고 단 한 명의 국민도 구하지 못한 총체적 무능·무책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

우리의 결의

1.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다.
2.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촛불, 모든 투쟁에 적극 참여한다.
3.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투쟁에 함께할 것을 결의한다.
4. 교육과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교육 혁명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 전교조 교사 7000여 명은 집회 마무리 후, 청계광장으로 이동했다.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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