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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상승에 숨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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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상승에 숨은 불편한 진실

[기고] 집을 둘러싼 희극과 비극들

1.현대 도시에서 집이란 무엇인가

유동적 삶이 지배하는 도시의 생활공간은 과거와 같은 지역공동체의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택을 상품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으로 되었다. 자신의 집과 주변지역을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도시지역에는 사라진다고 하는 사실은 마치 물리법칙인양 예외를 찾기 힘들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두 면을 가지고 있는바 사람들이 주택을 상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편리성을 중심으로 한 주택의 사용가치와 자산가치로 표현되는 교환가치에만 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주택의 사용가치라고 하면 미적 경관이나 주변의 사회적 자연적 환경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포함되나 한국에서는 오로지 교통 좋고 집이 편리하면 그만이다. 어쨌든 주택은 이제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자산으로서의 가치만을 갖게 되었다. 주택은 유동성이 약간 떨어지는 금융자산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주택은 그 수명이 50년은 되므로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은 회사채로 비유하자면 영구채(annuity)를 구입하는 것과 유사하다.(서양에서는 100년 넘는 주택도 수두룩하므로 말 그대로 영구채이다!) 주택은 실 거주자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가들의 단골 투자 대상이기도 하다. 그들은 주식, 회사채, 금이나 그림 같은 실물과 함께 주택도 유력한 투자대상 목록에 넣는다. 그러므로 무슨 이유건 주택가격의 상승이 예상되면 돈은 주택으로 몰리고 주택은 자주 광란적인 투기의 대상이 된다. 

인구증가,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인구가 급증하는 개도국의 경우에는 도시 주택은 항상적인 공급부족 상태가 되므로 주택은 예외 없이 장기간 투기 대상이 된다. 한국의 경우 약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수십년간 주택가격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했고 장기간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서구의 몇몇 국가, 미국 등에서 주택 공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자율 덕분에 돈이 주택으로 몰리고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자 급기야 심각한 투기붐이 불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이 광란적 투기는 단기간에 종말을 고했다.)

2. 한국의 전세제도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자산이득을 나누는 매력적인 제도였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끝없이 상승세를 유지했으므로 모든 인플레 상황이 그러하듯 보다 오랫동안 빨리 구입하는 것이 이익이 되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영업방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개인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대출을 한다 해도 이자율이 매우 높았다. 여기서 한국에 특이한 전세제도가 일종의 사금융으로 발전했다. 이 제도는 주택소유자와 세입자간에 이익을 나누는 멋진 제도였다. 

자, 예를 들어 보자. 지금 6억원하는 집이 있다. 그런데 A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있고 저축한 돈 3억원을 가지고 있다. 집값은 매년 명목가격으로 연 6% 오른다고 하자. 은행에 저축을 하거나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연 8%라고 하자. 그러면 이 사람은 집에 투자하지 말고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인가? 아니다!

이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자. 주택은 금처럼 보유해봐야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고 순전히 가격상승에 의한 자본이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소비수단으로 편익이 발생한다. 만약 A가 전세인 B를 구하여 3억원의 전세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주택은 가격 상승에 의한 자본이득 6%(3600만원)과 전세금 3억원의 월세환산수익 즉, 3억원의 8%인 2400만원(집값 6억에 대해서는 4%)를 더하여 총수익 6000만원 즉, 10%(=6%+4%)를 보장한다. 

이제 6000만원의 잠재이익은 A와 B 사이에 어떻게 배분되었는지를 보자. A는 3억원의 투자로 6억원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주택 가격상승분 3600만원(6%)를 독차지한다. 그러면 투자액 3억원에 대한 수익률은 6%가 아니라 12%가 된다! 그러니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익이다.  

한편 전세인의 경우는 어떻게 되나? 전세인은 3억원의 기회비용 즉 8%의 수익을 포기한 대가로 연2400만원(월 200만)을 내고 주거서비스를 구입한 셈이 된다. 

