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삼평리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망루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삼평리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장 앞에 망루를 짓고 16일 오전 9시부터 송전탑 반대 무기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현재는 주민 김춘화(64) 할머니와 대책위 활동가 손소희씨가 망루 위 텐트에서 쇠사슬을 두르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17명은 마지막 공사를 앞둔 23호 송전탑 공사장 진입로에 지난 15일 저녁 망루를 지었다. 망루는 5m 높이의 철구조물로 산 경사로에 설치됐다. 윗 부분에는 나무판자가 고정돼 3-4명이 들어갈 텐트가 쳐져 있고 숙식을 위한 침낭 등이 마련됐다. 망루 전체에는 '전기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등 한국전력공사와 경찰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농성 첫날인 16일에는 삼평리 주민 김춘화(64), 이억조(75), 이차연(76), 빈기수(51)씨를 비롯해 변홍철, 이보나, 김용철씨 등 대책위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교대로 고공농성을 벌였다. 고령의 주민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밤이 되면 망루에서 내려와 공사장 앞 '평화공원' 천막농성장에서 농성을 이어간다.
대책위는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망루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송전탑 건설 중단" ▷"송전선로 지중화"를 한전과 정부에 촉구했다. 16일에는 한전 대경건설지사 직원과 청도경찰이 농성장에 나타나 체증을 벌여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였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주민 빈기수(대책위 공동위원장)씨는 "공사 재개 소문이 있다. 더 이상 막을 방안이 없어 마지막 방안으로 망루에 오르게 됐다"면서 "공사가 재개되도 망루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가 다칠 것도 알고 있지만 그만큼 삼평리 주민들의 심정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또 "지중화만 약속해주면 당장 모든 것을 중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약속이 없으면 기한 없는 고공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대다수가 연로한 할머니들이다. 평생을 여기서 살오신 할머니들이 자신의 고향땅을 지키기 위해 높은 망루까지 지어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며 "한전은 얄팍한 보상안이나 협상안을 갖고와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라. 주민과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한전 대경건설지사 차장은 "망루는 명백한 불법시설물"이라며 "삼평리 23호 공사장은 한전이 송전탑 건설을 위해 합법적으로 승인 받은 곳이다. 자진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고공농성을 멈추고 망루에서 내려오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일단은 주민들이 다칠까봐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대화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는 2006년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송전하기 위해 경남과 경북에 각각 765kV, 345kV 전압 송전 16km 선로 연결 공사를 발표했다. 삼평리에는 22-24호기, 덕촌리에 25호기 등 모두 18개 철탑을 청도군 각북면에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계획 발표 후 주민 10여명 의견만 수렴했으며, 이장과 면장 등 공무원들은 이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삼평1리 전 이장은 주민의견서도 위조해 제출했다. 주민들은 2011년 이장 등 7명을 대구지법에 고소했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며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한전은 또 2010년에는 주민 동의 없이 24호기 건설 부지를 변경했다. 그 결과 고압 송전선로가 주택과 농지를 가로지르게 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선로 변경"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왔다. 삼평리에는 60대 이상 노령층이 대부분으로 현재도 할머니 10여명이 반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22-24호기는 완공됐고 민가와 가까운 23호기는 주민 반대로 1년 7개월째 공사가 중단됐다.
한전은 지난해 주민 17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6명 등 모두 23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달 "공사 차량, 중기, 인부 등의 교통로를 막는 것과 철탑부지 또는 진입로, 작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공사방해행위"라며 "공사 방해 행위시 1명당 1일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대책위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공사를 계속 막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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