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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잠수사 "다이빙 못 해 안달난 사람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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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잠수사 "다이빙 못 해 안달난 사람들 아니다"

민간잠수사-해경 구조 현장 갈등, 왜 불거졌나

세월호 희생자 구조작업의 최적기라는 소조기(22일~24일)에, 단 한 명의 잠수 인력이 절실한 이때 민간잠수사 철수 소식이 들렸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구조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민간잠수사와 해군·해경 간 갈등은 '세월호 침몰' 초기부터 불거졌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일과 레크레이션 잠수는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다. 민간잠수사는 지난 22일 해군에게 "'아무거나' 데리고 왔느냐"라고 무시당한 데 이어, 23일 해경에게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민간잠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말까지 전해 들었다. 결국 민간잠수사들 사이에서 "이렇게 도움도 못 주는 상황에서 왜 있어야 하느냐. 그냥 철수하자"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해경은 "최적의 대원들이 준비하고 들어갔다가 나와야 하는데, 검증 안 된 분들이 그 소중한 기회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수가 없다"면서 "검증된 분들이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통제했다는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UDT, SSU를 비롯한 베테랑 특수대원 수백 명이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를 맞아 집중적으로 수색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민간잠수사들은 절차와 방법, 시간대를 고려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수중환경협회 황대영 회장은 2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참여한 민간잠수사 수준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며 전문성 의심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특히 황 회장은 "많은 민간잠수사들이 사비를 들이고 생업을 뒤로하고 모였는데, 이런 사람들의 다이빙 실력과 수준을 격하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4시께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민간잠수사의 말을 종합한 것이다. 한국수중환경협회 구조팀장 유시훈 씨, SSI 강사 정종남 씨, 그외 이름 밝히기를 꺼린 민간잠수사들은 적게는 15년 이상 많게는 25년의 잠수 경력을 갖고 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황 회장은 후카잠수(표면공기 공급방식) 장비 보충에 여념이 없었다.

▲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지난 22일, 구조팀이 희생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해군

프레시안 : 세월호 희생자 구조작업에서 철수하는 건가.

민간잠수사 : 아니다. 실종자 가족 중 일부의 요구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23일) 오후 바지선 컨테이너 한 개를 배정받아 숙식을 해결하며 소조기가 끝나는 내일(24일)까지 구조작업을 할 계획이었다. 해군·해경과 합의된 내용이다. 그래서 장비를 챙겨 바지선까지 갔으나 '민간잠수부가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있어 되돌아왔다. 무작정 대기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라 일단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프레시안 : 민관군 합동구조팀 내 갈등이 있다고 하던데….

민간잠수사 : 오늘 일이 구조팀 내 갈등 때문은 아니다. 물론 민관군 구조팀의 지휘체계 혼선은 초반부터 있었다. 다만, 지금은 100명이든 500명이든 잠수 인력을 대거 투입해 구조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소조기라고 해도 바다 속 유속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하기 좋은 환경이어도 장비를 옮기며 준비하다 보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프레시안 : 민간잠수부가 구조작업에 방해된다는 얘기도 있다.

민간잠수사 : 현재 설치된 가이드라인은 5개다. UDT나 SSU 잠수부에게 민간잠수사가 방해가 된다면 가이드라인을 따로 설치해 수색 경로를 개척하면 된다. 아직도 150여 명이 구조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유속의 흐름이 빨라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선체 유리창이 깨진 곳도 있는데….

사고 발생 다음 날부터 민간잠수사 20명 정도가 가이드라인을 설치했다. 선체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손도끼는 민간잠수부가 제안했다. 그런데 해군은 5개 가이드라인 설치를 마치 군이 다 한 것처럼 발표했다. 구조작업을 위한 사전작업에 민간잠수사가 큰 역할을 했지만,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구조활동을 한 쪽은 UDT와 SSU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실제 희생자 구조에 나선 사람은 몇 명 없다. 민간잠수부 중 선체를 직접 수색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민간잠수부 역할이 미비하다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애초에 민관군이 역할을 분담했으면, 지금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레시안 : 구조작업에 배제돼 서운한 것인가.

민간잠수사 : 바다에 나갈 때는 조건이 어떻든 배 안에 '우리 아들딸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으로 나간다. 그런데 이런 순수한 마음이 무시되고 있다. 그저 다이빙을 못 해 안달난 사람처럼 비치고 있다.

뭐든지 타이밍이다. 시간이 있을 때 협조해서 구조해야 한다. 24일까지가 적정 시간이다. 그래서 견디고 있다. 솔직히 '아이언맨'이었으면 좋겠다. 바다 속에서 침몰한 배를 확 들어버리면 된는 것 아닌가. 그만큼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

프레시안 : 바라는 점이 있다면?

민간잠수사 : 천안함에 이어 세월호까지 재해는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번을 기회로 민관군 구조팀의 역할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전쟁터에서는 군인과 예비군, 민방위가 하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그런 역할을 달라는 것이다. 해경 쪽에서는 역할을 안 주겠다는 게 아니라, 못 믿겠다는 얘기가 나오니 답답하다. 같은 전문가인데, 서로를 못 믿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다음날인 17일 팽목항에 왔다. 그렇게 일주일, '잠수사'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이곳을 지키고 있다. 대가 하나 바라지 않고 구조작업에 뛰어든 이들 또한,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A씨는 제주도행 교통편을 고민하다 지난 16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자동차는 전날 세월호에 맡겼다. 순간의 선택이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A씨는 지금 '나'만 살아남은 것 같은 죄책감에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B씨는 안산 단원고 학생과 같은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아빠다. 세월호 침몰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인 셈이다. B씨가 헐레벌떡 팽목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내 새끼 같은 아이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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