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및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경제 문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심 의원을 향해서는 "한미FTA 반대에 급급해 과장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좌충'하는 한편 박 전 대표를 향해서는 "개발독재의 낡은 경제관으로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우돌'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율배반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왼쪽을 향한 주장과 오른쪽을 향한 주장이 다르다는 말이다.
"박근혜, 요소투입형 낡은 경제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0일 청와대브리핑에 '경제는 정치적 선동의 소재가 아니다'는 글을 실어 "정부의 정책에 대해 근거 없이 폄하하거나 정략적 의도로 흔드는 것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국가적 낭비"라며 "한나라당의 유력대선주자인 박 의원이 요소투입형 시대의 낡은 경제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보수석실은 지난 18일에도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박근혜 전 대표가 주가(지수) 3000의 꿈을 이루려면-참여정부를 비방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해야'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대전 재보선 지지유세에서 "이제 돈을 쓰는 정부가 아니라 돈을 버는 정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현 정부를 비판한 뒤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고 제대로 된 국가리더십만 정착되면 주가 3000시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5년 안에 3000포인트를 넘어 설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의 성격이었던 것.
하지만 박 전 대표는 19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재·보선 지원 거리유세에 나서 자신에 대한 청와대브리핑의 공세에 대해 "정부가 전 세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가 생겨서 인재들이 몰려들어 경제가 성장하면 그게 돈 버는 정부"라며 "이 정권은 3부를 장악하다시피 하고도 민생 살리는 데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 코드에 맞는 일만 벌이다 실패했다"고 다시 반박했다.
청와대브리핑의 이날 글은 이에 대한 재반박인 셈. 이날 청와대브리핑은 "경제는 꼼꼼히 따지고 분석해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과 대안, 비전을 제시해야지 길거리에서 목소리 높여 비판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과는 한미FTA로 설전
한편 청와대는 한미FTA에 대한 문제를 두고선 심상정 민노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청와대브리핑이 지난 12일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라는 글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이 "사용된 표가 잘못됐을 뿐 아니라,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 것.
심 의원의 비판에 대해 청와대브리핑은 18일 '심상정 의원의 과장된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글을 실어 "편집상의 실수로 표가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심 의원의 주장은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심 의원 측이 19일 다시 재반박에 나서면서 논쟁은 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입으로 두말…"투자가 넘쳐 문제", "한미FTA로 투자도 늘고 일자리도 늘어"
그런데 홍보수석실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서는 "개발독재의 낡은 경제관으로 비판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것"이라며 "'전세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면 돈 버는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은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낡은 경제관"이라고 화살을 날렸다.
홍보수석실은 "지금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국내외 투자자금이 넘쳐나고 있다"며 "문제는 국내서비스산업 등의 침체로 경제의 내수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심상정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미FTA 관련 글에서 홍보수석실은 한미FTA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한미 FTA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직접투자도 고용창출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2000년부터 5년 동안 만들어진 국내 일자리 53만 개(전체의 20%)는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창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 논리와는 180도 다른 논리다.
이에 대한 심 의원 측의 입장은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과 대동소이하다. 심 의원 측은 "양극화로 인한 내수부진이 현재 문제인 것이지 수출이 모자라거나 투자유치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홍보수석실은 이날 "경제정책에 대해 정략적 시각에서 선동적 비판을 던지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참여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정책에 대한 정략적 비판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좌파신자유주의'식 '좌충우돌'이 지속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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