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일단 저로서는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의문은 시기적으로 부담이 없는, 정치적 부담이 거의 없는 이 시기에 왜 개헌은 안하고 개헌을 미루겠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가 없다"며 개헌발의 철회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외부적 환경 탓에 뜻을 굽혔지만 내심으로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각 당이 당론으로 18대 국회에서 개헌 하기로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약속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를 수용해 발의를 유보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의 공론이 정치를 죽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에 언론이 외면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압력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해당부처와 총리실에서 발의 준비와 공론화에 대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데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노력들이 모여서 아마 이와 같은 결과(각 당의 개헌수용)를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치권, 언론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월 9일 개헌을 제안하겠다고 발표 했을 때 정치권을 물론이고 언론까지도 모두 정략이라고 저를 매우 몰아붙였다"며 "언론, 정치 모두가 옛날에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던 태도를 바꿔 토론을 봉쇄하고 공론화를 억제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토론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나는 우리 사회의 공론이 정치를 죽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전에는 '공론의 장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꿈틀거리는 친노그룹
한편 이날 노 대통령은 '정치적 세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결국 저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명분이고 그리고 이제 정치세력, 그다음에 대결과 투쟁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말을 잘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대의명분이고, 그것을 받치는 세력이 중요하고, 그 다음의 것이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하여튼 대의명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라는 말이다. 이는 '개헌은 대의명분에 부합하나 우군이 부족해 결국 실패했다'는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따른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부에서 장관, 청와대 비서관 이상을 지냈던 인사들이 '참여정부 국정철학 평가모임'을 결성하고 열린우리당 내 친노그룹인 참정연, 의정연 등이 '해쳐 모여'를 모색하는 것도 노 대통령의 '정치 세력'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움직임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아무리 대의명분이 뚜렷한 일이라도 그를 뒷받치는 세력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 정치의 냉정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안보라인 숙의
이날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송민순 외교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장수 국방부 장관, 백종천 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해 2.13 합의의 초기이행조치 시한을 넘긴 문제, 이와 연동된 중유와 쌀 대북지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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