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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그날을 기억하자!"

[이철희의 이쑤시개] 세월호 참사로 되돌아보는 한국 사회

'세월호 참사' 22일째. 4월이 5월로 바뀌었고, 대조기에서 소조기로 유속도 다시 느려졌다. 그러나 아직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다. 5월 8일 현재 탑승자 476명 중 생존자는 172명, 사망자는 269명, 실종자는 35명이다(해양경찰청 1차 수색 중간발표 결과, 생존자 수는 2명이 줄고 실종자 수는 2명이 늘었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누가 탓할까마는, '세월호 참사'는 인재와 관재가 뒤섞인 '적폐(積弊)'로 '탓'할 대상이 분명한 사건이다. 절차와 의전이, 돈과 속보가 생명에 앞섰다. "국민 행복 시대의 출발은 국민 안전"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허장성세(虛張聲勢)였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그래서 사건을 직시(直視)하는 것조차 버거운 세월호 침몰 사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진행자들은 지난 2일 한목소리로 "4.16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쑤시개>는 '세월호 참사' 후, 애도(哀悼)의 마음으로 방송을 2주간 중단했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참사'는 행정의 무능, 기업의 탐욕, 언론 문제 등 모든 문제가 응축되어 있다가 일거에 터진 것"이라며 "4월 16일도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처럼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철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4월 16일을 추모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계속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집단 우울증도 "그렇게 치유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스포츠평론가는 "4월 16일을 10년, 20년 꾸준히 추모한다면 우리가 지금 몰랐던 일이 나중에 (새롭게) 밝혀질 수 있다"며 "영국 축구팀 리버풀이 25년간 '힐스브러 참사'를 꾸준히 추모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했고, 그 덕에 진상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세월호 침몰이 처음 신고됐다. 1차 수색 결과, 희생자 269명 중 235명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이철희 : '세월호 참사'는 숙제가 많은 사건이다. 마음은 정말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남겨진 자의 몫을 정말 잘해내야 한다. 그런데 저부터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눈앞에 선거가 있다 보니까 이번 사건으로 선거를 낙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력으로 얻은 승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면, 승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정말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2010년에도 실력보다 훨씬 큰 승리를 얻어 흥청망청했다. '2012년은 우리 것이다'라고 큰소리치다 망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2017년은 이긴다'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이종훈 : 스포츠 쪽 사람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의 날을 자꾸 만들자고 하는 것이 걱정과 불안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1977년에 11월 11일 전북 이리역(현 익산역)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59명이 사망하고, 343명이 부상당했다. 대형사고였다. 그때도 '관재'이고,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했다.(당시 인천에서 광주로 가던 한국화약의 화물 열차는 정식 책임자도 없이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톤의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이리역에서 출발 대기하던 중 폭발했다. 사고의 원인은 어둠을 밝히기 위해 밤에 켜 놓은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은 것이었다.)

2주 뒤인 11월 26일, 파나마에서 홍수환 선수 승리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면서 신문 1면이 '홍수환' 소식으로 뒤덮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스포츠가 사회 발전을 저해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6월이면 월드컵이 시작되는데, 월드컵으로 '세월호 참사' 소식이 다 덮일까 걱정이다.

김윤철 : 안산 단원고 학생도 그랬다. "6월 월드컵 되면 다 잊을 거잖아요."

이철희 : 잊으면 안 된다. 안 잊는다는 게 매일 그 얘길 하자는 것은 아니다. 분노는 차곡차곡 채워야 한다. 정말 아프게 채워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야무지게 풀 수 있다.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갈 길이 멀다. 남은 자의 숙제는 잘해내야 하는 것이니까.

이종훈 : 슬픔을 참고 뛰고 또 뛰는 게 우리 학생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일이다.

김윤철 :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에게 '기성세대로 사죄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어른들이 바꾸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데, 살다 보면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이번 사고는 개인적으로도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길목에서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삶을 다잡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노력하려고 한다.

이철희 : 그렇다.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 숙제다. 남은 자의 숙제를 잘하는 게 문자 그대로, 꽃도 못 피우고 간 친구들에게 대한 보답이다.

그리고 단원고 2학년 학생들, 1997년생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IMF라는 비극을 맞이한 그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또 이런 비극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정말 할 말이 없다. 당시 IMF도 관료 신화가 무너지는 소리였는데, 그 관료들의 무능 때문에 또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게 또한 안타깝다.

<이쑤시개>도 눈에 보이는 것만 좇으려 하지 않겠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하겠다. 4.16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여러분도 힘내야 한다. 힘내서 무찌릅시다.

'힐스브러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이 열렸던 힐스브러 경기장(셰필드 웬즈데이의 홈구장)에서 리버풀 팬 96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양 팀 팬 간 충돌 방지를 이유로 경기장 출입구를 한 개만 개방, 수많은 리버풀 팬들은 킥오프 시간이 임박해도 미처 입장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이 출입구를 추가로 개방하자 사람들은 물밀 듯이 들어왔고, 앞서 입장해있던 이들은 철책과 인파 사이에서 짓눌렸다. 결국 경기는 킥오프 6분 만에 중단됐다.

일간지 <더 선>은 술에 취한 리버풀 팬들의 난동 때문에 참사가 일어났다고 보도했으며, 경기장 통제의 책임이 있는 해당 경찰은 증거부족으로 기소가 기각됐다.

그러나 희생자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구성된 '힐스브러 독립 패널'에 의해 23년 만에 참사 피해자의 무고함이 드러났다. 이들은 45만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사고를 목격했던 경찰 증언 164개가 임의로 수정됐으며, 당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40여 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정황 등을 새롭게 밝혔다.

이에 2012년 9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날 일어난 일은 잘못되었다. 정부를 대표하여, 국가를 대표하여, 이러한 이중 불의(double injustice)가 바로잡아지지 않은 채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에 깊이 사과한다.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머지사이드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대가는 오히려 그들을 사고의 주범으로 몰아세운 것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훌리건에 대해 명확하지 않게 바라보고 있음에도, 이날의 보고서는 흑백 논리로 쓰였다. 리버풀 팬들은 참사의 원인이 아니었다."

뒤늦게나마 '힐스브러 참사'의 진상이 밝혀진 데는 리버풀 선수들과 팬들, 즉 영국 축구계가 4월 15일을 잊지 않고 꾸준히 추모했기 때문이다. 특히 25주년이 되는 올해 4월 영국 축구협회는 모든 리그와 FA컵 경기를 7분 늦게 시작했다. 6분까지 선수들이 입장하고 1분 동안 묵념한 뒤 7분에 경기를 진행하는 식이다.

리버풀은 지난달 13일 맨체스터 시티와 홈구장 안필드에서 펼친 경기에서 3대 2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1990년 이래로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이날 리버풀은 '힐스브러 참사' 희생자를 위해 관중석 96개를 비워놨다.


*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3003번(정보이용료 1000원)으로 응원 또는 의견을 보내주세요. SKT, KT, LG U+ 통신사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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