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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감독, 19년 만에 돌아온 영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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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감독, 19년 만에 돌아온 영화 <시선>

[리뷰] 순교와 배교를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

'별들의 고향(1974)' '바보 선언(1984)' 등으로 80년대를 대표하는 이장호 감독이 신작 '시선'을 내놨다. 1995년에 연출한 '천재 선언' 이후 19년이라는 오랜 공백을 마치고 돌아오는 작품이다.
통역 선교사 조요한(오광록 분)은 8명의 한국인을 이끌고 가상국가 이스마르의 리엠립 지역으로 선교 봉사를 나간다. 무리에는 유승학 장로(故 박용식)과 구민영 목사(남동하 분)도 함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안 돼 현지 반군에게 납치당하고, 반군의 우두머리를 석방하기 위한 인질이 된다.
이들은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 지내며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다. 반군은 이들이 선교활동을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슬람교를 믿을 것을 강요한다. 그리하여 8명의 한국인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배교와 순교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장로는 이성을 잃고 숨은 본심을 드러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로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사소한 일들로 자주 갈등을 빚지만, 그때마다 목사는 다툼을 정리하고 그들의 상황을 위로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 오광록이 연기한 요한이다. 선교활동을 온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해주며 수수료를 챙긴다. 세례를 받을 사람들을 데려와 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차차 요한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런 방법을 쓰면서 연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지며, 그의 내적 갈등과 고통은 극대화된다.
오광록은 이 영화로 연기 인생 3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이 감독은 그에 대해 "신들린 연기가 마음에 든다. 오직 오광록 씨 연기에만 의존해서 영화를 촬영했다"고 말하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오광록은 평소 존경했던 감독의 출연 제안에 “시나리오가 무엇에 관한 작품인지 모르고 가슴 설레며 감독님의 프러포즈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 영화 '시선(감독 이장호)' 장면 중. © 시네마서비스 크로스픽쳐스 제공
'시선'의 99%는 캄보디아에서 촬영됐다.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서 근무를 서던 실제 병사들을 캐스팅해 그들이 착용한 복장, 군화, 총기들이 그대로 노출된다. 극 중, 선교인들과 우정을 쌓는 소년 병사도 현지에서 섭외했다. 눈먼 여동생으로 나오는 소녀는 실제 소년 병사의 여동생이다.
소재에서 보나 줄거리로 보나 ‘시선’은 종교적 색채가 짙다. 피랍된 한국인을 향한 네티즌들의 댓글로 채운 장면을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이 감독은 “기독교인이 아닌 강우석·봉준호 감독도 감동받았다. 강우석 감독은 스스로 이 영화의 배급을 맡겠다고 했다. 비기독교인 관객이라도 이 영화를 보고 잃어버렸던 것을 찾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시선'은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의 20번째 작품이다. 19년의 긴 공백은 그에게 전작들을 부정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숙명적 내리막길”이었다. 이 감독은 공백에 대해 “전작들은 영화감독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영화들이다. 실제 관객들의 삶과 영혼의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선’은 그 숙제를 푼 첫 작품이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으로 영화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4월 17일 개봉.
[영화정보]
영화명: '시선'
장르: 드라마
감독: 이장호
개봉일: 2014년 4월 17일
출연진: 오광록, 남동하, 김민경, 이영숙, 서은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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