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의 2차 TV토론은 세월호가 지배했다. 세월호 참사로 중지됐던 경선 일정을 재개한 후보들은 29일 열린 TV토론에서 저마다 '안전 시장'을 자처하며 표 공략에 나섰다.
막내 아들의 세월호 관련 '막말'로 논란을 빚은 정몽준 후보는 거듭 고개를 숙였고, 이혜훈 후보는 토론회 말미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황식 후보는 정 후보가 실소유주인 현대중공업에서 최근 안전 사고가 발생한 것을 들어 '안전 불감증'이라고 정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정몽준 "막내아들 철없는 짓 거듭 사과…요즘 가족 대화 못해"
막내 아들이 세월호 참사 후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을 빚은 정몽준 후보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희 막내 아들이 철없는 짓을 해서 많은 국민의 심려를 끼쳐 할 말이 없다"며 "그 아이가 요즘 대학 시험에 실패해 재수한다고 하는데, 새벽에 나가면 밤 11시에 들어와 저희 가족이 중대한 사고 앞에서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제가 사과했지만 어떻게 더 말씀을 드릴 수 있겠나"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후보 상호 간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먼저 김황식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현대중공업은 초일류 기업이지만 7명의 노동자를 사망시킨 안전 사고를 일으킨 안전 불감증이 심했던 곳"이라며 "원전 비리와 관련해서도 6명이 기소됐다"고 공격했다.
이에 정 후보는 "현대 중공업에서 최근 발생한 안전 사고에 대해선 유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면서도 "특정 회사가 저와 관계가 있다고 해서 공개 토론에서 저를 매도하고 전체 기업인들을 두들겨 잡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朴心' 두고 신경전도…김황식 "정몽준, 박 대통령과 10년간 대립각"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두고서도 두 후보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우선 김 후보가 "서울시장은 시정 운영도 중요하지만 중앙 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몽준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10년 간 대립각을 세웠다"고 공격했고, 이에 정 후보는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아니라 정책 비판을 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2002년 탈당한 뒤 미래연합을 만들 때 저랑 같이하자고 했었다"고 했다.
이후엔 정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저는 지난번 토론에서 '친박이냐'고 묻는 (OX 퀴즈) 질문에 'O'라고 답했다. 김 후보님은 '△'하지 않으셨나"라고 따져 물었고, 이에 김 후보는 "중립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저는 소신이 없다고 느꼈다"고 거듭 공격하기도 했다.
각 후보들은 본인에게 쏟아진 날카로운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혜훈 후보는 서울시장 경선 출마 후 주소지를 정몽준 후보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으로 옮겨 제기된 이른바 '빅딜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생방송 중에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질문을 던진 방송사 기자에게 "(서울시장) 선거 이후 보궐선거에 내가 나간다는 것인데, 선거 결과를 상정하고 얘기하는 것이라 선거법 위반"이라고 따지기도 했다.
정 후보는 자신이 '재벌 이미지'로 서민들을 잘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선거가 열 번째인데, 그런 지적을 많이 받았다.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면서도 "정치인 중에는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을 돕는 정치인이 있다. 저는 서민을 돕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황식 후보는 당내 경선 룰에 대한 불만으로 이틀간 칩거에 들어간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칩거와 관련해 많은 분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며 "솔직히 말하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많은 분들이 저에게 경선에 참가해달라고 요청을 받았는데, 경선 관리 과정에서 너무 미숙하게 처리해 상처를 입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문제를 바로잡고 새누리당의 경선을 원만히 치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지만, 그 부분이 옳다 그르다는 말은 유보하겠지만 앞으로는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선거 일정을 전격 중지했다가 재개한 후보들은 저마다 '안전 시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우선 김황식 후보는 "세월호 사고는 탈법과 편법, 부도덕한 기업인의 탐욕과 관련 행정 기관의 무능, 무책임이 빚어낸 총체적인 참극"이라며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제가 나서서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후보는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토론회에 나와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대한민국이 여기서 침몰해서는 안 된다. 안전이 지켜지는 서울, 사람의 생명 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몽준 후보 역시 "서울시정의 최우선 순위를 시민의 안전에 두겠다"면서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직접 챙기고, 시민의 안전을 팔아 사익을 챙기는 부패 구조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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