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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만 들은 마을 이장, 그가 자살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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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말만 들은 마을 이장, 그가 자살한 이유는?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15>에너지자립은 '주민참여와 상향식'으로

2011년 9월, 충남의 한 마을 이장이 자살했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명분으로 강행하던 ‘저탄소 녹색 마을' 사업이 화근이었다. 이장은 사업을 밀어붙이던 정부와 사업 추진에 부정적이던 주민 사이에 끼여 마음고생이 심했다. 애초 선정된 마을에서 주민의 반대로 넘겨받은 사업이다.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 부산물을 에너지 자원화하는 사업목적이었다. 과제도, 사연도 복잡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사업 모양도 편익시설이라기보다 혐오시설로 오인되기에 충분했다. 초기에 사업 이해가 부족한 주민의 반대는 어쩌면 당연했다.
물론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찬성논리는 분명했다. 바이오 가스 플랜트를 설치하면 전기와 열을 생산해 쓸 수 있으니 좋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더 컸다.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거세게 항변했다.
이렇게 찬성과 반대가 서로 팽팽히 대치하고 대립했다. 사실 그게 더 큰 문제였다. 마을 사람들이 갈등하고 반목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마을공동체의 평화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무엇보다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한 게 문제였다. 기본적인 주민동의서 요구 등 사전 행정절차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행정은 주민 동의를 얻지 못했음에도 사업을 급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두 달 만에 쫓기듯 이 마을을 사업 대상지로 새로 결정했다.
결국, 이 마을 43가구 가운데 35가구가 반대로 돌아섰다. 여기에 구경하던 이웃마을까지 싸움판에 가세했다. 정부는 독일 윤데마을을 녹색마을 모델로 삼았다. 하지만 독일 마을과 한국 마을은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을 것이다. 독일의 윤데마을은 마을 조성까지 7년이라는 시간과 공을 들인 민·관 협업의 역작이다. 그중 5년여는 온전히 주민참여를 위해 투자하고 기다려준 시간이다. 우리 정부는 애초 과정은 살피지 않고 결과만 관광하듯 벤치마킹했을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정부도 무리한 사업계획이었음을 인정한다. 저탄소 녹색마을은 준비가 불충분하고 운영관리와 지자체 협조체계가 미흡하다는 자체 진단도 내렸다. 그 마을 이장은 잘못한 게 없다. 마을이 깨끗해지고 좋아진다는 정부 말을 믿었을 뿐이다. 마을 대표로서 나라에서 한다는 공무에 성실히 앞장선 죄밖에 없다.
저탄소 녹색마을 같은 에너지자립 사업은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 아니다. 필요하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시대에 지역과 마을의 에너지자립을 위해 필수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하는 사업임은 분명하다. 다만 행정이 먼저, 너무 나서지 말아야 한다. 더디 가더라도 주민을 사업의 주체로 앞세워야 한다. 행정과 주민이 함께, 제대로 공부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행정이 너무 나서면 주민이 할 일을 찾지 못한다.
▲통영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정기석

한국 에너지자립마을의 실패는 '정부 주도, 단기 성과주의의 실패'
에너지 자립마을은 '마을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마을'을 말한다. 지역의 잠재된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목재 펠릿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을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그린 빌리지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가 처음 시행됐다. 제주도 신창 그린 빌리지, 광주 신효천 마을, 홍성군, 부안군 등지에서 풍력과 태양광 등을 이용한 에너지 자립 '실험 수준'의 사업이 속속 진행됐다. 태양열, 태양광발전,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50호 규모의 시범마을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특히 주택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태양광 10만 호 주택보급사업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2010년부터 본격적인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이 시행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문제의' 녹색 뉴딜사업의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2009년 7월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을 수립, 농촌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유형별 저탄소 녹색마을을 조성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여기서 '녹색마을'이란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을 이용해 바이오 가스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해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자립’을 지향하는 생태 마을이라 정의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산림청 등 4개 부처가 1차 시범사업지구를 각각 한 마을씩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대부분 사업이 표류하거나 무산됐다. 우선 행안부가 추진한 충남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는 주민반대로 그해 5월 사업을 포기했다. 이 사업은 인근 금대리로 넘어가 마을이장이 자살하는 등 최악의 주민갈등 기록을 남겼다. 환경부가 추진해온 광주광역시 승촌마을도 주민 반대로 역시 그해 7월 사업 철회 신청서를 내면서 무산됐다. 광산구 망월마을이 급히 넘겨받았다. 농식품부의 전북 완주군 고산면 남봉리 녹색마을은 바이오 가스 사업이 마을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이후 게스트 하우스 건설, 주택 및 상·하수도 보수공사로 사업이 변질됐다. 사업대상지 4곳 중 산림청의 경북 봉화군 춘향면 서벽리 산림탄소순환마을만 겨우 예정대로 착공할 수 있었다.
