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언제쯤 4차 핵실험을 할 것인가? 풍계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임박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기술적 준비과정과 외교적 고려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4차 핵실험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회의 틈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막을 수 있다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3번의 핵실험이 주는 교훈
지금까지 북한은 세 번 핵실험을 했다.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협상 사이클로 보면, 장기적인 교착 국면에 이루어졌다. 2006년 10월, 2009년 5월, 2013년 2월은 협상 노력이 무산되고, 북미, 남북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다. 북핵문제에서 대화가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2013년 5월 최룡해가 중국에 특사로 가서 만들어진 일시적인 대화 국면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대립국면으로 전환됐다.
둘째, 세 번의 핵 실험은 항상 운반수단의 성능실험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2006년 7월에 대포동 2호를 발사했고, 2009년에 광명성 2호, 그리고 2012년 12월에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북한은 핵실험에 앞서 2006년에는 핵실험 3달 전, 2009년에는 1.5개월 전, 2013년에는 2달 전의 시점에, 인공위성으로 주장되는 장거리 운반수단을 발사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핵실험을 주목하고 있지만, 운반수단의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기술적 향상은 알기 어렵다. 폭발력만 놓고 보더라도 지질, 폭발구조, 완충장치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다. 3차 핵실험 역시 12kt에서 40kt까지, 기관별로 측정방식에 따라 추정하고 있는 위력의 격차가 크다. 2차 실험부터는 제논이나 크립톤과 같이 핵실험 시 분출되는 방사능 분질을 포집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핵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3차 핵실험의 경우, 플루토늄인지 농축 우라늄인지를 알 수 없었다.
4차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지진파를 통해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핵종이 무엇인지도 북한이 밝히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
그리고 세 번의 실험 사이의 시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핵실험은 3년 간격으로 이루어져왔다. 핵실험의 우선적인 목적은 기술향상에 있다. 지금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추가 핵실험의 기술적 준비 기간이었다. 과연 2013년 2월 이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적 향상을 이루었는지를 지켜볼 일이다.
현재 외교적 기회는 대체로 소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미국 또한 협상 의지가 없음을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표했다. 중국의 중재 노력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측 6자회담 대표의 3월 방북과 4월 방미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지난 주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이 미국을 방문해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협의를 했지만, 반전의 소식은 없다.
중국 변수를 어떻게 해석할까?
한국이나 미국 변수는 더 이상 변화가 없을 것이다. 북한도 이점을 알 것이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 중국 변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북·중 관계를 재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5월 최룡해를 특사로 보내면서 겨우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이나 미국의 제재가 지금보다 강화되어도 현실적 효과는 크지 않다. 북한과의 실질적인 경제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80% 이상을 차지한다. 위탁가공을 비롯한 산업협력과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물류․관광 협력, 광물 수출도 대부분 중국과 이루어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경제발전을 중시한다. 최근 박봉주 내각의 경제적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중 경제관계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한미 양국은 중국이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에 한미 양국의 핵 포기 환경 조성을 부탁한다. 안타깝게도 중국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줄 수 없다. 한미 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의 중재는 어렵다.
그러면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수 있을까? 최근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자동제재 조항, 즉 트리거 조항을 걸어놓았다. 중국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제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는 단순하지 않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 내의 대북한 인식은 악화될 것이다. 시진핑 체제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중국은 분명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집단자위권을 비롯한 군사 대국화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미국 또한 대중국 억지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중국의 외교 전략과 상충하는 결과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대북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중 관계라는 구조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중국의 딜레마를 활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응은 마땅치 않다. 중국은 형식적인 수준은 몰라도 실질적인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 어렵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중국 내부의 논란은 심해지겠지만, 전략적 검토의 결과는 새롭지 않을 것이다.
핵실험 중단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핵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변수다. 우리 정부는 핵실험을 하면,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없다. 정부는 관중이 아니다. 지나가는 행인도 아니다. 바로 당사자다.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안보딜레마의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억지력의 강화가, 결국 북한의 핵 억지력의 대응을 낳고, 그것이 다시 억지력의 명분으로 작용하는, 끝을 알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안보를 강화했는데, 결과적으로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이 딜레마의 끝은 어디일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