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지하철 사고는 인재, 시장인 제 책임"

"노후 전동차 전면 교체할 것"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박원순 현 시장이 TV 토론에서 지하철 2호선 사고와 관련해 재차 사과 입장을 밝히며 노후 전동차 전면 교체 등 개선책 수립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8일 한국방송(KBS) 등 지상파 3사가 생중계한 패널 대담 형식의 토론에서 "세월호의 아픔이 가시기 전에 지하철 사고가 있었다"면서 "산하기관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시장인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많이 놀라셨죠? 죄송하다"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안전한 대책 제대로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사고에 대해 "조금만 조심했으면, 더 살폈으면 막을 수 있는 인재임에 틀림없다"면서 "메트로는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감독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 시장으로서 무한한 사죄 말씀 드린다"고 다시 사과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어제도 지하철이 안전했고 오늘도 안전했으니 내일도 안전할 거라는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핵심은 제어장치 고장인데 기계는 언제나 확실치 않고 100% 믿을 수 없다. 사람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2중, 3중의 방어 장치가 제대로 있어야 한다. 관제실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대책에 대해 "노후 전동차가 이번 사고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20년 이상 노후 전동차가 전체의 59%가 되고 있어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면서 "다만 지하철 적자가 연 5000억 원이 되니 한꺼번에 하기 어려워서 '중앙정부가 철도청(코레일) 만큼만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화된 전동차, 관제실, 여러 시설을 교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발생시각으로부터 2시간 후에 나타났다는 지적에는 "늦게 간 게 아니라, 현장에 가는 것보다 더 급한 여러 조치를 취했다"면서 "무조건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구조 전문 인력, 사고 전문 복구반을 급파하고 부시장을 바로 현장에 가도록 조치했고 현장사고대책본부 구성하는 이런 조치를 취한 다음 떠났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고 해결시까지 현장을 지켰음을 강조하며 "0시17분에 복구돼서 그 전철로 (시청으로) 귀청했다. 그 사이에 승객들이 병원에 도착해 수술받을 수 있도록 수술보증서 이런 것도 다 챙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노량진 배수지사고,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쌓은 노하우라면서 "이런 큰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이 혼란스럽고, 컨트롤 타워가 지켜지기 힘들고, 많은 부서가 동시에 동원돼 칸막이 때문에 질서 있게 정리되기 힘들다. 저희 서울시의 경우에는 개발한 게 있는데, 사고 일어나면 바로 '×톡' 방을 열어서 시장부터 하급 직원까지 누구나 들어와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지하철 사고 이후 열린 채팅창에서의 대화 내용을 일부 소개하기도 했다. 

"세월호 분향소를 실내에 설치하라고? 그 정도는 시장에게 맡겨달라"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패널 질문에는 "정부 정책은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답을 하지 않은 박 시장은, 진도 현지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제가 진도에 내려가 무슨 일을 하겠나? 시장으로서 서울을 지키고 현지에 필요한 지원을 해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시가 잠수전문요원 16명,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등 심리치료사 160명 등의 인력과 헬리콥터 2대, 구급차 5대, 기자재 및 우의·모포·생수(아리수) 등의 물자를 지원했다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광장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설치 시기와 장소를 놓고 중앙정부와 이견을 빚은 대목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는) 갈등이 없다"면서도 "시민들이 서울에 (분향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쳐서 처음에는 중앙정부의 원칙과 태도를 보고 있었는데, 설치하려고 하니 '내일까지 실내에 설치하라'는 공문이 왔다. 분향소 설치하는 정도는 시장에게 맡겨주셔도 되지 않나? 접근성이 좋은 광장 설치하는게 좋지 않나? 구태여 실내에 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와 지하철 2호선 사고를 비교하며 철도 분야 전문가가 아닌 금융노조 출신이 메트로의 고위직에 임명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지적에는 "정확치 않은 정보"라며 "메트로 사장은 서울시 본청의 교통본부장을 하신 경험있는 분이고, 경영본부장은 노사관계도 잘하고 금융회사의 임원도 하신 경영능력 있는 분으로 임원을 잘 골라서 해 왔다"고 반박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안전'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이날 대담에서 박 시장은 여름철 집중호우 대책에 대해 "광화문에 몇 년 전 침수 피해가 났을 때 시간당 65밀리미터의 비에 침수됐는데, 지금은 시간당 75밀리미터 폭우에도 견디게 해 놨다"면서 그 밖에도 비 피해에 취약한 34곳을 선정해 저류조와 배수지를 만드는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2011년 우면산 사태 수습 및 진상조사 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최근에 진상조사보고서를 유족과 함께 채택했다"고 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측이 '박 시장 취임 후 안전 예산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잘못 아신 것"이라며 "줄어들었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취임 이후 20조 원에 달하던 서울시 채무를 3조5000억 원까지 줄였다며 "용산 개발 관련 말을 바꿨다고 하는데 전혀 말 바꾼 적 없다. 오히려 공약을 잘 지켜 공약대상을 받았고, 2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공약의 80%를 지켰다. 이 이상 어떻게 잘 지키느냐"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민들과의 SNS 소통, '번개' 모임 등에 대해 '이벤트 시장'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는 "시민들 목소리 듣는 이벤트라면 백 번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예비후보자들의 TV토론에 대한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사회는 강지원 변호사, 패널은 유인경 <경향신문> 기자와 안전 전문가인 박두용 한성대 교수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