ⓒ정기석

국 정부는 애초 2020년까지 10조 4000억 원을 투자해 600곳의 녹색마을을 조성하려던 목표 계획을 40개로 축소·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도시형 녹색마을, 농식품부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농촌형 녹색마을, 지자체를 관할하는 행안부는 도·농복합형 녹색마을, 산림청은 목재를 이용한 산촌형 녹색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단기 성과에 집착했던 게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사업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이후 2010~2012년 시범사업지 10곳 목표도 6곳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과연 이들 6개 시범사업마을을 과연 ‘에너지 자립마을’로 부를 수 있는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업은 여전히 부진하거나 표류하고 있다. 환경부의 광주 광산구 망월마을에서 에너지 연료를 공급하는 농가는 단 두 농가뿐이다.
안행부 소관인 충남 공주시 금대리는 애초 계획한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사업이 주민 반발로 철회되고, 대신 지열 등을 활용한 시설원예 작물재배로 방향이 틀어졌다. 농식품부 주관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도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포기, 녹색 마을센터와 게스트 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관광 상품화로 사업 내용이 변질됐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경북 봉화군 서벽리, 강원 화천군 느릅마을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벽리는 전형적인 오지 산골마을로서 목재부산물을 압축한 목재펠릿을 청정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2개월 동안 서벽리 마을 시범운영에 대해 평가한 결과, 마을 110가구에서 사용한 펠릿량은 130t으로 등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난방비가 5316만 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배출 감축량은 166tco₂로 이를 탄소배출권거래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33만 원의 가치가 있다. 결과적으로 펠릿을 사용한 가구는 약 50만 원 정도 이익이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역시 에너지 자립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목재펠릿을 자급자족하는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4개 부처에서 주관하던 녹색마을 사업을 환경부에서만 담당하도록 교통정리 한 바 있다. 환경부는 40개의 녹색마을을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업은 순탄치 않다. 2011년 환경부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경남 거창군 양기·음기 마을도 도비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자체 포기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전국 공모를 통해 경남 합천 야로면 나대리, 강원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등 1곳씩만 선정됐다.
그런데 해외 성공사례를 열심히 따라한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은 왜 실패했을까. 결정적 원인은 정부 주도형이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거의 모든 정부 주도형 사업의 특성상 단기간 성과를 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마치 토건사업을 벌이듯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한국 녹색마을 사업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2년이었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독일 윤데마을은 조성계획부터 에너지 자립까지 7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을 거듭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완주 덕암에너지자립마을. ⓒ정기석

대안은 역시, 민간주도형 에너지자립마을
이 같은 정부 주도형 녹색마을의 실패에 반해, 일부 민간 주도 에너지 자립마을은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북 부안군 등용마을·화정마을,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경남 산청군 갈전마을, 경남 통영 연대도 등이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마을은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에서 비롯된 에너지자립 사례다. 이때 부안에서 쓰는 에너지의 100%가 영광원자력발전소에 의지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민들이 원자력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27가구 약 60여 명 주민은 200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이 참여하고 출자하는 시민 햇빛발전소(부안마중물)를 설치했다. 이후 2008년에는 마중물 1호기, 2호기, 2009년에는 부안 나눔발전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2006년에는 4개 건물에 지열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고 2007년 바이오디젤 유채 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2009년부터는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집수리 사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가정용 전력의 60%를 태양광발전으로 자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5년까지 마을 총 에너지의 50% 자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실 중금마을은 자전거 동력발전, 쓰레기 분류 수거 등 마을 주민의 참여로 쓰레기 배출 제로 마을로 발전했다. 전북발전연구원 에너지자립마을 사례연구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에너지자립마을로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귀농인 출신 마을지도자는 초기 주민들의 비협조와 반대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재활용과 분리수거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열적외선 카메라까지 활용해 단열시공 처방을 내리고, 가정의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문풍지와 방풍 실리콘 처리까지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겨울철 난방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실내가 따뜻해지자 주민들 모두 에너지자립 예찬론자가 됐음은 물론이다.
