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태어나 일제 때 활약한 시인으로 이상화가 있다. 그는 스물다섯 되던 해인 1926년 <개벽> 6월호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자신의 대표 시를 남긴다. 비록 나라는 빼앗겨 얼어붙어 있을망정, 봄이 되면 민족혼이 담긴 국토, 즉 조국의 대자연은 우리를 일깨워준다는 것을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래했다. 국토는 일시적으로 빼앗겼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을 이 시는 보여주었다. 안타깝게 그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3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명시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이 시에 빠져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로 수십 번씩 읽었고 지금도 가끔 읽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자주 만나며 그들과 관련한 많은 글을 쓰고 책도 썼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허전함이 남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단숨에 이 시를 모티브로 해 이들의 아픔과 영혼을 달래는 시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과 10여 분만에 쓴 것이어서 얼마나 이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될지 자신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의 아픔이 온 국민의 아픔이 되었으면 한다. 숨 마저 빼앗긴 이들에게 가득 찬 것은 분노뿐이다. 하지만 그 분노가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들의 폐부를 찌를 것이다. 하루 빨리 이들의 분노가 용서로, 그 용서가 다시 희망으로 가는 시를 쓰는 계기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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