전세인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었나? 아니다! 있다. 실제 이 6억 주택은 사실은 아래 분석에서 보듯이 분명 전세금 2400만원 보다 많은 예를 들어 주거서비스 3000만원을 제공했을 것이다.(그러면 사실상 암묵적으로 이 집의 총수익률은 3600만+3000만=6600만원 즉 6억의 11%.) 그런데도 전세인은 24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시장원리상 그렇다. 우선 집주인의 사정을 보자. 집주인은 3억원의 주택매입자금으로 연 12%의 수익을 올렸으니 전세금을 더 깎아 주어도 여전히 이익이다. 세금과 주택유지비가 연400만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여전히 3200만원(=3600만-400만), 즉 3억원의 10.7% 수익률이 보장된다. 

주택가격이 연6%상승한다는 현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전세금을 3억원에서 2억원(연임대료로 환산하면 1600만원)으로 낮추어주고 6억원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자기투자금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증액되어도 여전히 주택투자로 인한 순수익 3200만원은 시장의 평균수익률 8%를 보장해준다. 따라서 주택매입보유자간의 임대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주택가격 상승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그 전세가격(또는 월세환산가격)은 전정한 주택서비스 가격 이하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매입후 임대를 통해 실수익률이 대체투자 수익률보다 높은 한(또는 높다고 예상되는 한) 집 매입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주택분양은 바로 이런 원리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주택가격 예상상승률을 e라고 하자. 전세금 D, 대표이자율 i라고 하면, 암묵적인 임대료(연간의 월세수입총액)=R이라고 하면 R=i×D 가 된다. 집값에 대한 연간세율=t, 집값에 대한 연간감가상각율=d, 집값=P라고 하자. 그러면 집소유의 기회비용=i ×P이고 집소유에서 나오는 예상수입=e×P+i×D-(t+d)×P 이다. 균형에서 두 값은 일치하는 것이 예상되므로 e×P+i×D-(t+d)×P= i ×P이다. 식을 풀면, 

D/P={i-e+(t+d)}/i      --------(1)

단순화를 위해 당분간 세금과 감가상각이 0(zero)라고 하면, 

D/P=(i-e)/i     -------(2)

위의 예, i=8%, e=6%를 대입하면,

D/P=(8-6)/6=0.25     -----(3)

위의 예에서 우리는 전세금 D가 6억원의 50%인 3억원이라고 가정했다. 그런데 만약 주택이 순수 금융자산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된다면 주택투자자들은 주택매입 후 총수익률(=주택가격 예상상승률+임대수익률)이 대체수익률(위의 예에서는 8%)에 도달할 때까지 기존주택 또는 신규분양 주택매입을 늘릴 것이다. 만약 신규주택 공급이 없다면 주택가격 P는 전세금 D의 4배에 이를 때까지, 즉 (3)식에서 D/P=0.25로 떨어질 때까지 상승할 것이다. 만약 신규주택 공급과 분양이 활발하다면 전세금의 하락으로 연결되어 결과는 동일하게 D/P=0.25에 도달할 때까지 전세금이 하락할 것이다. 즉 전세금은 집값의 50%에서 25%까지 하락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전세금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금보다 집값의 상승률이 높아짐으로써 D/P=0.25에 달할 것이다. 

70-80년대를 보면 집값 상승기, 또는 국지적으로 투기지역에서는 즉 전세가율이 30%까지 떨어지는 일이 자주 있었고 이에 자극을 받아 주택공급이 증가하면 가격 상승은 둔화되고 서서히 전세금이 올라가서 전세가율이 50-70%까지 상승하고 이윽고 전세수요가 매입수요로 전환되면 다시 주택가격 상승기가 도래했다.

한편 200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열리고 개인대출이 용이해지자 이제 세입자들도 잠재적인 매입수요자로 돌변했다. 그들도 계산을 하여 전세가 유리한지, 담보대출을 통한 실소유자로 되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전세수요와 주택매입수요는 상호 전환되는 면이 강화되었다. 실수요자의 매입수요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들도 마찬가지로 계산을 한다. 그들의 계산식은 이렇게 될 것이다.

은행의 담보대출 이자율을 i*이라고 하면 그는 다음과 같은 경우 전세 대신 매입거주를 선택할 것이다. 대출을 통한 주택보유에 들어가는 비용은 주택가격과 전세금간의 차액에 대한 이자와 유지비용을 더한 값 즉 (P-D)×i*+(t+d)×P이며 보유를 통한 예상수익은 e×P이다. 수익이 비용을 초과하는 한 매입하려 할 것이다. 균형 상태에서 양자는 일치하므로,

(P-D)×i*+(t+d)×P=e×P    -----(4)

(4)식을 풀어 정리하면,

D/P={i*-e+(t+d)}/i*     ------(5)

(5)식은 (1)식과 사실상 같다. 

