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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朴정부, 아이들에게 독을 먹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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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朴정부, 아이들에게 독을 먹일 텐가?"

[인터뷰] "경기도 혁신교육 붕괴 반드시 막아야"

"서울시에 문용린 현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곽노현 전 교육감이 했던 혁신학교 프로그램이나 학생인권조례 등 모든 것이 다 무너지지 않았나. 경기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그거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이 전 장관은 7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마 이유를 혁신학교 등 경기도교육청의 지난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학교 모델에 대해 "교과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편성하면서 아주 유연하게 해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계승 의지를 보이는 한편 "보수적 생각을 가진 분도 내용을 알면 따라갈 수 있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장관을 할 때 이미 정당을 떠났고 오랫동안 정당을 떠나 있던 상황이라 저를 정치인으로 보는 것은 섭섭하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관한 태도는 우호적이었다. 이 전 장관은 "전교조가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보고 지켜가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면서 전교조나 교총 등 교원단체들과 "끊임없이 파트너십을 갖고 소통하면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의 학생과 교사 이야기를 하던 끝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 이 전 장관은 그러나 현장체험학습 폐지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단견"이라고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취해 내느냐를 가르치는 줄 세우기 교육"이라고 혹평했다.

다음은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 전 장관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편집자>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먼저 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밝혀 달라.

이재정 : 결심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김상곤 전 교육감이 별안간 그만두고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사실상 경기도 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적절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도의 교육 단체, 학부모단체나 교육 관련 도의원들이 그런 의견을 갖고 출마를 청원해 왔다.

그 가운데 한 학부모의 이야기가 마음을 때렸다. 자기 자녀가 혁신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너무 행복해 하고 이제껏 이렇게 학교 다니는 것을 즐거워하는 걸 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아이를 좀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일정한 책임감을 느꼈다.

본래 내가 교육자로서 가졌던 꿈 하나가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장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유치원 원장, 학원 강사도 해 봤고 무상 중학교 교육 과정도 3년 경영해 봤다. 성공회대를 만들고 교수를 하면서 20년 동안 성공회대를 새로운 대학, 다른 대학과는 다른 대학으로 만들었다. 또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유아교육법을 만들고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내는 등 학교에 대한 관심이 제일 많았다. 그 모두가 하나의 과정이고 동기다.

프레시안 : 경기도와 특별한 연고는 없는 걸로 아는데.

이재정 : 제가 원장을 맡았던 유치원이 경기도에 속한 유치원이었고, 경기대학교 이사도 맡았었다. 그리고 성공회대에서 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광명시와 했기 때문에 인연은 여러가지로 있었다고 생각한다. 통일부 장관을 하면서도, 접경지대 또는 평화지대로 불리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주변의 김포 파주 포천 연천 가평 등지의 학교에서 평화교육을 어떻게 할것인가 연구도 하는 등 일정 정도 관심이 있었다. 16대 국회의원을 할 때는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였기 때문에 초중고교의, 특히 수도권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프레시안 : 꿈이 교장선생님이었다고 했지만, 통일부 장관 경력이 각인돼 있다. 과연 이재정 후보가 교육 전문가인가 하는 의구심의 다른 표현이라고 본다.

이재정 : 제가 통일장관을 한게 꼭 1년 3개월인데, 교육계에는 26년 있었고 학교를 다닌 게 25년이다. 교육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통일장관 1년 3개월이 너무 도드라진 기간이었다.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하고 정기운행을 시작했고, 개성공단이 1단계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가동된 것도 그때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도 온 국민이 통일의 꿈을 가질수 있었던 대단한 기회였다. 제가 장관 재직하는 동안 공식 남북회담만 66회를 하는 기록을 세웠고 교류 인원도 분단 이래 가장 많은 기록적 숫자였다. 교역량도 최고액이었고. 아마 그래서 제가 너무 통일장관을 잘했기 때문에 장관으로만 기억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웃음) 저는 사실 교육자이고 교육에 정성을 들여 활동해 왔다.

