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에서 '분더바'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부부는 악덕 건물주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 중이다. 이 부부는 연희동 주택가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400만 원에 임차하였다. 그 후 임대한 단독주택에 전 재산 2억 원을 투자해 인테리어와 정원을 새로 꾸며서 테라스 카페를 열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분더바'는 꽤 유명한 카페가 되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 사정 등으로 두 달 치 월세를 연체하였고, 두 달 치 월세가 연체된 날로부터 8일이 지난 시점에 임대인으로부터 계약해지 내용증명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이 부부는 '분더바'를 인수하겠다는 임차인을 구해왔지만, 건물주는 이를 거부하고 막무가내로 명도집행을 진행 중이다.
위의 사례에서 건물주는 2달 치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하여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명도를 요구하였으니, 건물주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법에 따른 권리 행사라 할 수 있다. 민법 제640조가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5000만 원이 깔려있는데도 겨우 2달치 월세 연체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하는 임대인의 가혹함도 문제이나, 더 중요한 문제는 임차인은 2억 원을 투자한 카페를 인수할 임차인을 구해왔는데도, 임대인이 임대를 거부했다는 점에 있다. 임대인이 그와 같은 경우에 후속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부하고, 본인이 직접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종전 임차인이 투자한 노력과 자본을 가로채는 약탈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현실의 문제에 대해,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또한 문제의식을 공감하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내용 중 하나로 "상가 권리금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상가 권리금 보호방안의 세부 내용으로 ①권리금의 법적 정의 도입, ②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 보급, ③보증금 및 임대료 규모(환산 보증금)와 무관하게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에 대한 존속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대항력) 부여, ④임대인 개입에 의한 권리금 피해 구제, ⑤권리금 피해 구제를 위한 보험 상품 개발, ⑥권리금 분쟁 조정 기구 설치 등이 제시되었다.
상가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방안 자체는 환영할 만한 것이나, 그 중 임대인이 개입하여 임차인의 권리금을 약탈한 경우 피해 구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 피해 발생시 권리금 보호액은 과연 얼마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방안은 언급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내용은 오히려 디테일에 숨어 있기가 쉽다.
우리나라의 오랜 권리금 수수 관행은, 새로 들어온 상가 임차인이 종전에 장사하던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착되어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도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이상, 권리금은 퇴거하는 임차인이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0. 9. 22. 선고 2000다26326 판결). 다른 나라에는 권리금 수수 관행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임차인이 상가의 가치를 상승시킨 경우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보상(disturbance payment)을 지급하고, 임차인 간에는 권리금을 수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관행과 우리 실정은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제도 설계의 기본 골격은 우리 현실에서 유지되고 있는 관행에 대해 법적 규범력을 부여하여, '퇴거하는 임차인(종전 임차인)이 뒤에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후속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권리(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청구권)를 법으로 승인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청구권을 인정하면 건물주의 소유권이나 계약 자유 원칙과 충돌을 가져온다는 데 있다. 즉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건물주는 임차인에 대해 그 소유권에 근거하여 다른 조건 없이 나가라고 할 수가 있는데, 권리금 회수 보장을 위해서는 계약 기간이 끝난 종전 임차인이 권리금을 많이 주겠다고 한 후속 임차인을 구해오면 임대인은 후속 임차인과 계약을 해야만 한다는 문제(계약 상대방 결정의 자유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또 임대료 등의 임대 조건도 검토되어야 할 것인데, 종전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임대인은 임대료 등을 조정하기를 원할 것인데, 후속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임대 조건 문제를 종전 임차인이 결정할 수는 없다는 문제(계약 내용을 종전 임차인이 정할 수는 없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권리금을 보장하기 위한 계약 체결 흐름은 다음과 같이 되어야 한다. 임대차 기간이 끝날 무렵이 된다→임대인은 종전 임차인에게 새로 체결될 임대차 계약 조건을 통지하여야 한다→임대인이 통지한 임대 조건이 맘에 들면 종전 임차인은 자기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면 임대인이 통지한 임대차 조건에 따를 수 있는 후속 임차인을 물색한다→종전 임차인은 후속 임차인과 접촉해서 한편으로는 임대인이 지정한 임대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종전 임차인이 바라는 권리금을 지급하겠다는 후속 임차인을 찾아야 한다→모든 조건을 받아들이는 후속 임차인이 나타나면, 임대인과 후속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종전 임차인과 후속 임차인은 권리금 수수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위 과정에서 '임대인이 지정하는 임대조건'과 '종전 임차인이 희망하는 권리금 수준'을 모두 충족하는 후속 임차인을 물색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후속 임차인은 보증금을 더 내고 들어오든 권리금을 더 내고 들어오든 총액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임대인 측에서는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올리고 싶어 할 것이고, 종전 임차인 측에서는 권리금을 올리고 싶어 할 것이다. 즉 임대 기간이 종료되고 종전 임차인이 장사를 잘해서 상가가 활성화되어 종전 임대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후속 임차인이 들어오게 된 경우, 임대인은 임대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증액함으로써 이를 차지하고자 할 것이고, 종전 임차인은 자신이 권리금으로 받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임대인과 종전 임차인 간의 이해충돌 국면이 존재한다. 임대인과 종전 임차인 간에 협의가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두 사람 의견이 다른 경우라면 종전 임차인 몫으로 지급받을 권리금 수준을 중립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판정 방법에서 감안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먼저 바닥 권리금(빈 점포에 존재하는 기본 권리금)을 판정할 때는 업종이 어떤 것이 되더라도 해당 상권에서 수수되는 권리금을 비교 사례로 감안하여야 하고, 다음으로 시설 권리금에 대해서는 해당 영업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투자된 자본의 감가상각 잔존액이 고려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영업 권리금에 대해서는 향후 해당 영업에서 발생할 영업이익을 현가로 할인하여 평가한 영업권 가액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권리금 평가 방식에 대해 아직 일반화된 감정평가 이론이 적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새로 도입할 상가 권리금 보호 방안(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기본적인 내용만 법률에 담고, 나머지는 법원과 감정평가사에게 맡겨서 정하는 방식이 지금으로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 구체적인 권리금 보호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기대도 되고, 구체적인 논의가 되고 있지 않아서 과연 정부가 발표한 계획대로 올해 안에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우려도 된다. 임차인이 만들어 낸 유·무형의 자산인 권리금에 대한 보호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점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나, 다른 나라에 전례가 없는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 논의가 없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강호제현들의 여러 의견이 개진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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