경남 산청군 갈전리 민들레공동체 마을 안에는 지자체 등에서 30억 원 이상 투자한 대안기술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대안기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6년부터 대안기술 사업을 해오고 있다. 태양열 오븐 보급, 풍력발전기 제작, 스트로베일하우스 등의 생태적인 대안기술을 교육하고 보급하면서 농촌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선도하고 있다.
경남 통영 연대도는 지난 2008년 지방의제추진기구인 푸른통영21에서 생태섬 가꾸기 사업을 구상하면서 추진됐다. 경관, 문화, 생태, 난개발정도, 주민의식 등을 평가해 에코아일랜드 조성지로 결정한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한국의 명품섬 베스트 10'에 선정돼 25억 원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에너지자립마을을 조성했다. 이어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14억 원, 녹색성장 시범마을 2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탄소제로 에코아일랜드’를 목표로 50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의 전 세대가 15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청정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가구당 월 1000원 남짓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또 기존의 낡은 마을회관 자리에 방문객들의 편의제공을 위한 비지터 센터와 마을회관, 경로당을 생태적으로 건축했다. 이 건물들은 냉·난방시에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은 패시브하우스로 지은 국내 최초의 공공건물로 기록되었다.
서울시도 열심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사업의 목적으로 에너지 절약은 물론 생산까지 에너지자립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동작구 성대골과 강동구 십자성마을을 2014년까지 에너지자립마을 관광투어 코스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마을들의 특징은 대부분 시민단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연합 환경운동가 출신인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진정한 에너지 자립마을은 마을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해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중앙정부는 에너지 자립마을과 관련한 가이드라인과 인증을 해주고, 마을에 없는 기술·인력 등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민 스스로 만드는 외국 에너지자립마을의 교훈에서 배우자
외국 에너지자립마을 특징은 한마디로 주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점이다. 유럽(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본 등에서는 환경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10여 년 전부터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구 20만 명의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의 친환경 수도로 불린다. 기존 핵에너지 사용을 탈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150여 가구, 8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독일 중부 윤데마을은 2001년 바이오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됐다. 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에 기반을 둔 마을단위 열·전력 공급체계 전환 모델을 구현하려는 바이오에너지 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와 마을간 민주적 협의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에너지자립마을이 추진됐다.
애초 괴팅헨 대학에서 40개 마을에 제안하고, 지역의 자원분석, 주민참여, 운영방안 마련 등 7여 년에 걸친 주민 준비기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마을에서 발생하는 가축 분뇨와 농업부산물을 이용해 바이오 가스를 생산, 전력시장에 판매했다. 나머지 열은 지역 주민들에게 난방으로 공급했다. 석유나 석탄, 원자력의 도움 없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으로 자립하는 에너지자립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윤데마을은 마을에서 생산한서 밀·옥수·해바라기 등의 건초, 가축 분뇨 등을 발효하여 만든 메탄가스(CH₄)를 연료로 2005년에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했다. 연간 전력생산량은 5,000MWh로 마을에서 연간 소비하는 약 2,000MWh를 제외한 남은 전력은 외부에 매각, 수익을 창출한다.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온수(연간 생산량 5,500MWh, 연간 소비량 3,500MWh)는 6km에 달하는 배관망을 통해 각 가정과 목재건조시설 등에 난방에너지로 공급한다. 이처럼 필요한 전기와 난방연료를 석유나 석탄처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가 아닌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100% 자급자족하고 있다. 사업비는 총 550만 유로(약 75억 원)가 소요되었다. 주민 70%가 협동조합에 가입, 1인당 1500유로씩 총 120만 유로를 출자했고, 정부보조로 150만 유로, 은행융자 280만 유로 등으로 사업지를 충당했다.