프레시안 : 통일장관 외에도 민주당 국회의원 등 정치인 경력이 주가 된다. 보수 쪽 교육감 후보로도 정치인들이 나서고 있다. 교육감 선거가 너무 정치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마침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이런 논지로 이 후보에게 비판적인 글을 썼다.

이재정 : 사실 통일장관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직자의 일이다. 그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물론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정치인이 맞지만, 이미 장관을 할 때 정당을 떠났고 오랫동안 정당을 떠나 있던 상황이라 저를 정치인으로 보는 것은 섭섭하다. 손 교수의 칼럼에 대해 사실 부분을 좀더 정확히 하고 싶은데, 정치자금법 사건은 정말 억울한 것이다. 물론 그것도 공직자로서나 교육자로서는 분명히 결점이어서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관이 무죄와 같은 벌금형을 내린다고 하면서 벌금도 다 탕감해 주는 판결을 내렸고, 검찰측 안대희 검사는 이 재판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이 이재정일 것이다 하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도 걱정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경기도 교육이 위기 상황에 처했는데 누군가가 이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고, 그래도 내가 가진 역량과 경륜과 지식과 정책적 대안이 충분히 경기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봐서 그 비중이 더 크지 않겠나 했다.

특히 이 점을 학부모 단체에서 강하게 얘기했다. 역사의 부름이고 사명인데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버린다면 잘못이라고 저에게 얘기해서 참여하게 됐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경기도 교육이 위기라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위기인가?

이재정 : 서울에서 곽노현 전 교육감이 그만두고 문용린 현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곽 전 교육감이 했던 혁신학교 프로그램이나 학생인권조례 등 모든 것이 다 무너지지 않았나. 경기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그거다. 경기도에서 김 전 교육감이 성공적으로 혁신교육, 인권조례, 민주시민교육을 해 와서 완성단계를 향해 가고 있는데 교육감이 바뀌어서 이것이 송두리째 무너지면 교육에 희망이 없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간절하게 하더라.

혁신교육을 통해 교육계 전반이 변화하는데 가장 큰 변화가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다. 학생의 흥미와 즐거움과 학부모의 만족감, 교사의 자부심이 대단히 커졌다. 이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대단한 손실이라 생각했다. 이미 혁신학교는 경기도 뿐 아니라 타 시도에서도 일부러 학교 주변으로 이사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고, 자식 기르려면 경기도로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지 않나.

학생인권조례도 이제껏 학생을 하나의 대상 또는 교육을 받는 아이로 보던 것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시작한 엄청난 관점 변화다. 저는 그래서 학생인권조례가 여러 문제도 담고 있지만, 학생을 보는 시각과 이해가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민주시민교육 같은 경우도 어려서부터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시민 의식을 함양해 나간다면 이번의 세월호 사태 같은 참변도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이게 교육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김 전 교육감이 낸 성과를 이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후보의 브랜드로 내세울 만한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이재정 : 가장 중요한 내용은 지역사회와 어떻게 함께 가는 학교 교육을 하느냐다. 저는 이것을 마을 교육 공동체라고 이름붙였다. 그 마을의 시민사회단체와 교사, 학부모와 지자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다.

사실 이미 그런 상황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부천시 같은 경우는 예산의 3%를 교육비로 제공하고 있다. 교육 자체에 대해 지역 사회나 지자체가 굉장히 중요하게 판단하고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시민 교육 단체들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것을 잘 엮어서 발전시키는 그 바탕에 마을 공동체를 떠받치는 여러 형태의 협동조합을 만들면 합리적인 학교 발전 구조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혁신학교의 성공 기조를 발전시킨 모습이 마을교육 공동체라는 것이 이번에 제가 내건 내용이다.

프레시안 : 연간 교육재정 2조 원 추가 확보 공약이 눈에 띈다. 경기도교육청 예산이 올해 11조2000억 원인데 여기에 매년 2조 원을 더하는 것은 상당히 많다. 가능하겠나?

