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생존자 황 모(61) 씨. 그는 1980년 5월 18일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항쟁에 참여했다. 27일 새벽 전일빌딩 앞에서 붙잡혀 총 개머리판과 군홧발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해 허리를 심하게 다쳤으며, 나중에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그는 상무대 영창에 끌려가 모진 고문에 시달린 후 구속 수감된 바 있다.
그 후 34년간 그는 광주 금남로 도청 앞을 찾지 않았다. 그는 "광주에서는 매년 5월 17일 금남로 도청 앞에서 행사가 열리고, 희생자가 많이 나왔던 5월 27일에는 부활제가 열리는데, 그 현장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며 "그때의 아픔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현장을 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현장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황 씨는 "사진 작가의 권유로 현장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도 두 달이나 걸렸다"며 "현장에 가니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힘들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아픔을 피한다고 해서 치유되지 않고, (아픔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도 몇 번 더 가서 현장 사진을 찍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황 씨처럼 5·18민주화 운동 유공자들이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오월 광주 치유 사진전'이 오는 25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광주트라우마센터(센터장 강용주)와 5·18기념재단은 5·18민주화운동 34주년을 기념해 '기억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오월 광주 치유 사진전'을 지난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 5월 29일부터 6월 15일까지 대구 예술발전소, 10월 16일부터 26일까지 부산 민주공원에서 개최한다.
전시 작품은 5·18 유공자 9명이 지난해 광주트라우마센터가 진행한 '사진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진 치유 전문가의 지도로 촬영한 사진이다.
강용주 센터장은 "이번 사진전은 광주가 1980년의 기억 이후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지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시된 사진들은 프로그램 참여자인 5·18 유공자 9명만의 작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작품인 만큼, 사진을 함께 보면서 모두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나눠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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