오스트리아 무레크 마을은 주민 수 1600여 명 규모의 교육 및 레저도시이다. 1987년 트랙터에 사용되는 중동산 오일을 대체하는 바이오디젤 사업을 시작했다. 1989년 농부들이 주축으로 바이오디젤회사를 설립, 인근 그라츠시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를 정제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마을에 공급하고 남은 것은 재판매하고 있다. 1998년 목재와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회사를 설립, 현재 마을 주민의 난방열 수요의 95%를 충족하고 있다. 또한, 2004년에는 지역 원자재를 이용한 바이오 가스회사를 설립, 연간 840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후 2010년에는 연간 총 출력량 2100MWh의 태양광 발전소까지 설립했다. 무레크의 에너지 단지에는 현재까지 총 3200만 유로(약 470억 원)가 투자되었으며, 인근 마을을 포함하여 에너지 자립률 190%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구즈마키'는 2900가구, 인구 8000명의 작은 마을로 에너지 자립을 통해 연간 50만 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일본 최고의 와인과 우유,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시설을 통해 먹거리와 에너지를 자급한 순환경제 모델이 이 낙농마을의 관광자산이다. 풍력 발전소를 건설해 1만72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목장에서는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바이오 가스 플랜트를 활용해 열과 전기를 생산한다. 가축분뇨를 처리해 나오는 퇴비를 판매해 부대수익까지 얻고 있다.
일본 오가와마찌는 주민 출자와 외부 투자로 800만 엔을 바이오 가스 플랜트를 설치하는데 투입했다. 지역음식물 쓰레기 에너지화 사업으로 자지단체로부터 처리비용을 받는다. 음식물 쓰리기를 분리 배출하고 제공하는 가정에는 지역통화를 지급, 마을장터에서 사용하게 함으로써 주민참여도를 제고할 수 있었다. 바이오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부산물은 물거품으로 판매해 부가 수익까지 창출하고 있다.

▲산청 갈전리 민들레공동체 '대안기술센터'. ⓒ정기석

'낙제점' 저탄소 녹색마을조성사업도 주민의 손으로 재생을
저탄소 녹색마을조성사업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부 정책 실행 절차와 방향에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국익이나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지역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나가는 유력한 방법이다. 녹색연합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을 시설 설치 중심이 아닌, 사업개발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농·산촌에서 마을단위 에너지 생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마을에서 충분한 토론과 준비기간을 거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단계적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우선 '저탄소 녹색마을'에 대해 해당 주민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접근방법부터 남다른 성공사례만 쳐다보지 말고 국내외 실패사례부터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마을만들기 같은 마을공동체사업은 일반적으로 주민 참여 수준이 높을수록 성과는 높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에너지자립마을도 마찬가지다. 사업 단계별로는 준비단계, 계획 및 추진단계, 유지·관리단계별로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참여 강도와 방식은 간접 참여(단순 회의 참석), 적극 참여(정보, 의견 등 제시), 공동 권한 행사(토지, 자본, 노동력 등 제공), 자율적 권한 행사(기획, 관리, 운영) 등을 적용해 성패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
국내 '저탄소 녹색마을'의 문제는 단계별로는 대부분 초기 준비단계에서, 참여 강도와 방식 측면에서는 간접 참여와 적극 참여에서 원만하지 못했던 게 발단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저탄소 녹색마을 평가기준 중 ‘주민동의(주민유발 해소)’ 배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현지 실사 과정에서 주민동의와 참여계획 부분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기왕의 마을 리더 의존형 사업방식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부 협력자와 조력자가 마을 내에 활동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자립마을이 조성되려면 마을과 지역마다 인적, 사회적, 생태적, 기술적, 제도적, 경제적 자원이 조화롭게 부존해야 한다. 기존 실패 사례는 이들 자원의 결합과 조화가 불충분하거나 불균형적인 경우였다고 규정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저탄소 녹색마을’의 경제성에 주민들이 믿음을 가지지 못한 것도 큰 이유다. 근본적으로 해당 마을과 지역의 바이오매스 같은 내부 생태적 자원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생태적 자원이 유입되는 등 갈등 유발 가능성이 잠복해 있었다.
