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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FTA…청와대의 이율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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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FTA…청와대의 이율배반

[한미FTA 뜯어보기 488 : 기자의 눈]불리하면 '공론'찾고 유리하면 '결단'강조?

청와대가 임기 말 국정의 양 날개로 규정한 한미FTA와 개헌 문제에 대해 스스로 내린 성적표는 현재로선 '1승 1무' 정도 되는 것 같다.

한미FTA 타결 이후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30%를 넘나들자 청와대브리핑은 "원칙과 소신이 만들어낸 성과를 보고 이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가 지금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반면 지난 14일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발의 철회를 발표하면서 "헌정사에서 각 정파와 대통령이 합의 하에서 개헌이 이뤄지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고 합의를 이루는 틀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약속어음에 배서를 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수차례 걸쳐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말은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한데 대한 해명은 따로 없었다.

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이든 한미FTA든, 최종적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그 각각의 의제를 대했던 방식은 180도 달랐다.

"국회 본관 앞에서 노상연설이라도 하겠다"

상대적 약자의 위치를 점했던 개헌 의제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진정성'과 '공론'을 철저히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9일 자신이 전격적으로 개헌제안을 한 뒤, 개헌 자체에 대한 여론을 상당히 호의적이지만 임기 내 개헌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인 것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왜 개헌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나를 이해시켜 달라" "정치권, 언론, 진보적 지식인들이 침묵의 카르텔에 빠져있다" "논의를 거쳐 공론의 장을 거치면 (임기 내 개헌) 찬성 여론이 높아질 것" 등이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다.

개헌 문제에 관한 한,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지식인들이 '논의 자체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강력한 불만을 토로해왔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따져보면 이길 자신이 있는데, 논쟁 구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이처럼 왕따가 된 노 대통령은 개헌발의 철회 직전 국회 본관 앞 돌계단에서 노상 연설까지 계획했을 정도였으니 그 마음 고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정도다.

두 차례의 FTA워크샵에서 생긴 일

반면 한미FTA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개헌 문제에 대한 그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한미FTA만이 살 길'로 일관했던 협상기간은 차치하고 지난 2일 타결 이후만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정부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한 워크샵 모두에서 노 대통령은 "오늘 이 회의는 내용이 직간접으로 공개될 것"이라며 "가차 없이 질문할 것은 질문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그런 자리가 되어도 좋다"고 공언했었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이날 워크샵 내용은 결국 흘러나왔다.

워크샵 사흘 후인 지난 6일 오후 <프레시안>을 비롯한 몇몇 언론은 워크샵 참석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노 대통령이 '700명 어민이 손해를 보는 것을 가지고 어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느냐'고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을 질타하며 격노했다"며 "노 대통령은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한미FTA로 인한 농수산업의 피해를 부풀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이 격노한 적도 없고 장관을 질책한 적도 없다"며 "단지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을 뿐"이라며 "이런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을 확인한 다른 신문들이 다음 날 조간으로 보도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인됐다.

노 대통령 본인도 12일 2차 워크샵에서 김성진 장관을 향해 "해수부 장관 어디갔나? (지난 워크샵에서) 난데없이 벼락을 맞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당시의 언론보도를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이날 두 번째 워크샵에서도 노 대통령은 한미FTA 현안 중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 문제 제기한 전윤철 감사원장을 공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청와대는 다시 이같은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NAFTA 이후 ISD로 멕시코에서 3000만 달러 정도면 거의 피해가 없는 것 아니냐"며 "개방 안 하고 살 수 있냐"고 전 감사원장을 몰아붙였다.

감사원 관계자 역시 "내가 '질책이다 아니다' 말하긴 어렵지만 대통령의 그런 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맞닥뜨렸던 유일한 FTA 토론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에 관해선 "공론의 장에서 토론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한미FTA에 대해선 달랐다. 노 대통령 본인이나 청와대브리핑은 수차례 걸쳐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컸지만 최고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또한 정부 내에서 일부 토론이 진행되더라도 노 대통령의 준비된 대답은 "개방 안 하고 살 수 있냐"였다.

사실 노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가진 사람과 실질적 토론을 벌인 적이 딱 한 번 있긴 하다.

지난해 8월 국회 한미FTA특위 위원들이 청와대 만찬에 초청받았을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들러리면 안 간다. 충분한 발언기회를 달라'고 버틴 끝에 결국 참석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한국 사람의 손은 신의 손이라면서 이제 농업도 잘 되고 한미FTA도 잘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고 심 의원은 "대통령은 종교적 낙관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응수했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인신공격을 삼가라"며 얼굴을 붉히며 참석자들과 제대로 인사도 안하고 헤어질 뻔 했다는 것이 당시 여당 특위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던 한 의원의 전언이다.

한미FTA 비판은 노 대통령의 '역린'인가?

청와대와 노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 와중에는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비겁하게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며 "타결되고 나면 반대하는 정치인들과도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야기 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협상타결 이후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반대 진영과 직접 토론할 특별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나라당도 밀어주는 유리한 판국에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개헌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아쉬움이 왜 이 부분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하긴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지난 4일 청와대브리핑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의 결단과 소신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재단하고 왜곡하는 언론의 낡은 시각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전날 <동아일보> 역시 "참모였던 사람들까지 반대했지만 노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신념으로 국익을 위한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 왔다"고 '국가 최고지도자의 결단'을 극찬했다.

보수진영의 단골 레퍼토리인 "박정희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서 지금 이런 경제적 번영이 있다"는 주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예전의 왕 뿐 아니라 대통령마다 역린(逆鱗)이란 것이 있었다고들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차남인 현철 씨 이야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아들 문제가 역린이었단다.

아마 노 대통령의 경우에는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역린인가 보다. 그런데 전임 대통령들은 그 역린 때문에 퇴임 이후 큰 곤욕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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