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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세월호 사고 당일 '허위 보고' 받았다"

무책임한 안행부 장관 "구조 책임은 해경"

"탑승자 476명(추정)."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안전행정부 보고서에는 여전히 세월호 탑승자 수가 '추정'으로 돼 있다.

14일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무책임한 모습이 낱낱이 드러났다. TV 보도 채널을 보고 사고 소식을 파악하고, 청와대에는 문자로 보고를 하는 등 갈팡질팡한 중대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초기 구조 실패 책임을 해경 탓으로 돌리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해경에 책임 떠미는 안행부 장관 "해경이 총괄, 해경이 자료 안줘"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병규 장관은 "구조 책임은 해경이 현장에서 총괄 지휘한다"며 "중앙대책본부는 보고를 받은 상황을 종합하고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 상황 최종 책임자인 장관이 해경에 책임을 떠미는 것으로 읽힌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장관은 해경이 초기 구조 작업에 실패, 현재 수사 대상이 돼 있는 상황과 관련해 "초기에 이런 혼선이 빚어진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잠수사 현황, 활동 이런 문제는 저희가 해경 보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거듭 책임을 해경에 돌렸다.

강 장관은 세월호 승선 인원 집계 등이 수 차례 바뀐 것과 관련해 "중대본에서 직접 거기에 분석할 상황은 못됐다"며 "관련 부처의 자료를 입수해 (종합해서) 발표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세월호 승선 인원이 476명으로 돼 있는 것과 관련해 강 장관은 "현재까지 추정"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탑승자를 476명으로 추정하고 그 숫자에 맞춰 생존자, 실종자, 희생자를 나눈 것 아니냐"며 "그럼 정확히 실종자가 28명인지 모른 채 추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등이 476명의 세월호 탑승자 명단을 요구하자 강 장관은 "해경이 주지 않는다"며 "(476명 명단은) 해경이 갖고 있으니 해경이 보고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순간 회의장에서는 고성들이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안행부 장관은 해경청장, 해경 국장보다 못한 사람이냐. 지금와서 또 책임질만한 일이 생기니 해경에게 답변을 받아서 알려드리겠다고 한다"며 "안행부가 자료 제공을 하지 않아서 16일부터 언론보도를 다 뒤져서 탑승자 명단을 일일이 작성하고 있다. 전부 언론에 나간 자료들이다. 왜 명단이 필요하느냐, 국회와 안행부, 복지위 등이 공동 TF를 구성해 의사상자 지정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대운 의원은 "장관, 정신 나갔느냐. 해경이 안 준다? 말 같은 소리를 하라"고 발끈했다. 이에 강 장관은 "제가 말씀을 잘 못 드렸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 장관은 중대본이 청와대에 최초 보고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누구에게 보고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 장관은 이날 "9시 31분에 청와대에 문자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이 "전화로 안하고 문자로 보고하느냐"며 "누구에게 보고했느냐"고 하자 강 장관은 "제가 알고 있기로는 자치행정비서실하고 몇 군데에 했다"며 "(누구에게 보고했는지는) 명단을 봐야 하는데, 일단 하는대로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배가 침몰하는데, 한 시간이 다 됐는데, 청와대에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보고 한 사람이 장관인데 보고 받은 사람 누군지 실명 공개가 안되느냐"고 질타했다.

김현 의원은 "국가재난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가 상황실에 설치된 TV뉴스를 보고 사고를 접수했다"며 "사고 접수 27분이 지나 방송을 보고 알았다는 것인데, 이미 당시에는 수차례 신고가 접수되고, 세월호에서는 제주 VTS에 배가 넘어간다고 통보하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안행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를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오후 5시 10분 경 중대본을 찾은 박 대통령이 "지금 많은 승객들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묻자 안전행정부 이경옥 2차관(중대본 부본부장)은 "40명 가량 투입해서 (선내로) 들어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현 의원이 공개한 해경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잠수요원 투입 현황은 "오후 1시, 10분간 8명, 오후 3시, 30분간 4명, 오후 5시 57분, 33분간, 4명"이라고 돼 있다. 결과적으로 보고 시점을 전후로 잠수요원 투입 인원은 총 16명에 불과했다. 중대본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구조 작업이 잘 되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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