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데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니까 준비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경제와 같은 비정치적인 부문에서 북한과 접점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월 26일부터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해 경제개발구를 살펴보고 온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박경애 교수는 북측의 경제 발전이 남한에도 나쁜 것이 아니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13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공개 간담회에서 박 교수는 "북한 사람들이 배우려는 열망이 정말 대단하고 한편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기도 한다"며 경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북한이 스스로 경제 개발과 관련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없으니까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제개발을 위한 전력이나 도로, 통신 등 북한 내 산업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북한의 산업 인프라 구축 수준에 대해 박 교수는 "나진, 원산 등은 도로 사정이 괜찮았지만 새로 개발하는 경제개발구 같은 경우 도로포장도 아직 안 돼 있다"며 "(북한 관계자들이) 다른 나라는 산업 인프라를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 관계자들에게 정치적인 상황만 좋아지면 경제 개발과 관련한 지식을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분들은 남쪽 사람들이라고 말했다"며 "외국 전문가들만 북한에 올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문가와 기업가들이 함께 북한에서 (경제 개발과 관련한) 회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남한의 대북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북측 관계자로부터) 그런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현재 유엔 안보리 제재 등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제재가 많아 해외자산 유치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되면서 북한의 경제개발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경제개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계획을 해야 하고 나름의 절차도 있다"며 "한 사람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 계획이 다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도 어쨌든 시스템이 있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동물 사냥하고 송이버섯 캐는 관광? 절대 하지 마!
박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개발구를 둘러보면서 겪었던 흥미로운 일화들도 풀어냈다. 북한이 신평에 관광개발구를 조성 중인데 북한 관계자가 박 교수에게 사냥과 송이버섯 채취, 나물 채취 등을 관광상품에 연계시키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자연을 보존시켜야 한다. 절대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양에는 동물 애호가들이 많기 때문에 사냥은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또 송이버섯이나 나물을 채취하는 것도 금방 씨가 마를 거라고 이야기했다"면서 "대신 이 자연을 잘 보존해서 돈을 좀 더 받더라도 고급스러운 관광지를 개발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청진 경제개발구에서의 일화는 경제개발구에 대한 북측 관계자들의 열정을 보여준다. 박 교수 및 일행이 청진 개발구에 도착했을 때 북한 관계자 몇몇이 끙끙대며 칠판 크기만한 그림판을 하나 가지고 나왔다. 그림판에는 청진 개발구 계획도가 그려져 있었다. 북한 관계자들은 그 계획도와 부지를 대비해가면서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좋을지 박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후에 다른 경제개발구를 방문해서도 이와 같은 노상회의는 계속됐다.
한편 박 교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특별히 신경쓴 마식령 스키장이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마식령 호텔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며 “북측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호텔에 방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스키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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