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靑 면담 후 길환영 사과, 점점 꼬여 가는 'KBS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靑 면담 후 길환영 사과, 점점 꼬여 가는 'KBS호'

'오보·사과·인사파동'으로 점철, 침몰하는 'KBS호'

KBS 길환영 사장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길 사장은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면담과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유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밤 KBS를 찾았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KBS는 이날 오전까지도 "김시곤 국장의 발언에 대한 보도는 오보"라는 태도를 고집했다.

길 사장은 유가족들 앞에서 "어제(8일) 오늘, KBS로 인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제가 지난 4월 19일 토요일에 팽목항과 침몰 해역에 다녀왔다. 너무 황망하고, 숙연함을 느꼈다. 어린 아들, 딸을 잃은 여러분의 비통한 마음은 얼마나 힘들겠나. 그런 와중에 저희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깊은 상처를 드리게 된 데 대해 보도국장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을 진 사장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리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길 사장은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보도국장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서 여러분들께 큰 슬픔을 안겨드린 부분, 또 지금 이런 불편을 겪게 해드린 부분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제가 돌아가면 바로 보도국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들은 "사퇴는 안된다.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 사장은 이어 "이 아름다운 아들딸들의 희생이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하면 저희 KBS는 무엇이든지 여러분 입장에서 여러분 마음을 헤아리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BS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앞에서 박 대통령 면담과 KBS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김 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유가족들이 KBS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게 된 계기가 된 발언이다. 김 국장은 현재 국장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길 사장의 사과 발언이 끝난 후에도 "파면시켜야 한다"는 요구들은 계속해서 나왔다. 이에 유가족 대표단은 "여러분들 마음은 알고 있지만, 여기에서 마무리하자, 우리가 시위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좀 참고 저희(대표단)를 믿어달라. 잘못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안 되고, 아이들이 욕을 먹게 된다. 다음을 생각하자"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단은 "앞으로 KBS가 얼마나 똑바로 보도하는지 보자. 그럼 되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하기 위해 온 것이니까 이 정도면 된 것이다. 자중할 것은 자중하자"고 했고, 유가족들은 "예"라고 답했다.

길환영 사장 사과로 본 KBS의 세 가지 문제점

길 사장의 사과와 별도로 김시곤 보도국장 사퇴 파문은 현재 꼬일 대로 꼬인 KBS 내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째, 길 사장은 김 국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그가 '자진 사퇴'를 한 것처럼 말했지만 김 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KBS 사장은) 언론 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며 "길환영 사장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김 국장은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양측의 말이 엇갈린다.

둘째, 길 사장의 사과와 김 국장의 사퇴가 유가족들의 청와대 면담 이후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도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유가족 대표단과 임창건 보도본부장의 8일 밤 대화가 담긴 동영상을 보면, 임 본부장은 "(김 국장이)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것뿐)"이라고 말했을 뿐이고, 유족들이 요구하는 사과는 끝내 하지 않았었다. 당시 "사장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KBS 측은 "이 분(임창건 본부장)이 보도를 책임지는 본부장"이라고만 말했다.

임 본부장은 "(김시곤 국장이 회식 자리에서) 거기에서 문제가 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뭐가 문제가 되는 발언이냐"고 오히려 김 국장을 옹호하며 "진위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새벽 KBS가 낸 공식 입장도 사과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결국 유가족 대표단의 청와대 정무수석 면담 이후 KBS의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KBS가 청와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김 국장이 물러나면서 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것도 중의적인 의미다. 시청자의 외압으로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권력의 외압으로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유가족들에게 "KBS 사장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시 유가족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사장이 직접 나오라"고 요구한 것은 유가족들 당사자인데, 청와대 측으로부터 "사장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게 된 상황이다.

이는 청와대와 길 사장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유가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한 것은 김 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날 밤 임 본부장과 면담 과정에서 유가족 대표단은 "우리는 김 국장의 발언 때문으로 온 것만은 아니다. 그간 KBS는 숱한 오보를 냈었다. 거짓말 보도를 했지 않느냐"며 "전에 우리가 KBS에 대해 뭐라고 한 적이 있었느냐. 그런데 왜 이런 것(김시곤 국장 발언)으로 우리를 두 번 죽이느냐. 왜 보도 아닌 보도를 해서 사람을 죽이느냐"고 말했다.

이는 KBS '막내 기수'들의 성명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KBS의 전반적 보도 행태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KBS가 사고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던 지난달 18일 "선내 엉켜 있는 시신이 다수"라는 오보를 낸 부분이다.

그러나 길 사장의 사과에는 김 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해명만 있을 뿐, 그간 KBS의 보도 행태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경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