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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 애도하되, 그 상처를 넘어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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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 애도하되, 그 상처를 넘어서려면

[이주의 리스트] 상처 딛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재난과 같은 압도적인 외상경험을 하고 나면 피해 당사자나 그 가족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광범위한 영역의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한바탕 태풍이 지나간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가야만 한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의문이 들고 화도 나고 불행에 괴로워하겠지만, 그래도 결국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갖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또 압도적 경험을 겪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그것을 극복해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현실을 조금은 담대하게 맞닥뜨릴 용기와 지혜를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관점의 책들을 엄선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어린이의 마음, 의사가 바라보는 역경에 대한 태도, 자식을 잃은 철학자의 마음, 가족을 오랜 시간 감옥에 보낸 트라우마를 창작으로 극복한 경우, 마지막으로 전문적인 서적까지.


(1) 재니스 A. 디 치아코의 <슬픈 아이들의 심리학>

▲ <슬픈 아이들의 심리학>(재니스 A. 디 치아코 지음, 정연희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휴먼앤북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애도 과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충분히 슬퍼하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겪어가는 과정은 절대 쉬울 수 없는 일이다. 친구를 잃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종류의 슬픔과 충격은 어른들보다 훨씬 크고, 이후의 삶에 의외의 방식으로 변주되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이자 학교심리학자인 저자가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상실과 애도를 경함하는 과정에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심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풍부한 사례를 통해 각각의 아이들이 어떻게 그 아픔을 극복해나가게 되는지 보여준다.


(2) 알렉스 리커만의 <지지 않는 마음>

▲ <지지 않는 마음>(알렉스 리커만 지음, 김성훈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책읽는수요일
예측하기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그럴수록 두렵고 무서워진다. 이해하기 어렵고 예측할 수 없으니, 내게도 언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과 의사인 저자는 수많은 괴로움을 겪는 환자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치료를 하면서 우리가 겪는 괴로움이 실로 크고 힘들지만, 마침내 이겨내는 우리의 마음 또한 강인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노력을 한다면 최소한 '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수많은 난관 속에서 오도가도 못 할 좌절에 빠져있는 이들의 마음 안에 가져야할 화두중 하나는 '지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이를 위해 갖춰야할 삶의 이유와 목적 알기, 현실적 희망 갖기, 자기 용서의 방법, 연민과 용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3)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

▲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사계절 펴냄). ⓒ사계절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린 강상중 교수는 대지진으로 국가적 재난을 경험한 일본 국민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이런 불행이 하필이면 내게 닥친 것일까" 그는 "이런 비참을 겪고도, 그래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얻으려고 노력을 했다. 빅토르 프랑클의 수용소 경험에 의한 로고테라피를 이론적 배경으로 하여, 강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살아갈 근거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 인간의 세 가지 가치에 대해서, 또 인생이 던진 물음에 답하는 방법에 대한 그의 글을 읽다보면 지금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의미와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4) 서경식의 <청춘의 사신>

▲ <청춘의 사신>(서경식 지음, 김석희 옮김, 창비 펴냄). ⓒ창비
저자 서경식은 두 형이 간첩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투옥되어 장기수로 복역하면서 속된 말로 '인생이 꼬여버렸다'. 7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록 나오지 못하는 형을 두고 결국 부모는 사망했고,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숨 막히는 지하실에 처넣어진 기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 그를 구원한 것은 그림이었다. 그림을 공부하고 미술관을 순례하면서 그는 글을 썼고, 그림을 통해 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사투한 미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세계대전과 대량 살육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초반의 유럽에서 사신의 숨결을 느끼며 그것을 그림으로 승화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닥친 죽음과 상실의 트라우마는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형의 투옥과 오랜 감옥 생활을 지켜보는 트라우마 속에서 서경식은 그림을 만나게 되었고, 나아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예술가들의 초상을 글로 써냈다. 트라우마의 극복에 창작 심리가 어떤 무의식적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그런 맥락에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5) 대한불안장애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의 <재난과 정신건강>

▲ <재난과 정신건강>(대한불안장애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 ⓒ지식공작소
한국인에 의해 쓰인, 한국 사례를 담은 최초의 재난 관련 정신의학 전문서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역사적 시작은 전쟁이었다.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군인들의 외상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면서 PTSD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질환으로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역사적 맥락을 짚어가면서 전쟁뿐만이 아니라 자연재해, 교통사고, 화재, 건축물 붕괴사건, 성폭력 등을 재난으로 정의하면서 외상사건에 대한 일반적 반응, 피해자들의 정신증상의 반응의 단계별 차이를 설명하며 치료법에 대해서 전문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구조대원과 같은 특수직 종사자들의 PTSD의 중요성과 평가, 치료법에 대해서 다룬다. 최근 문헌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사례와 임상사례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고, 일반적인 평가하는 방법, 치료법에 대해서 역시 상세히 서술되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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