이재정 : 그 11조2000억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국세에서 나오는 게 8조 원가량 된다. 전국의 지방교육을 위해 나오는 국세 총액이 41조 원 정도인데 그의 20.27%다. 이 재정 배부 원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광역단체에 대한 교부금 배부 원칙은 인구수와 면적을 감안해 교부금을 배정한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수는 전국 비례 26%다. 교사가 24%이고 학교 수만 4400개가 훨씬 넘는다. 학생 수대로 비례해 나누는 게 옳다고 본다. (교부금이) 국민 세금을 의무교육을 위해 지원하는 돈이라고 보면, 학생들이 받아야 할 일정한 권리가 있다고 본다. 산출기준을 바꾸면 2조 정도 더 올 수 있다. 최소한 전체(41조)의 1/4(26%)은 와야 하니까.

또 무상급식도 예전대로 100% 달성하고, 학급당 인원수도 25명으로 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원 학보나 프로그램 강화 등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9~10조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재정의 국세 부담 비율을 현재의 20%에서 25%까지 올린다면, 그래도 OECD 국가 수준에서는 하위지만 그래도 괜찮은 교육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프레시안 : 그러나 교부금 배분은 법 개정이 얽힌 문제인데 2조 원을 따올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미 국회에 그 관련 3개 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게 원만하게 되면 최대 4조까지 될 수 있는데, 정부 예산이 그렇게 되긴 어려우니 2조까지라도 확보를 하자는 것이다. 4조까지는 단계적으로 갈수 있는 것이고, 법을 고쳐서 교부금 전체 액수를 늘리든가, 아니면 현재 교부금 액수 안에서라도 배부 원칙을 바꿔서 늘리자는 것이다. 이게 없으면 상당히 어렵다. 지금 국회에 올라간 3건의 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이 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 지역 학생을 위해 한다는 점에서 의원들이 모두 반대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여야를 떠나 할수 있다고 보고, 교육부도 반대할 일 없다고 본다. 학부모들을 통해 여론을 만들고, 사회에도 호소하고, 저도 국회 경험을 살려 노력하면 올해 예산국회에서 가능하지 않겠나 전망한다.

법 개정의 또 하나의 필요성이 정부가 하는 누리사업이다. 3~5세의 어린이집 운영부터 유치원까지 확대해 가는 것인데, 여기 소요되는 예산만 경기도가 1.5조 원가량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2조 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내년도 살림을 꾸려나갈 수 없다.

▲이 전 장관은 인터뷰 도중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교육 현안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세월호 사고가 경기도 안산에 있는 단원고 학생들의 목숨을 많이 앗아갔다.

이재정 : 정말 6.25 이후 최대의 비극이 아닌가 한다.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참사는 정말 '사고'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고가 났을 때부터 계속 TV에서 중계방송하면서도 단 한 명을 구출하지 못했다. 우리가 세계 경제대국이고 IT 강국이고 조선업 1위라는 자신감은 어디 가고 이렇게 참혹하게 '학생 한 명을 왜 구하지 못했나' 하는 질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침몰했다 생각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과제다. 사고 배경 속에는 여러 불법과 비리가 있지만 정부 각 부처의 이기적 밥그릇 챙기기나 정부의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선장에게만 책임을 떠맡기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선생님 5분과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실종 상태다. 너무 안타깝고,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어떻게든 단원고를 살려내야 하는데 그 길이 무엇이냐도 우리에게 한 가지 과제다. 교육청을 비롯해 모든 부처가 우왕좌왕하고 해야 할 일을 못 찾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이것을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든가 과거부터 누적된 결과가 아니냐고만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짚고 넘어갈 일이 너무 많다. 6.25 때도 대통령은 도망가면서 한강다리를 끊는 상황을 겪었는데, 그런 역사적 배경을 보면 책임을 정확하게 묻고 집을 새로 짓는 마음으로 새롭게 틀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한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도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교육을 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후보이기 전에 사제이기도 해서 마음이 안 좋을 줄 안다.

이재정 : 견딜 수 없었다. 빈소 차린 첫날 수행원도 없이 개인적으로 문상하러 갔는데 유가족이 받지 않더라. 그 마음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구도 믿을 만한 사람이 없고, 누구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한 학생은 이름도 기억나는데, 홀어머니가 아들 하나를 길렀다. 엄마가 몸도 못 가눌 만큼 비통한 모습을 보면서 이 아픔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했다. 어제도 선생님 한 분이 나오면서 아이들 몇 명을 구하고 더 구하러 들어갔다고 못 나고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33세의 젊은 선생님이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침)

프레시안 : 큰 틀에서의 처방이 필요하고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선 당장 현장체험학습 폐지 같은 대증요법이 나오고 있다.

