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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이것이 최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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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이것이 최선이었나

[포토]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세월호 참사 구조 현장

구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보도와 달리 현장은 지지부진했다. 구조는 뒤늦게 시작된데다 변변한 결과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의 대응이 전방위에서 지적됐지만 현장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8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행태에 너무 분해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려 한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에서 이들은 정부가 현장 투입 인원을 부풀리고 사고 당일 밤 10시까지 구조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YTN을 통해 생중계된 이 호소문은 정부와 언론에 대한 극도의 반감이 배경이었다. 정부의 보도자료대로 구조 작업의 어려움만 반복하는 언론을 믿지 못한 가족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길 원했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에 대한 거센 항의 뒤에 생중계가 이뤄졌다.

가족들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분 1초가 급한데 어디서 속시원한 대답 한 마디 들을 수 없었다. 구조 작업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관계자는 “전문가가 아니니 확인해서 아침에 알려드리겠다”며 태평한 대답을 내놓다 가족들의 면박을 사기도 했다. 급기야 답답한 가족들이 수중카메라를 들고 사고해역에 들어가는 일까지 일어났다.


구조 수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징어배의 집어등과 잠수사를 위한 바지선 정박은 모두 가족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이었는데, 이마저도 뒤늦게 현장에 배치됐다.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기지 같은 것을 정부 측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는 무리하지 않고 신중하고 차근차근 구조작업을 벌인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뒤집어 보면 그다지 긴박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팽목항 상황실에서 지극히 일상적인 분위기로 업무를 나누던 각 부처 관계자들의 회의 모습에서도 긴박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해경 간부는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일"이라고 말해 직위 해제됐고, 현장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려던 관료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급박한 상황에서의 예외적인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정부는 말을 아끼고 현실적 어려움을 부각시키며 무능을 감췄다. 방송 매체들이 여전히 구조 작업의 악조건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었다. 한 학부모가 "아이들을 기어이 죽이려고 하느냐"며 울었고, 또 한 실종자 가족은 “정부가 우리를 상대로 왜 이벤트를 벌이려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왔다 간 후 단상에 스크린이 설치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흘이 지나도록 구조자는 커녕 수색도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도실내체육관에는 '함정 192척 항공 30대 잠수부 597명'이라는 전광판만 내걸렸다. 그 시각 구조를 위해 잠수한 잠수부는 한자리수에 불과했다. 정부는 물 밑의 구조가 아니라 물 위의 홍보에 더 신경쓰고 있었다.

이것이 국가냐고, 국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고, 도대체 국가가 있긴 하느냐는 말들을 섬 곳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정부의 구조 의지까지 의심할만큼 국가에 대한 불신은 팽배해 있었다. 무리하다 사고내지 않으려는,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 지탄받지도 않으려는 그 어디쯤에서 정부 관료가 줄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은 침몰 이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가 아니었다.

무엇으로도 다 헤아릴 수 없었던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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