담보대출시장이 열리자 집값은 급등했다. 위에서 살펴본 이유로 전세가는 상당히 쌌지만 주택가격상승에 의한 예상수익률은 여전히 시장이자율을 상회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자산가들이 아닌 실거주 주택수요자들도 집주인이 먹는 자본이득에 참여하려는 욕망을 들어냈다. 투기가 지속되자 예상가격상승률은 더욱 상승하고 급기야 정부가 세율 t를 올려 순예상수익률(=e-t)을 떨어뜨림으로써 다소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자금의 공급이 줄고, 개인들의 부채가 증가하여 더 이상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가격은 상승세에서 정체기를 거쳐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 예상상승률 e가 영(0) 또는 부(-)의 값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5)식에서 e=0일 때 전세가는 급격히 상승한다. 집유지비용(=(t+d)×P)를 생각하면 집값상승이 향후 절대로 없다고 믿는 순간 전세값은 집값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실제 광주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값이 집값보다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집의 보유는 기회비용의 상실, 세금, 유지수선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집값 상승이득은 일체 없다고 할 때 전세금이 집값보다 싸다면 오직 바보만이 집을 보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사코 전세로 살지 보유주택에는 살려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언젠가는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이런 예상을 하는 사람들은 보유할 것이므로 그들을 바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값 침체기에는 다수는 집 보유를 기피할 것은 자명하고 그 만큼 보유 수요는 감소하며 전세수요는 증대하므로 전세가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집 주인은 집값하락으로 비명을 지르고 전세인은 전세금 상승으로 비명을 지르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5)식에서 만약 사람들이 기대하는 집값의 미래가격상승이 낮은 상황에서, 즉 e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자율(=i*)을 급격하게 상승시켰다고 해보자. 그러면 주택에 대한 구입수요는 급감하고 임대수요는 급증하여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전세금의 급격한 상승이 진행되면서 전세금(D)은 집값(P)을 초과하는 사태, 즉 D/P>1이 된다. 그러면 다시 전세인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전세를 피하게 되고 전세는 급격히 월세로 전환될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주택매매시장은 붕괴된다. 특히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은 - 마치 은행이 붕괴될 위험이 발생하면 예금인출사태(bank run)이 발생하듯이 – 집을 서둘러 처분하려 할 것이고 주택매매사태(house run)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집 보유동기를 증가시키려고 애를 쓰겠지만 만약 이런 사태가 이미 발생한 후라면 이미 늦었다. 절대 이런 사태는 오지 않도록 미연에 막아야 한다. 이자율은 어느 정도 정책당국이 통제 가능하므로 이런 사태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이미 현재화되고 있는 집값하락, 전세금상승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선 오랜 주택가격 상승기의 왜곡으로서 위에 잠시 논의한 실편익과 전세비용의 차익에 의해 발생한 과다한 주택서비스 수요에 대해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전기값이 인위적으로 낮게 설정되어 있어 한여름에 에어콘을 원 없이 틀어대듯이 전세금 즉 주택서비스 비용이 낮아서 가난한 서민에게는 집주인이 주는 일종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효과가 있었음을 위에서 지적했다. 즉 전제제도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의 이득이 집주인에게만 간 것이 결코 아니며 세입자에게도 일부 간 것이다. 그러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가격이 싸면 그냥 그만큼 지출이 주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증가한다.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에 넘치는’ 고급주택, 넓은 집에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담보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도 많은 이자를 감수하면서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지만 언젠가 그 집을 비싸게 팔아 자산이득으로 가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즉 미래 이득을 미리 당겨쓴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아파트는 미적(美的)으로는 형편없지만 서양 어디에도 없는 아주 튼튼하고 평당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매우 편리한 주택이다. 따뜻한 물과 난방이 이렇게 잘되는 주택도 세계적으로 본 적이 없다. 여전히 서양보다 낮은 소득에 일반 서민이 이런 주택서비스를 소비한다는 것은 매우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람들이 실제 그런 가격을 지불한다면 누구도 사려하지 않을 가격일 수가 있다. 그러나 전세가격에 내포된 월임대료는 매우 싸서 사람들은 ‘분에 넘치는’ 고급주택에 살게 된 것이다. 

