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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 언론도, '제 살 깎기 마케팅'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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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 언론도, '제 살 깎기 마케팅' 넘어서야"

[이 주의 조합원] 팟캐스트 만드는 편집자 김류미, 오가진

한국 인터넷 언론 생태계에서 상당히 독특한 <프레시안>, 그 가운데서도 '프레시안 books'는 색깔도 업무 사이클도 본지와 다른 특수 부서다. 다른 신문의 북 섹션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출판가 동정을 다루기보다는 책이 유발하는 담론을 다루고 그것과 현재적 사안을 잇는 작업에 집중한다.

정체성을 차별화하다보니 실리는 서평이 길고 어려울 때가 많다. 어쩌면 빠르게 핵심과 단면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언론의 정도에서는 어긋나 있다. 거기서 이중의 고충이 발생한다.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긴 글은 점점 더 외면 받고 있는데, 우리가 다루는 대상인 책 자체도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책도 안 읽는데 긴 서평은 누가 읽겠느냐는 식의 비아냥거림도 종종 듣는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취재원으로서만 바라보지 않고 동지처럼 느끼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들은 이 매체를 가장 자주 찾는 독자들이자, 비슷한 정체성의 고민을 함께 겪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온 선배들이다. 그 때문인지 조합원 가입자 중 출판계 종사자들이 적지 않았다.


▲ 왼쪽이 김류미 씨, 오른쪽이 오가진 씨다. ⓒ프레시안(안은별)

편집자인 김류미(어크로스 편집자, 31) 씨와 오가진(은행나무 편집자, 29) 씨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하자마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협동조합 전환이 너무나 쇼킹했어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죠."(김류미) "변화된 매체 환경 속에서 기존 체제에 머무르지 않고 어떤 실험적인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싶더라고요."(오가진)


프레시안의 전환과 비슷한 시기, 출판계에서도 협동조합이라는 시스템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 문학동네 계열사였던 출판사 알마는 독립 후 협동조합 알마로 거듭났으며 혼자 읽는 독서에서 '사회적 독서'를 지향하는 '땡땡책협동조합'이 출범했고, 한 독서 세미나에서 출발한 모임이 전자책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로 자리잡았다. 류미 씨와 가진 씨는 이런 시도들을 언급하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왕 힘든 거, 이제 성장보다는 직원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고 만족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이 다른 매체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이 크고, 최근 출판 협동조합을 시도하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도 참조할 만한 포인트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출판계 뉴스는 대형 출판사의 사재기가 적발되었다든지 하는 어두운 것들뿐이다. "책이 안 팔려요"라는 한탄에 동의하면서도, 그 방법이 각사 차원의 경쟁에만 매몰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데 "제 살 깎아먹기 마케팅"이 어디 일부 출판사들의 일일 뿐인가. 그 비판은 검색어 장사에 치중하며 스스로 오명을 입히는 언론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과 고민이 겹친다. 김류미 씨는 어디 한 곳의 잘못이라고 탓하기보다 '읽기 환경'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일단 읽을거리가 너무 많죠. 그리고 읽기라는 행위가 거의 모바일에서 해결되고 있고요. 지금까지도 읽을거리의 고민 중 하나가 한정된 지면 안에 채워 넣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모바일이라는 더 작아진 환경 속에서 아주 선택적인 것들만 보게 되었잖아요. 또 큰 출판사가 어려워서 인원 감축을 하는 것과 맞물려 그 인력이 신규 출판사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수많은 회사들이 몇 안 되는 자리에 책을 노출시키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을 하죠. 그게 편집 실무자들을 힘들게 하는 측면도 있어요. 게다가 길고 깊은 서평보다 짧아도 많이 노출되는 쪽을 선호하니 책에 관한 담론도 거의 도배 형식이 돼버리고요." (김류미)


마케터로 시작해 인터넷 서점 MD를 거쳐 편집자와 칼럼니스트 경력을 쌓으며 출판의 많은 분야를 두루 경험한 김류미 씨는 오랫동안 '책의 발견 가능성'이라는 테마를 고민해 왔다. 현재 이것은 대형 서점의 매대 구입, 인터넷 서점 배너 차지 등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지출하느냐에 비례할 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간이나 작은 출판사의 책들은 '반값 세일' 외에는 독자들에게 발견될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하고 있다.


김류미 씨는 각 분야의 '사람들'을 통해 좋은 책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그리고 그 고민을 숙성시킨 결과물을, IT 전문가들과 함께 연내에 구체적인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색다른 출판 마케팅의 사례와 그 주인공들을 취재해 <기획회의> 연재하는 등 다양한 '액션'을 실행 중인 그녀는 언젠가 저자나 기획자들의 공동 작업 공간을 현실화시켜보고 싶다는 꿈도 피력했다.


사실 류미 씨와 가진 씨는 이미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독특한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출판 팟캐스트 '두 여자의 꽃놀이패'가 그것이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 등 대형 출판사·유명인 위주의 팟캐스트의 틈바구니에서 "금방 묻히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좋은 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다시 알릴 수 있는 채널로서" 벌인 일이었다.


'발견 가능성과' 동시에 강조되는 것은 '사람'이다. '두 여자의 꽃놀이패'는 출판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서도 묻히기 안타까운 책들 만든 편집자 본인에 주목해, 매회 다른 편집자들을 게스트로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SNS를 보면서, 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 책 자체에 대한 것도 있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것도 은근히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애정과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는 출판계에, "힘들어도 이 일이 너무나 즐거워서 계속 하고 있는, 애정 넘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보여주는 것"도 '꽃놀이패'의 취지 중 하나다. "출판계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는 방법도 있지만, 저희는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를 좀 더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떤 업계나 내부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책이 전통적인 매체이고 고귀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신문에서 너무 안 좋은 쪽만 과장되어서 다뤄지는 게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요."(오가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아쉬운 점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 모두 "덜 부담스러운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 대상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도 조합원 모임도 좋은데 시간문제로 참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러면 '돈만 내고 있다'는 부채감이 남아요."(김류미) 거기에 최근 서버 이전 작업을 하면서 문제가 많았던 검색 기능과 모바일 서비스의 개선을 추가했다. "변화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상적인 부분은 계속 영위하고 있어야 추가적인 유입도 있을 테고, 기존 조합원들도 더 응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오가진)


'프레시안 books'에도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그간 이 북 섹션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편집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가진 다양한 필자가 새롭게 등장하고 검증받는 몇 안 되는 매체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신진 필자를 발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무겁지 않고 재미있는 시도도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교수님들 말고 일반 업계 사람들이 나오는 대담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김류미 씨가 익명으로 등장하기도 했었죠? 그런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자주 만나고 싶어요."(오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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