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존 114개 법안에서 최종적으로 추린 85개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과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대한 질서유지권 발동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공식 요청했다.
홍 원내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아무리 대화와 타협으로 협상을 하려고 해도 국회가 폭력점거의 장으로 돼 버렸다"며 "대화할 상대가 없고 협상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국회의장에게 공이 넘어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국회의 민주적 운영과 질서유지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의장이 국회법이 정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국회의 질서를 회복해 절대다수 의원의 법안심의권을 보장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가 이날 최종적으로 제시해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공식 요청한 85개 법안에는 방송법, 신문법을 비롯해 금산분리 완화 법안, 복면착용 금지법안 등 야당이 극렬하게 저항하는 핵심 법안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대기업, 재벌 신문사의 방송 진출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송법 및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신문법 등 야당 뿐 아니라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하는 법안에 대해 그는 "연내처리 방침은 변함없다"고 재확인했다.
홍 원내대표는 다만 "야당이 대화에 나선다면 방송법 한 개 정도와 사회개혁법안 중 5개 정도는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모욕죄 신설, 집시법 개정안 등은 연내처리를 강행하기보다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8일까지 야당과 협의를 해보겠다는 것. 일부 양보 모양새를 냈지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해 사실상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밟기 성격이 짙다.
그는 "미디어 관련법,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 총선 공약으로 추구온 것"이라며 "(민주당이) 양보해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쟁점법안 114개→85개로, 핵심은 그대로
이날 홍 원내대표가 밝힌 연내 처리 쟁점 85개 법안은 △위헌·일몰 및 관련 법안 14개 △예산 부수 관련 법안 15개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 43개 △사회개혁 법안 13개다.
위헌·일몰 및 관련 법안 14개에는 신방 겸영을 허용하는 신문법 개정안과 신문, 대기업, 외국 자본의 방송진출과 보도PP 진출을 대폭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 'IPTV 법안' 등이 포함돼 있다.
예산부수 관련 법안 15개에는 민주노동당이 강력 반발해 지난 13일 처리된 예산안 부수법안 직권상정 당시 포함하지 못한 농어촌특별세 폐지법을 비롯해 교육세 폐지법 등이 담겨 있다.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 43개에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4%에서 10%로 상향 조정하는 은행법, 비금융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토지공사 주택공사 통합법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공기관의 장에게 전염병, 약물복용환자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혈액관리법 등도 '경제살리기 법안'에 포함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사회개혁 법안 13개에는 이른바 '휴대폰 감청법'인 통신비밀보호법, 복면 착용 금지 등을 담은 집시법, 전교조의 쟁의를 제안하는 교원노조법,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국정원의 업무 범위를 넓히는 국정원법, 이른바 '떼법 방지법'으로 불리는 집단소송법, '불법 폭력 시위' 참가 단체의 지원금을 제한하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등의 재·개정안이 포함됐다.
'강행처리' 명분 쌓기?
홍 원내대표는 '사회개혁법안 분리 처리' 가능성에 대해 긍정의 뜻을 보였지만 "경제살리기 법안, 위헌일몰 관련 법안, 예산 부수법안은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전제를 붙였다. 그는 "(야당이 경제살리기 법안 연내처리를 받아들인다면) 사회개혁 법안은 야당과 협의할 수 있다"며 "1월 8일까지 협의 처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민주당에 "방송법과 사회개혁 법안 5개는 협의 처리할 수 있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는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법에서 전부 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방송법 한개 정도, 사회 법안 중에서 다섯 개 정도 (반대 하고 있)다"며 "이것은 여야가 협상테이블에 올라가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개혁 법안도) 상정은 시켜줘야 한다"며 "민주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인 떼법 방지법, 집시법 개정. 비겁자 응징법 등 그런 법안은 야당과 의논해서 협의 처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방송법은 물론 미디어 관련법을 '7대 악법'으로 규정해 저지한다는 입장이고 '마스크 법', '휴대폰 감청법' 등 '사회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가 "(6개 법안은) 합의 처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경제살리기 법안'도 '친재벌법' 등으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들 6개 법안만 올리는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김형오에 '떠넘기기'…원내 대책 부재?
'직권상정을 요청하고 나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것은 상충된다'는 지적에 홍 원내대표는 "국회의 모든 질서 유지권은 (김형오) 의장의 권한이다"며 "의원들끼리 충돌을 막아야겠다는 의미에서 사전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본회의장에 쇠사슬도 갖고 들어갔다는데 쇠사슬을 온 몸에 칭칭 감는 글래디에이터도 아니고 이는 옳지 않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그런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탄핵 때처럼 그런 상황은 연출해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이 직접 나서는 대신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요청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원내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홍 원내대표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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