집값 상승이 멈추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담보대출 보유자는 빚을 내어 6억에 넓은 집을 장만 할 것이 아니라 빚 없이 좁은 집을 샀어야 했다. 주택매입 임대인은 전세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너른 집을 사서 집값 상승으로 벌충하려는 욕망을 자제했어야 했다. 그래서 정상가격이었다면 분수에 맞는 평수의 집이 많이 공급되어 총 주택 수는 지금보다 많아져서 지금쯤 모든 사람이 적절한 가격의, 적절한 크기의 주택에 살 수 있을 충분한 주택수가 확보되어 있을 것이다. 임대비도 평수와 품질이 적절하므로 충분히 싼 가격으로 정해져서 임대 거주자도 안심하고 살 만해져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누차 강조하듯이 오랜 기간 집값 상승의 지속, 그리고 그 이익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누어 가진 것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집값을 높게 지불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누구인가?

3. 주택시장에서 희생의 피라밋은 붕괴되었다 

앞에서 우리는 집값이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한다고 가정했지 왜 상승하는지, 누가 그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상승분의 큰 부분(lion’s share)은 집주인이 가져가고 일부는 세입자가 가져간다고 했다. 그러면 그 누군가 시간이 지나 기존 집에 대해 더 비싼 값으로 사겠다고 해야 이 이야기는 성립한다. 도대체 누구인가? 피라밋 판매처럼 뒤에 오는 사람이다! 그건 뼈 빠지게 저축하여 집을 <뒤에> 장만하는 사람들이 지불해왔다. 즉 한국의 주택시장에는 피라밋 판매와 유사한 비용전가의 메커니즘이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이다. 뒤에 서울 등 도시로 이사 온 사람, 뒤에 태어난 사람이다. 

인구가 폭발하고 도시인구 유입이 지속되는 동안 이 방식이 작동했다. 그러나 시골에서 나오는 인구는 고갈되고 뒤에 태어난 사람들은 점점 더 주거비용이 증가하고 직장은 잡기 힘들고 임금은 감소하자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더 이상 인구는 증가하지 않게 되었다. 세대 간에 성립하는 희생의 피라밋은 젊은 세대의 반란으로 작동을 멈추게 된 것이다. 젊은 세대는 희생의 제물(자녀)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택 등 자산을 축적한 늙은 세대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집주인과 전세인이 사이좋게 이익을 나누던 시절은 거의 종착역에 다다랐다. 그러자 집의 수요는 감소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한편, 집주인에게 주었던 은밀한 보조금(진정한 주택서비스가격에서 시장 전세금을 뺀 금액)은 사라지고 있다. 즉 전세금은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제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집주인과 전세인간에 재배분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4. 대책

자, 이제 비명소리에 대한 해답을 논해보자. 한국의 주택은 축적된 자산 중 그 비중이 압도적이며 담보대출을 통해 금융시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주택시장의 붕괴는 한국경제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어설픈 정책으로 들쑤시다가 일이 잘못되면 큰일 난다. 

①우선 집값 하락이 서서히 진전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집값 상승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택 수요를 유지하는 방법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징벌적 과세를 없애는 것이다. 주택의 과다보유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과소보유경향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중과제도를 폐지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전세금의 상한선은 어디까지나 집값이므로 전세금 상승압력을 줄이려면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고(지금보다 30% 하락?) 이에 따라 신규분양 주택 가격도 떨어지면 어느 수준에서 자산가들이 주택을 구입하여 민간임대를 하는 것이 매력 있는 투자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면 주택시장의 경착륙(hard landing)을 피하면서 주택가격 안정하의 주거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②전세금의 일정한 상승은 불가피하다. 월세를 전세로 환산한 값이 집값의 70-100%에 달하는 것은 주택가격이 상승이 멈추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어야 신규 주택의 분양수요도 살아난다. 또한 전세금이 집값에 접근해가면 더 이상 전세제도는 무의미하며(이미 무의미해지고 있다) 월세가 활성화될 것이다. 

③주택 매매시장, 전월세시장이 과도기 동안 불안정하고 전세금의 급증으로 고통을 받는 서민이 증대하므로 이 과도기 동안 다소 좁고, 질이 조금 낮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월세로 살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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