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사태가 움막 강제 철거 예고 하룻만에 크고 작은 충돌을 빚으며 긴박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15일 오전 10시 15분경, 경찰 12명이 부북면 위양리 127번 현장에 나타났다. 긴급 상황이 알려지고 129번 현장의 주민들이 127번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러나 127번으로 향한 경찰들은 움막까지 올라가려는 시도를 무리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 틈을 타 등산객으로 위장한 10명이 넘는 남성들이 주민이 빠져나간 129번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움막을 들여다보고 스마트폰으로 현장의 영상을 촬영했다. 당시 현장에는 노년의 주민 4명과 2명의 활동가가 있었다. 신분을 밝히라는 주민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들은 주민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할머니 한 분은 괴한이 발로 밟고 막대기로 배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고, 또 한 분의 할머니는 웃옷을 벗고 괴한과 싸웠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는 10분여의 싸움 이후 괴한들이 현장을 내려오던 때다. 갈림길에서 127번 주민들에게 쫓겨나오던 경찰들을 만난 이들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민들은 경찰과 한전 측의 '성동격서' 작전에 당한 것을 분해하며 괴한의 정체를 밝히라며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경찰과 괴한들은 답변 대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129번 현장에 위험물이 많다는 정보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으로 주민들은 판단했다. 진압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129번 현장에 나타난 사람들의 존재에 관해 주민들은 경찰일 것으로 확신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대책위는 괴한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후에는 국가인권위를 둘러싼 소동도 있었다. 국가인권위 조사관 6명이 129번 현장을 찾았는데 사복 경찰을 대동한 것이 문제가 됐다. 조사관들은 현장 지리를 몰라 안내를 받으려 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인권위가 경찰을 데리고 와 움막의 상황을 보여준 꼴이 됐다는 것이다. 경찰과의 긴장 관계를 뻔히 알면서도 사복 경찰을 들어오게 만든 조사관의 행동에 주민들은 석연찮은 이유가 있다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한 조사관은 경찰에 안내를 요청한 것은 조사 당일이었으며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오전 괴한이 난입한 사건이 일어난 후 오후에 다른 방식으로 경찰이 129번의 정보를 수집한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게다가 129번 현장만 조사한 점도 석연치 않게 여기고 있다. 조사관은 서울에서 3명, 부산에서 3명이 파견됐는데 15일에 내려와 16일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소동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다른 현장의 인권침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인권위 조사관의 입에서 나왔다. 한 조사관은 경찰 대동의 이유로 길 안내와 함께 '신변 보호'를 들었다. 주민들이 인권위 조사관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보호를 요청했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인권 침해를 감시해야 할 인권위 조사관이 주민들이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권력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을 찾는 상황에 대해 경악했다. 국가인권위가 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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