마치 '일본식의 바이오매스 타운'을 건설하려는 듯 설비와 물량 중심의 재생에너지 보급정책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도 있다. 가령 부안 등용마을, 임실 중금마을의 웨더라이제이션(weatherization, 내한(耐寒) 구조화), 서벽마을의 주택사업처럼 기존 주택개량사업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과 연계할 필요도 있다.
또 ‘저탄소 녹색마을’을 에너지자립 목표로 삼되, 재생에너지와 함께 물리적, 사회·경제적 특성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 관점에서 광의의 녹색마을을 지향하는 기조가 바람직하다. 이때 지역 거버넌스 상태와 수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윤데마을 등 유럽 성공모델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특성상 주민과 시민의 기술적 수용성도 중요하다. 산청 대안기술센터, 부안 등용마을, 완주 에너지전환적정기술협동조합처럼 재생에너지 기술 적응과 운영 노하우를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경험하는 교육과 워크숍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렇듯 저탄소 녹색마을 정책은 기후변화와 석유정점 시대에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역 분산형 에너지 모델을 만드는 사업이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확산과 보급에 중점을 두고. 마을공동체 참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참여와 자율운영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사업기간이 매우 부족했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역공동체 형성(Community Rehabilitation),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자율운영(Self Governing)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었다.
에너지전문가인 녹색당 이유진 정책위원장은 “사업기간의 장기화를 전제로 주민참여와 사업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법 또는 졸업제도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가령 1단계로 주민들에 대한 교육과 에너지 자립마을 계획 세우기를 통해 주민참여를 토대로 시작한다. 1단계는 초기 사업구상에 대한 지원으로 600개 이상의 마을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2단계로 에너지 절약과 주택단열개선사업으로 넘어간다. 역시 2단계도 본격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한 준비단계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은 오로지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시설 보급이 아니다. 기존 에너지 수요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에너지 절약 교육과 주택에너지효율화사업이 반드시 결합해야 한다.
2단계를 통과하면 비로소 3단계에서 마을에 재생가능 에너지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에 들어간다. 예비마을 제도를 도입해 예비마을에 한해 타당성 조사, 네트워크 구축, 주민교육, 견학, 계획서 작성 등을 마무리한 후, 최종마을을 선정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탄소 녹색마을 유형 분류도 다분히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마을은 지리적, 물리적, 생태적 요소와 자원이 매우 다양하고 인적 구성원과 성향, 경제적 능력,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도 천차만별이다. 정부가 구분한 도농복합형, 농촌형, 도시형, 산촌형으로 충분히 담을 수 없는 비정형화된 그릇이자 창조적인 틀이다. 본디 이 사업의 특성상 도시보다는 농산촌 마을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절감 외에 도시에서는 할 만한 과제가 많지 않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경제성 확보 방안도 관건이다. 마을주민이나 지자체가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에 느끼는 부담은 운영해야 하는 책임감일 것이다. 성공적인 외국 에너지 자립마을들은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운영에 대해 책임을 진다.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해 바이오 가스 플랜트에서 생산한 전기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담보해준다. ‘저탄소 녹색마을’을 대상으로 ‘저탄소 녹색마을 기금’을 구성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 방식을 운영하는 방법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형 에너지자립마을은 ‘지역순환농업’과 ‘주민참여’를 토대로
한국 농촌마을에는 ‘지역농업’과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복합영농 수익창출형 ‘생태마을’ 모델이 적합할 것이다. 특히 농산업 비중이 높은 전북의 지역경제 구조의 특성과 어울린다. 전북은 인구(185만 명) 대비 높은 농가인구(31만 명) 비율(16.7%), 지역 총생산액(26조3000억 원) 대비 높은 농림어업 총생산액(2조7000억 원) 비율(10.5%)의 특징을 보인다. 지역 에너지 자립을 정책적 의제로 삼고 친환경농업과 농촌어메니티(Amenity) 중심 생태적 농촌지역개발의 선도적 사례를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이다. 더욱이 농식품부, 안행부 등의 농촌지역개발사업이 활성화, 다양화되고 있어 서로 연계해 상승효과를 기대할 여지도 충분하다.