이재정 : 사고나면 즉각 중지시키고 없애고 이런 건 단견이라고 본다. 오히려 어떻게 안전하게 갈 수 있나, 부실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연구해야 한다. 경기도의 많은 학교에 현장학습에 대한 많은 대안이 있었다. 수학여행도 반별로 가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이 사이트에 들어가 어떻게 가야 하나, 뭘 볼 것인가 자기들이 토론해서 숙소 예약도 자기들이 하고 여행 계획을 만들어서 갔다온 경우도 있다. 어떤 학교는 가야할 곳 15군데를 골라서 반별로 가지 않고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곳을 고르게 해서 반과 반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새로 친교를 맺을 수 있게 하는 그런 것도 시행해 왔다.

대규모로 한꺼번에 가는 것도 유익하겠지만, 더 교육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소규모로 나눠서 학생이 직접 예산도 관리해 보고 회계 장부도 쓰고 하면 준비 과정부터 평가까지가 하나의 일관된 체험학습 교육 과정이 되지 않겠나. 그런 것으로 수학여행 등도 바꿔 봤으면 좋겠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해야 한다고 수학여행을 없애서 그런 추억도 없는데, 학창시절의 추억은 소중한 것이다. 그것을 만들어주는게 중요하다.

프레시안 :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교사들의 통제 부담 등은 늘지 않겠나?

이재정 : 그런 얘기도 있는데, 오히려 그럼으로써 교사가 더 학생과 가까워지고, 함께 생활하면서 반의 분위기도 바꾸고, 왕따나 학교폭력 등 여러 문제를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회복 과정이기도 하다는 평가가 있다. 선생님들은 어렵겠지만 교육 측면에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은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세월호 사고는 안타까운 일이다. 7일 현재 사망한 학생이 227명, 실종된 학생이 23명이다. 그런데 사실 학생들은 자살이라는 일상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이재정 : 우리나라의 오명이 엄청나다. 학생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고,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흥미가 없는 것도 최고다. 학교폭력도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그런데 수치로 보면 경기도는 혁신교육을 시작한 다음 학교폭력이 줄었고 특히 2012년보다 2013년에 거의 1/4 정도로 줄었다. 대단히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을 학교 폴리스나 체벌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에 만들어진 원인을 먼저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지 외부 압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해결사례 가운데 하나를 보면, 어떤 학교는 수업 자체를 6~7명씩 그룹을 만들어 앉히고 토론식 강의를 했더니 왕따가 없어졌다고 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공부하니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수도 없고,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자기들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폭력이 나오는 배경 원인을 해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임이든 보조교사든 여러 방법으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생 자원봉사 등으로 튜터를 붙이거나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교육청 내에 자원봉사센터를 두고자 한다. 퇴직한 교원, 시민단체 활동가, 상담사 등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인재 풀이 돼서 학생들을 집중 관리할 시스템을 만들면 굉장히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최초의 지역 자원봉사 센터인 송파 자원봉사센터의 초대 이사장이 저다. 이런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도 경감시킬 수 있고,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에 대한 개별 지도도 충분히 지원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에 대한 집중적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당국에서 그런 노력이 있어여 한다. 문제 학생이라고 도외시하는 게 아니고, 문제 학생일수록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기도에서 작년 한 해만 9000명이 넘는 학생이 학교를 떠났다. 이건 불행이다. 학교를 떠난 학생은 갈 곳이 없다. 제가 교육감이 되면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감이 되겠다.

프레시안 : 요컨대 혁신학교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말로 이해한다. 하지만 혁신학교 모델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아직도 보수층을 중심으로는 이념학교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재정 : 두 가지 우려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결국 그거 돈 받아서 하는 거 아니냐, 예산 떨어지면 혁신학교 못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왜 그 학교만 주냐, 다른 학교는 뭐냐 하는 얘기도 있다. 다음으로 혹시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하는 게 아니냐 한다. 모두 오해다.

