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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69세 선장은 세월호를 몰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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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69세 선장은 세월호를 몰았을까

[시민정치시평] 노후를 더 암울하게 만드는 기초연금법

세월호 참사에서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산 세월호의 선장은 1년 계약직의 69세 이 모씨다. 69세의 계약직 노인이 수백 명이 탑승한 수천 톤 급 선박의 안전과 운행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였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일하는 고령의 노인들은 우리 주위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취업률은 2011년 기준 34%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 12.3%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한편 노인 빈곤율 역시 2012년 기준 49.3%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13%의 세 배가 훨씬 넘는 수치이다. 많은 노인들이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 그러나 일을 해도 여전히 가난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질문을 바꾸어 던져본다. 그렇다면 왜 다른 OECD 국가에서는 일하는 노인들이 적은데도 가난한 노인들의 비율이 적은 것인가?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면 바로 노후에 대한 충분한 공적 지출과 안정된 공적 연금일 것이다. 2010년 기준 OECD 국가들이 연금으로 GDP 대비 평균 9.3%를 지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9%를 지출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공적 연금으로 안정된 노후를 누리는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은 도입이 늦고 보장 수준이 낮으며 사각지대도 너무나 넓어서 공적 연금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더욱 암울한 것은,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던 지난 5월 2일, 지금도 비참한 국민들의 노후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노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이 연금을 준다며, 정부는 기초연금의 도입을 성과로 내세운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도입된 기초연금은 당신이 미래에 받게 될 공적 연금의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축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자. 만약 당신이 국민연금의 평균적인 가입자로, 월 소득이 200만 원(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은 약 198만 원)이고, 국민연금을 20년(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은 23년) 정도 납부한다면, 65세 이후에는 매달 약 40만 원(현재 가치 기준) 정도의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월 40만 원으로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할까? 물론 어렵다. 이렇게 형편없는 연금액은 2007년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어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이 60%에서 40%로 약 3분의 1이 축소된 결과다. 다만 이러한 연금의 축소를 보완하기 위하여 기초노령연금법을 제정해 모든 국민에게 평균소득의 10% 정도는 기초노령연금으로 지급하여(2007년도에는 평균 소득의 5%에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리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법이 제정된 이후에 한 번도 인상된 적은 없다) 낮은 연금액을 보완해주고 있었다. 따라서 당신은 원래 노후에 약 40만 원의 국민연금에 20만 원 정도의 기초노령연금을 더하여 최소 60만 원 정도의 공적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일 국회에서 통과된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당신은 노후에 더 이상 60만 원을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새로 제정된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소득 하위 70%만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그 70%도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기초연금 액수가 깎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균 소득에 연동되던 기초노령연금과는 달리, 이번에 도입된 기초연금은 물가에 연동하도록 되어 있어서, 장기 추계를 하면 실제 받는 금액이 훨씬 더 줄어들게 된다. 즉 당신이 평균 소득자라면 최소 6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었던 공적 연금을 50만 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깎아버리는 것이 바로 이번에 통과된 기초연금법이다.

이런 황당한 연금 제도 개악을 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세운 논리는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이미 공적 연금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점이었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논리에 수긍했다. 그들은 현재 국민연금 수령자의 평균 연금 수령액이 30만 원이라는 것, 현재 평균적인 가입자가 미래에 받게 될 국민연금 수령액도 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비참한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노후 문제는 단순히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은 빈곤의 대물림을 낳고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불안한 노후에 대한 공포는 시민의 삶을 파괴한다.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보낸 사람이 인간다운 노후를 맞이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기획부동산 사기로 전 재산을 날려버리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왜 그리 흔한가. 부동산 투기로 수익형 부동산을 마련하는 일에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정직과 양심을 지키며 살면서 인간다운 노후를 맞이하기 힘든 사회에서, 우리는 양심을 버리라는 유혹에 너무나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런 사회에서 지난 5월 2일 공적 연금이 더욱더 축소되었다.

개인적으로 사적 연금을 들면 된다고? 참고로 개인연금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가입자가 중도에 해지하여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를 제외하고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비참한 노후를 맞이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자기 앞가림을 하는 수밖에.

이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후를 위해서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 분명한 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미래에 받게 될 공적 연금은 앞으로도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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