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朴정부, 세월호 이어 북핵문제에도 '유체이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朴정부, 세월호 이어 북핵문제에도 '유체이탈'?

[정욱식 칼럼] 언제까지 미국에만 베팅하고 있을 건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마무리됐다. 일본-한국-말레이시아-필리핀으로 이어진 그의 행보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체화하고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천명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각별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오바마의 순방 기간 동안 국내에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에 빠져 있었다. 아니 세월호 참사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오바마에게 향한 질문의 상당 부분도 이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책을 묻는 것에 할애됐다. 이에 따라 오바마 순방의 함의와 결과를 따져볼 기회 자체가 위축되고 말았다.

▲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25일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의 줄타기

기실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 자체였다. “중국을 봉쇄할 의도가 없다”는 정치적 수사는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지만, 이는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동맹국들에겐 미국의 안보 공약 후퇴로 비춰질 수 있다. 반대로 군사력과 동맹을 강화하면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중국엔 미국 주도의 봉쇄 정책으로 비춰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오바마의 이번 순방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과 실제 행동이 불일치한 측면이 크다. 일본에선 아베 정권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센카쿠(尖角)/댜오위다오(釣魚島)가 미·일 동맹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국에선 앞선 글(☞바로 가기 : 오바마에게 밑지는 장사한 박근혜 정부)에서 설명했지만, 한미동맹 강화뿐만 아니라 한미일 삼각동맹의 토대도 깔았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미국과 가장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말레이시아와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필리핀에선 미군이 수빅만을 비롯한 군사기지 사용권을 재확보해 20여 년 만에 필리핀에 미군을 주둔시킬 근거를 마련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성과가 뭐냐”는 비판을 받았던 오바마로서는 이번 순방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미국이 성과를 낼수록 중국은 미국의 봉쇄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 결과는 아시아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의 격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 사이에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잉태하면서.

이를 의식한 오바마는 ‘금지선(red line)'보다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대화를 요구하면서 중립을 지키지 않고 일본과 필리핀의 편에 선 것에 분개하는 분위기이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과 필리핀은 중국이 더 강해지기 전에 미국이 대중 봉쇄를 구체화하길 희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은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여긴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지속되면 10년 정도 후에는 종합 국력에서 미국에 필적할 만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기 힘들다고 여기고 있는 미국은 최대한 아시아에서 동맹·우방국들을 확보해 여럿이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중국으로 하여금 전통적인 비동맹주의를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도 최대한 동맹·우방을 확보하면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와 쌍벽을 이룰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노선을 공식 채택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 이러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쟁탈전은 시작됐다!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한국의 박근혜 정부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을 자기편으로 만들면 제일 좋고,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미·중 관계에서 중립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시진핑의 목표인 것이다. 이걸 간파한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에게 계속 미국에 베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중간의 한국 쟁탈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일본 및 필리핀과 비교할 때, 한국은 다행인 것도 있고 불행인 것도 있다. 한국은 이들 나라처럼 중국과 영토 분쟁 대상국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중 암초인 이어도 문제를 영토 분쟁으로 오해하거나 이용하려는 기류가 있다. 다행인 것을 불행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은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모색할 핵심적인 지혜에 해당된다.

현재는 불행이지만 우리가 하기 여하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는 변수도 있다. 바로 북한이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을 컨트롤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걸 못하면 중국의 안보 이익도 침해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반면 중국은 미국이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를 떠넘기려고 한다고 반박한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 구도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계속 미국에 베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서 한국은 제3자가 아니다. 북한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도 있는 직접 당사자이다. 기본조차도 망각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유체이탈식 정책’이 통탄스러운 까닭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및 통일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커다란 이익이자, 미·중 패권 구도에서 한국이 발언권과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건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미·중 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을 해소해 지역 차원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할 수 있는 공공재인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