첫째, 혁신학교가 교육청에서 받는 혁신학교 프로그램 지원 외에도 프로젝트별로 지역사회나 자자체로부터 받는 게 많다. 한 학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예산이 없어도 프로그램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공모에 응해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던데 우리 사회가 이미 그 정도는 지원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됐다고 본다.

둘째, 이념 성향이 아니다. 오히려 혁신학교 성공 이유는 교과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편성하면서 아주 유연하게 해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사, 교사와 교장 사이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면서 성공적으로 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교장의 지도력과 혁신교육 마인드다. 저는 앞으로도 혁신학교 교육을 해나가려면 교장의 지도력을 어떻게 계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보수적 생각을 가진 분도 내용을 알면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념 성향 때문에 갈라지는 게 아니라고 판단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들어 특별히 전교조 문제와 마찰이 심하다. 이번에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조전혁 전 의원은 전교조에 대해 강경하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후보다. 이 전 장관의 전교조에 대한 입장은?

이재정 : 제 공약 중 하나가 선생님을 섬기는 교육감이 되겠다, 교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 저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처음 내걸었던 참교육 정신에 주목했다. (전교조 설립 당시) 그때는 다 제도적 교육 안에서 숨을 못 쉬던 때였는데 교사들이 그런 운동을 벌인 게 가상했고, 한국 교육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주목됐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지지했고, 국민의 정부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전교조가 교원노조로 발전해 나가는데 저도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전교조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안에서 어떤 교육단체든 원만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고 잘 소통하는 게 교육감의 책임 아니겠나. 저는 전교조가 지금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보고 지켜가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왜냐, 노조로서의 전교조, 교원단체로서의 교총이 갖는 다른 면이 있는데 (이것이) 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이 모든 교원단체 혹은 다른 단체들, 최근의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 같은 것도 대단히 중요한 운동이다. 이런 단체들과 끊임없이 파트너십을 갖고 소통하면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프레시안 : 통일부 장관으로 참여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교원평가제 문제로 전교조와 정부가 원만한 관계는 아니었다. 전교조에 아쉬운 점이 있을 법도 한데?

이재정 : 대개 노조가 자칫 조직논리에 빠지면 교조적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가령 전교조가 늘 옳기만 하고 정부는 늘 그르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옳고 그른가를 떠나 어떤 게 그 시점에서 필요한 정책이냐, 그 정책을 통해 뭘 얻어낼 수 있냐를 논의한다면 그런 충돌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당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게 나이스(NEIS) 문제나 교원평가 문제를 가지고 정부와 교원이 맞섰던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풀었어야 하는 것이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정부가 가급적 충분히 경청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푸는 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 방향이 기존 경기도교육청의 그것과 다르다. 또 차기 도지사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론조사만으로 놓고 보면 여당 후보가 될 가능성 높다는 예상이 많다. 그렇게 보면 야권 교육감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

이재정 : 교육을 진보와 보수라고 나누거나 여야의 정치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 관점부터 피해야 한다. 지금은 교육자치 단계까지 왔기 때문에,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공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할 점이 있다고 본다. 무상급식도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얘기가 있지만, 이는 교육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교육의 가치로 풀 일이지, 보편복지라든가 하는 복지 차원에서 볼 일은 아니다. 이는 어느 외국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밥 먹는 식탁에서부터 대단히 중요한 교육의 한 부분이 이뤄진다.