실제로 축산농가와 태양광발전을 결합해, 기존에 건축된 축사 지붕을 활용하면 대규모 임야, 농지 개발로 인한 국토 난개발 및 환경훼손 등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부지 매입비용, 토목비용 등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 문제도 25% 이상 절감이 가능하다. 축산농가와 바이오 가스도 결합할 수 있다. 바이오 가스 연료로 전기, 열을 생산하면,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하고 농가 수익사업도 될 수도 있다.
국내·외 에너지자립마을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예외 없는 공통점이 두 가지 발견된다. 하나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또 지역 특성에 적합한 지역(Local) 에너지를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마땅히 주민들이 에너지자립마을의 주체가 되었다. 그리고 지역자원을 에너지자립마을의 원동력으로 활용했다.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의 실패에서 깨달을 수 있듯이, 정부 주도형 하향식 접근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주민참여형 상향식 접근방식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해법이라는 말이다. 이런 기조 위에서 단계적 계획, 충분한 사업기간, 주민역량 강화 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의 실행방법론이 실천적으로, 구체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정부 주도형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이든, 민간 주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든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섣불리 덤벼들면 정부도, 민간도 낭패 보기 십상이다. 여느 마을공동체사업처럼 서로 피해를 떠넘기기에 십상이다. 주인도 주체도 없는 사업 잔해만 남겨놓는 유령 같은 실패사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피하거나 소홀히 대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은 기후변화와 석유정점의 위기에서,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학습하고 참여해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업이다.
그나마 저탄소 녹색마을 등 지난날의 시행착오와 오류를 관찰할 수 있는 점은 다행이다. 앞으로 철저하게 복기해서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대안 모델을 개발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상적인 에너지자립마을의 동력과 토대는 농업과 농촌이다.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이 잘 생산되어야 그에 따른 부산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과 운영을 할 수 있다.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은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푸는 또 하나의 유력한 단서가 될 수 있다.
■ 연재 목록

1. [농민] '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2. [농민] '농촌복지'의 사회적 서비스 해법 - 100세시대 '협동사회경제형'으로
3. [농민] '농민운동'의 연대 전략 - '사회연대적' 농민운동으로
4. [농민] '공익농업'의 국가기간산업화 -공익농민에게 '월급 기본'

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 소득을
6. [농업] '6차농산업화'의 정도 - 중소농 중심 '협동화 6차산업'으로
7. [농업] '기업화 농산업'의 대안 - '마을·지역 공동농업'으로
8. [농업] '먹거리 정의'의 중요성 - '농도상생형 사회복지'의 열쇠
9. [농업] '농산물 유통'의 혁신 대안 - 도시민이 책임지는 '농민의 생활'
10. [농업] '친환경농업'의 실천 방안 -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

11. [농촌] '농촌교육공동체'의 전망 - 마을을 살리는 '학교'
12. [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 중심'으로
13. [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
14. [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 [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 [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질적 먹거리 안전'
17. [농정] '농정 재정'의 개선 방향 -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18. [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19. [농정]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 -'지방재정'의 균형부터
20. [농정] '농협'의 개혁 해법 - '경제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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