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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방관한 한국 사회"···고교생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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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방관한 한국 사회"···고교생들의 절규

안산에서 단원고 학생들 추모 문화제 열려···"유족에게 예의 지켜달라"

부끄러운 어른들이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자리였다. 세월호를 침몰하도록 방관한 것은 바로 한국 사회라며 "이제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냐"는 학생의 호소에 그 어떤 어른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

9일 오후 안산 시내 24개 고등학교 학생회 회장단이 모인 안산고교회장단연합(Chairman Of Ansan·COA)학생 200여 명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침묵 행진을 열었다. 이들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화랑 유원지부터 안산 시내 중심가인 고잔동의 문화광장까지 행진하며 단원고 학생들과 세월호 침몰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 9일 오후 행진을 마치고 안산 고잔동 문화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노란색과 흰색 종이를 이용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을 형상화한 모습. ⓒAP=연합뉴스

행진 이후 문화광장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는 3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참석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경안고등학교 3학년 김해성 학생은 사고 직후 제대로 된 구조를 하지 못했던 해경과 오보를 연발했던 언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정부를 비판하며 이 사회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해성 학생은 "세월호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을 때 제지하던 이들이 있었나. 구조를 기다리며 선장의 지시에 따라 객실에 남았던 그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냐"며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괄시받은 안전이 이 사고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제가, 저희가, 우리 모두가 무능했다. 당신들을 지키지 못한 정부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는 언론, 책임을 상실한 선장과 선원,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침묵한 우리가 이번 사고를 만들었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키지 못한 당신들을 미래의 대한민국은 잊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 가슴으로 기억해 바꿔내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들을 삐뚤게 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김해성 학생은 "반인륜적인 모욕을 가하며 유족들을 빨갱이로 몰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어른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는 "유가족을 헐뜯고 정치색을 입히는 행위를 그만둬달라"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켜달라. 그분들의 슬픔에 공감해달라"고 호소했다.

선동당한 학생? 우리는 추모하기 위해 모인 것

이날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추모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경안고등학교 우숭민 학생회장은 "저희의 순수한 마음을 왜곡하려는 일부 언론들에게 부탁의 말씀 드리겠다"며 "(우리는) 하늘로 간 단원고 친구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가슴 속 깊이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우숭민 회장은 "저희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곳에 모인 것이다. 언론과 우리 사회가 이런 우리의 마음을 왜곡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슬픔과 애도 속에는 정치적 이념 대립도 없고 세대 간 갈등도 없고 그 어떤 다른 목적도 없다. 부디 우리의 이러한 순수한 마음만을 진실되게 취재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산고등학교 배창현 학생회장 역시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모인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적 성향을 대변하고자 모인 것은 더더욱 아니"라면서 "단지 우리의 친구였고 가족이었던 사람들, 저희를 사랑하셨던 선생님들을 앞으로도 잊지 말자는 취지로 모인 것"이라며 추모문화제를 여는 취지를 밝혔다.

배창현 회장은 "학생들이 동요한다는 이유로 추모를 쉬쉬하고 학생들의 순수한 취지를 어른들의 입장에서 해석하려고 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기조차 한다"면서 세월호 침몰과 관련, 추모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지 말라고 촉구했다.

단원고 7회 졸업생인 임보선 학생 또한 "우리는 어른들의 정치에 연루되고 싶지 않고 언론들의 보도에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순수하게 학생들을 추모하고 학생의 본분에 맞게 자신의 자리에서 이 사건을 기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이런 발언을 반영하듯 추모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현장에서 기자들의 과도한 취재를 통제하기도 했다. 회장단은 취재를 위해 문화광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학생들을 인터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에게도 인터뷰에 응하지 말아 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추모제를 여는 학생들을 삐뚤게 보는 일부 언론들의 시각이 언론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문화제 말미에는 대통령을 면담하겠다며 청와대를 방문했던 한 유가족이 찾아와 이 자리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는 문화제가 끝난 뒤 행사를 정리하고 있는 학생과 포옹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차가운 진도 앞 바닷속에서 구조되지 못한 희생자를 떠올리는 듯 그는 문화제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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