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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두 남자, 그들의 뜨거운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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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두 남자, 그들의 뜨거운 심장

[TV PLAY]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닥터 이방인>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이의 슬픔. 요즘처럼 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적이 또 있을까. 공교롭게도 최근 SBS에서 방송을 시작한 신작 미니시리즈들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SBS의 월화 미니시리즈 <닥터 이방인>과 수목 미니시리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각각 1회에서 주인공이 눈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

▲ <닥터 이방인>. ©SBS
<닥터 이방인>의 박훈(이종석)은 어린 시절 유능한 외과 의사인 아버지 박철(김상중)이 김일성의 심장 수술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에 가게 되면서 그와 동행했다. 뒤통수에 총구가 겨눠진 채 아버지가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본 훈과 그런 아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수술을 성공시킨 이들 부자는, 그들이 더 이상 쓸모없어지자 내치기로 결심한 정치인 장석주(천호진)에 의해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만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따라 의대에 진학한 훈은 그곳에서 첫사랑 송재희(진세연)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그 앞에 놓인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훈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며 헤어진 재희와 어렵사리 재회하고 철은 아들을 위해 한국으로 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하지만 아버지를 두고 자신만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훈은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원치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아들을 위해 철은 죽음을 선택한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은대구(이승기)는 정체 모를 괴한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은대구가 되기 전 김지용이라는 이름이었던 열다섯 살의 소년은 눈앞에서 죽어가는 어머니를 보면서도 숨어서 숨죽인 채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강력 사건의 목격자였던 어머니는 담당 형사인 서판석(차승원)의 설득에 의해 사건의 증인으로 나서지만 그 보복으로 살해를 당했다. 크게 다쳤지만 아직 살아 있던 어머니는 괴한으로부터 대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 <너희들은 포위됐다>. ©SBS
지용은 이후 대구라는 이름으로 신입 형사가 되어 강남경찰서 형사 팀장이 된 판석과 재회한다. 오직 어머니의 살해범을 잡기 위해 형사가 된 그는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판석의 부하가 되어 그의 곁에 섰다. 대구는 어머니의 죽음에 판석이 관련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메디컬부터 첩보와 멜로까지 복합장르를 표방하는 <닥터 이방인>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인 훈을 연기하는 이종석의 호연으로 먼저 눈길을 끌었다. 이종석은 지난해 KBS <학교 2013>과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고운 외모에 국한되지 않는 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드라마 현장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 이종석은 외모에서 주는 선입견과 달리 의외로 남자답고 강한 심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아버지와 첫사랑을 잃은 슬픔을 품고 있는 훈은 그에게 꽤 어울리는 옷처럼 보인다.

야망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인생 따위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치인 장석주와 앞으로 훈과 대립하게 될 유능한 의사 한재준(박해진)이 정치와 메디컬 양쪽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캐릭터 구성도 안정적이다. 다만, 1, 2회는 복합장르의 단점도 함께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장르물이 그 특성상 스토리라인에 대한 예상이 쉽다는 한계를, 복합장르는 이야기의 갈래를 다채로운 방향으로 풀어내면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닥터 이방인>은 장르의 클리셰들을 노골적으로 배치하며 이야기에 필요한 연출이 아닌 장르에 필요한 연출로 여겨지는 순간을 다소 과하게 노출했다. 특히,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스펙터클 효과를 노린 액션 연출은 지나치게 길게 편집되어 굳이 이 흐름에서 이 장면이 이토록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더욱이 완성도 낮은 합성 작업으로 인해 몰입도 쉽지 않았다.

한편, 강남 경찰서를 무대로 갓 형사가 된 신입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표방하는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다소 과장된 연출 속에서 배우들의 적응도가 달라 아쉬움을 준다. 정극과 희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차승원을 비롯해 중견 배우들이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이에 비해 사명감이 아닌 각기 다른 현실적이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형사가 된 네 명의 캐릭터 은대구, 어수선(고아라), 박태일(안재현), 지국(박정민)을 연기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편차가 드러났다.

▲ <닥터 이방인>에서 박훈을 연기하는 이종석(위),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은대구를 연기하는 이승기. ©SBS

<닥터 이방인>의 진혁 감독과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유인식 감독이 SBS 드라마국의 에이스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컸다. 동시에 이제 갓 시작한 작품인 만큼 아직 속단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상파의 아성이 새로운 시도에 과감한 케이블을 비롯한 비지상파 채널들의 진화와 도약에 점점 위협 받고 있다. 그럼에도 SBS 미니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젊고 화제성 있고 새로운 기획의 드라마를 선보여 왔다.

문제는 기획의 신선함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전작 <쓰리데이즈>가 방영 전의 기대와 초기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 한 이유 중 하나도 충분하지 못한 완성도에 있었다. <닥터 이방인>의 전작 <신의 선물 – 14일> 역시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생방 촬영을 의심하게 한 어설픈 편집을 비롯해 연출에 있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멜로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에 치중되었던 국내 드라마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면서 안방극장을 즐기는 재미가 훨씬 풍부해졌다. 하지만 장르물은 연출의 완성도가 더욱 요구되는 분야다. 제작비와 제작 기간 등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극본에 비해 실제 결과물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한국 드라마가 단순히 병원에서 연애하고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수준에서 벗어난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왜 병원과 경찰서가 이 드라마의 무대여야 하는지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닥터 이방인>과 <너희들은 포위됐다>은 이런 아쉬움을 얼마나 해소하고 기대 이상의 놀라움을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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