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민군 창건기념일을 맞아 진행했던 중앙보고대회에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참여하지 않아 그의 거취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의 총책임자인 최 총정치국장이 군 창건기념일 행사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건강이상설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숙청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룡해가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지난번에도 한 달 가까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었고, 이후에 건강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지금은 1주일 정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특별한 이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 총정치국장이 별다른 신변 이상이 없는데도 북한군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행사인 인민군 창건 기념일 행사에 나오지 않은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인민군 창건은 군으로 보면 제일 큰 행사인데 군 총정치국장이 참석하지 않은 사례는 제 기억에는 없다”면서 최 총정치국장의 불참이 매우 이례적인 사례임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 총정치국장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1월 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산물 냉동시설을 시찰할 당시 수행에 나섰는데, 녹화 중계 화면에 오른쪽 무릎을 굽히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룡해, 김정은 보다 적통성을 띈 인물?
일각에서는 최룡해의 숙청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는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객원연구원은 24일(현지시각) 보수성향의 외교안보전문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에 기고한 글에서 “항일 게릴라 활동을 주도한 최현의 아들이자 상속자인 최룡해가 평양 내 ‘주체 왕관’의 정통 계승자가 되는 게 마땅해보인다”며 김정은보다 북한 통치의 적통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일정 시점이 되면 김정은에 의해 최룡해가 숙청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는 최룡해의 아버지인 최현이 항일 게릴라군 활동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핼핀 연구원은 “북한은 김일성이 1937년 6월 4일 보천보 전투 당시 게릴라군을 주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일 자 영국 데일리 메일이 1937년 6월 7일 자 일본 아사히신문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현이 전투를 주도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김일성의 항일 게릴라 활동에 상당 부분 기반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통치 명분도 항일 활동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높다. 그런데 실제 항일 게릴라군을 주도했던 것이 김일성이 아니라 최현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현재 북한 정권 정통성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핼펀 연구원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견해도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일부 신문의 부정확한 보도 하나를 가지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북한의 공식 주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료와 증언으로 뒷받침된 김일성의 보천보전투 지휘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던 최룡해는 장성택 숙청 이후 지난 4월 9일의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직에도 선출됨으로써 과거 장성택보다 훨씬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며 “만약 김정은의 유고가 발생한다면 현재로써는 그의 권력을 승계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최룡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이날 중앙보고대회에서 ‘핵 억제력’이나 ‘핵실험’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3월 30일 외무성 성명에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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