단일화 과정에서도 망설인 것 하나가, 교육감 선거를 진보와 보수라는 틀로 놓고 보면 그때부터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른바 진보 교육감 후보 세분이 전교조 출신이신데, 단일화가 적절한지 우리 캠프에서도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세분이 교육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같이갈 수 있는 것이다. 민주교육, 혁신교육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위해 공유하는 것이지 진보와 보수로 나뉘지 않는다고 본다. 이제껏 진보와 보수라는 기준이 어느 단체에 속해 있느냐였다. 가령 민교협에 속해 있느냐 전교조에 속해 있느냐 이런 것인데,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스럽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저는 이것을 진보 보수로 나누지 말고, 언론이 그렇게 이름을 붙이더라도 교육계 내부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추구하는 내용은 누구나 진보적 관점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저는 앞으로 혁신교육 민주교육 평화교육에 역점을 둘 것이고, 마을교육 공동체로 가는 운동을 벌인다고 하면 사람들은 저를 진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제가 성공회대를 할 때도 진보 대학을 내세운 게 아니라 대안을 찾고 변화를 도모하자는 거였고 서울 시내의 다른 대학과는 다른 대학을 꿈꿔보자는 것이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도교수를 붙인다든가, 시간강사에게 방학에도 급여를 준다든가, 학교 안의 청소부, 경비원부터 총장까지 모든 사람이 교육 가족이라는 철학 등이다. 진보나 보수라는 것보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그 시대에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냐가 더 소중할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끊이지 않은 게 교육 문제였다. 앞에서 언급한 전교조 문제 뿐 아니라 역사 교과서 문제도 있었고 무상급식 예산 문제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재정 : 큰 틀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정책도 사회정책도 교육정책도 신자유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어떻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취해 내느냐를 가르치는 줄 세우기 교육인데, 그 예의 하나가 각 대학에서 성적을 주는 것도 상대평가를 안하면 교육부가 대학 평가 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중등학교도 평가 자체를 그런 식으로 해서 우열을 가르는데, 저는 그건 교육이 아니라고 본다.

역사 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 역사는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다. 왜곡된 주장을 가르치면 그건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는 것이다. 그건 정말 반(反)교육 정도가 아니라 해독(害毒)의 교육이다. 제가 출마선언을 할 때 가장 큰 과제로 삼은 게 역사교육이었다. 경기도에 잘못된 역사교과서가 침투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 나가겠다. 그것이 학생들을 진리로 지켜나가는 것이고 잘못된 거짓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교육자로서의 책임 아니겠는가. 교육감이 잘못 뽑히면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학생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사회를 평가하는 데 잘못된 기준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문제이고 학생에게 뭘 가르치냐의 문제다.

더구나 국가가 정부 정책으로 교육에 끊임없이 간섭하고 지침을 내리고 방향을 제시하고 압박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건 학교 스스로 할 수 있게 놔둬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교육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다.

프레시안 : 후보 단일화가 이번 주에 이뤄져서 11일이면 결과가 나오는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자신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프레시안(최형락)
이재정 :
한국 축구를 변형시키고 체질을 바꿔 놓은 게 히딩크 감독이라면, 혁신의 길로 경기 교육을 끌어간 게 김상곤 교육감이다. 김 전 교육감은 교대나 사대 출신이 아닌 역외 출신이다. 경기 교육을 한 번 더 역외의 관점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종교계에도 있었고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총장으로 경영도 해봤다. 사립유치원 이사장, 경기대 관선이사도 했고,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 특수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경륜을 통해 보다더 큰 안목에서 한번 바로잡아 보겠다 하는 게 제 꿈이다.

또 국정 경험은 굉장히 큰 경험이다. 국정이라는 큰 틀에서 교육을 봐야 한다. 제가 가진 경륜이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다른 후보들보다 조금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른 세분도 훌륭한 후보들이다. 정책들을 보면 다 제가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누가 되든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고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재정 : 교육을 우리가 흔히 전인교육이라고 한다. 학교 교육이 정상화돼서 여러 가지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학교 안에서 하는 예체능교육이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예체능을 통해 미술이나 음악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그 방면으로 전문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학원에 가지 않고도 학교 안에서 이뤄지면 좋겠다. 그래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강화해햐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좀 더 세분화해서 각 학교별로 전문성을 나눠가질 수도 있겠다. 어느 학교는 축구, 어느 학교는 음악 또는 미술, 이렇게 할 때 학생들이 골고루 퍼져서 할 수 있는 길이 있고 학부모 부담도 경감되지 않겠나. 제가 민생 교육감이 되겠다고 했는데, 학교의 의무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다 정부가 부담하는 게 옳다고 본다. 학생들이 공교육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길이 멀어도 공교육 정상화라는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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