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까지 포함한 원내 6개 정당, 단체의 '개헌발의 요청'에 대해 청와대가 11일 일단 환영의사를 밝히며 "대화를 하자"고 답했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 달 8일 노 대통령이 개헌유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차기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단축하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며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 임기 내에 개헌발의가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청와대는 "대화분위기를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17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의 개헌안 의결은 유예"라고 덧붙였다.
"17일 의결은 유보한다"
11일 오후 직접 브리핑에 나선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동안 대통령께서 여러차례 개헌에 대한 정치적 대화를 제안한 바 있는데, 이번 원내대표단의 합의는 늦었지만 그에 대한 응답이거나 새로운 제안으로 보며 이것으로 대화의 문이 열렸다고 본다"고 환영했다.
문 실장은 "다만 이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각 당이 차기 국회에서의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정당간의 합의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책임있게 약속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각 당이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책임있게 약속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대통령은 정당대표들과 개헌의 내용과 추진일정 등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내주(17일 국무회의) 의결이 유보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실장은 "개헌에 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중요한 사정의 변경이 생겼기 때문에 정치적 대화가 결실을 맺을 전망이 보인다면 그 동안은 개헌의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 실장은 어느 정도 시점까지 논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일단 17일 발의는 유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우리당을 비롯한 각 정당들과 청와대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사전협의는 없었다"면서도 "다만 FTA타결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문제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모색하면 어떻겠냐'는 식의 논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당 측은 "개헌 유보 건의 의사를 사전에 비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임기단축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지 않겠다"
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 있는 전제조건에 대해 문 실장은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정치적 협상을 통해 논의를 해나가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청와대 입장으로는 적어도 대통령께서 냈던 원포인트 개헌의 내용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내걸었던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이 여전히 전제조건이냐'는 질문에 문 실장은 "원내대표단의 합의, 당론을 통한 책임있는 약속이 이뤄지면 대화의 문이 열리는 것인데 사전에 까다로운 조건을 미리 달고 하는 것이 어떤진 모르겠다"며 "구체적 내용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의될 것으로 보지만 현재 청와대 입장은 당초 취지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제각각의 질문과 해석이 쏟아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대화가 시작되는 마당에 그런 것을 전제조건을 꼭 내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헌발의 유보의 가장 큰 걸림돌 하나가 치워진 셈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 달 8일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해 "1년 임기 단축을 포함해 각 당이 당론으로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개헌의 내용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것이 합의가 되거나 신뢰할 만한 대국민 공약으로 이루어진다면, 저는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와 국회에 넘길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문 실장은 "적어도 원포인트 개헌만큼은 (차기 국회에서 반드시) 한다는 약속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며 "그런 담보 없이 개헌발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브리핑을 마쳤다.
문 실장은 "지금 밝힌 입장은 오늘 오전 제가 주재한 정무관계 회의에서 의견을 모아서 대통령께 건의드린 결과를 정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헌 발의 유보 가능성 높아져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개헌문제를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한다.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는 국회 원내대표단의 제안에 대한 청와대의 화답은 일단 긍정적이다.
게다가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던 '차기 대통령 임기단축'전제조건에 대해 청와대가 신축적 입장을 보인 이상, 개헌 발의가 유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간 이상, 각 정당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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