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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출신 교수 "박근혜, 연설문 작성자 해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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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출신 교수 "박근혜, 연설문 작성자 해고하라"

드레스덴 연설 "동독과 독일통일에 대한 몰이해 산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옛 동독 출신의 루뒤거 프랑크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독일 통일 과정과 동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연설문이 만들어졌다며 “연설문 작성자를 해고하라”는 혹평까지 서슴지 않았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루뒤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내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원문보기)

프랑크 교수는 우선 박 대통령이 연설 장소로 드레스덴을 선택한 것은 독일식의 흡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크 교수는 1989년 당시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가 드레스덴에서의 연설을 통해 동독 내부의 개혁 움직임을 통일 움직임으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콜 전 총리는 이 연설에서 동독 사람들에게 “마르크(독일 화폐 단위)를 원하면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1990년 3월 독일 통합 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소속 정당인 기민당에 투표하라고 촉구했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프랑크 교수는 콜 전 총리의 이러한 연설을 기념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연설 장소로 드레스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연설을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당신들(북한)이 내부 개혁의 위험을 감수하면 그건 당신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우리는 콜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프랑크 교수는 박 대통령과 함께 있었던 독일 인사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초청 인사 명단에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가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1989년 동독의 총리였던 모드로는 동독의 고르바초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서독과의 통일이 너무 빨리 진행되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프랑크 교수는 모드로에 대해 “그는 동독이 서독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닌, 동독 내부에서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었음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독일 통일 과정의 갈등과 복잡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라고도 규정했다. 그런 인물을 박 대통령이 초청 인사 명단에 올리지 않은 것을 두고 프랑크 교수는 “아마도 그(모드로)가 여전히 독일 좌파당의 당원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프랑크 교수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나를 도와주는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나의 원칙에 따라 움직일 때만 유효한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남쪽 상사한테 내어줄 수 있는 방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 28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이후 가진 강연자리에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등을 골자로 한 3대 대북 지원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독일과 한국의 관계를 서독과 남한의 관계로만 축소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프랑크 교수는 “한·독 관계에 대해 한국 대통령은 ‘2차 대전의 잿더미 속에 성장한 독일 라인강의 기적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서독과 남한의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그(박정희 전 대통령)는 동독이나 드레스덴에 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크 교수는 “양국 관계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언급하고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이 (1960~70년대에) (서)독일로 왔다는 이야기를 (옛)동독인 드레스덴에서 하는 것은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연설을 두고 북한 지도자들이 “통일이 되면 우리는 북쪽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다룰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의 역사는 곧 남한의 역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통일 이후 남북한 모두가 아닌, 남한만의 역사를 중심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프랑크 교수는 “통일 이후 드레스덴이 동독의 후미진 일개 도시에서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급속히 바뀌었다고 하는데 TV와 LCD가 드레스덴에서 처음 발명된 것은 통일 이전”이라며 동독이 통일 이후 엄청난 혜택을 입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레스덴이 독일 통일로 인해 엄청나게 발전한 것처럼 포장된 것은 곧 박 대통령이 북한에 “문화와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당신들이 거둔 성과는 거의 없다. 아무리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그것은 잘못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프랑크 교수는 “지난 1950년대 중반, 한국전쟁 이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 수백 명이 드레스덴 주위의 고아원에서 길러졌다”며 박 대통령 연설에서 옛 서독 이야기만 부각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또 “수백 명의 북한 학생들이 드레스덴 공대를 졸업했다”며 “이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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