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업화 여부보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공원 내에 미군기지와 미대사관이 들어서게 된다는 점이다.
'민족적 쾌거' 라더니…'누더기 공원'될 판
현재 서울시민들은 용산미군기지 '메인포스트(MP/24만 평)와 '사우스포스트(SP/57만 평)' 부지 81만 평 전체를 공원화하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1. 전쟁기념관 확장(1만3466평) 2. 국방부 정수장(1283평) 3. 국방부-미군기지 연결지대(2만4484평) 4. 주한미군 헬기장(1만7138평) 5. 국방부 121병원(1만6245평) 6. 주한미군 기지 잔류(2만5400평) |
그러나 우리 정부가 2004년 용산기지 이전협정과 2005년 '미대사관 이전에 관한 양해각서'를 미국과 체결해 부지 일부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완전한 거짓말에 가깝다.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르면 용산공원 부지 중 2만4000평은 미국 대사관과 직원용 숙소, 각종 편의시설이 모이는 외교종합 행정타운이 건설될 예정이고, 2만5000평 가량의 부지에는 '드레곤힐 호텔'을 포함한 미군기지가 잔류하게 된다. 또 현재 7000평에 가까운 미군용 헬기장은 공원조성과 함께 1만7000평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정부가 미대사관과 주한미군에 공여할 예정인 이 부지는 공원 조성 예정지의 정수리 부분과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총 6만6000평에 달하는 땅에, 그것도 한복판에 공원은 커녕 외국군 기지와 외국 대사관, 헬기장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편의를 돕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명분으로 2만5000평에 달하는 국방부-미군기지 연결부지와 1만6000평에 달하는 미 121병원 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을 확장한다며 1만4000평을 더 내놓으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미국 대사관, 국방부가 요구하고 있는 부지를 모두 허용한다면 전체 부지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12만 평이 제외된다. 용산공원이 '누더기 공원'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을 '민족적, 역사적인 쾌거'라고 자랑스럽게 선전하면서도 미군기지 잔류와 미대사관 이전을 용인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이대로라면 용산공원은 사실상 미 대사관 직원들과 주한미군을 위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공원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은 '공원다운 공원' 원한다
서울시도 '공범'에 가깝다. 필자가 작년 11월 시정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미대사관 이전부지 이외의 여타지역, 예를들면 미군 잔류부대 완충지 등 나머지 요구 부지는 가능한 한 다른 곳으로 유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미군기지 잔류문제 해결을 정부에 요청하지도 않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서울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13일 국회 건교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 문제를 전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반환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키로 했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진정 공원다운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용산공원특별법' 논의를 중단하고 불평등하게 체결된 용산기지이전협정과 미 대사관이전에 관한 양해각서를 폐기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공원 내에 절대로 미군기지와 미대사관이 들어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청산코자 하는 국민적 열망을 대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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